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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 카드’ 꺼낸 더민주, 43년만에 필리버스터 정국


입력 2016.02.23 21:29 수정 2016.02.23 21:39        고수정 기자

<현장>테러방지법 막기 위해 만든 법 부활해 악용

김광진 첫 주자로 나서…새누리는 규탄 대회 열어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절차에 들어간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직권상정 절차에 들어간 테러방지법의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3일 저녁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더불어민주당의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길게 해야 되니까 물 많이 마셔” “천천히 해 천천히”

국회선진화법 이후 첫 필리버스터(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이뤄지는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행위)가 23일 실현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자 야당이 이에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

당초 이날 오후 2시 열릴 예정이었던 북한인권법 처리 등을 위한 본회의는 예정 시간보다 약 5시간 늦은 오후 6시 50분에야 시작됐다. 앞서 새누리당이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를 단독으로 열어 테러방지법과 사이버테러방지법 제정안을 상정했고, 테러방지법은 정 의장이 국회 본회의 직권상정을 위해 지정한 심사기일(오후 1시 30분)을 넘겨 본회의에 직권상정됐다.

이에 야당은 필리버스터에 돌입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광진·은수미·홍익표 의원이 신청했으나, 홍익표 의원은 유보한 상태다.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필리버스터에 공조하기로 했다. 국민의당에서는 문병호 의원이, 정의당에서는 박원석 의원이 신청했다. 이에 맞서 새누리당은 이철우·박민식·권성동·김용남·하태경 의원 등 5명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이날 필리버스터는 1973년 폐지된 이후 43년 만에 처음 이뤄졌다. 국회법 106조 2항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본회의 안건에 대해 재적 의원 3분의 1 이상의 서명을 받아 국회의장에게 요구서를 제출하면 된다. 이날 개의 직전 재적 의원이 290명 이상이 돼 필리버스터가 이뤄졌다.

오후 7시 6분 필리버스터 첫 주자로 나선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테러방지법 전체 조항을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 읽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김광진 의원이 말문을 열자마자 본회의장 문을 박차고 나가기 시작했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들은 “저런걸 무엇하러 해” 등 비난하며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눴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본회의장 한 켠에 모였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김정훈 정책위의장 등은 7시 30분 비공개 의원총회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문정림 원내대변인을 제외한 모든 의원이 본회의장을 떠났다.

더민주 의원들은 50여 명이 남아있엇지만, 각자 휴대전화를 보거나 잠을 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민의당에서는 필리버스터를 준비하기 위해 문병호 의원이 남았고, 다른 의원들은 한 명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김광진 의원이 중간 중간 물을 마시자 더민주 의원들은 그를 격려했다. “길게 해야 되니까 물 많이 마셔라” “천천히해, 천천히” “잘한다” 등의 발언을 했다. 더민주의 한 의원은 이러한 본회의 모습을 남기려는 듯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새누리당은 8시 40분 규탄 대회를 열었고, 10분이 지난 현재까지도 김광진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지속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64년 자유민주당 김준연 의원 체포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발언한 바 있어 김광진 의원 및 필리버스터 타 의원들의 토론 시간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의총장을 빠져나오면서 야당의 필리버스터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의원은 “자기들 하겠다는데 방법이 없어. 하고 싶은 데까지 계속 하라 그래. 테러 예방하라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으니 말이야.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필리버스터는 토론에 나설 의원이 아무도 없거나, 국회 회기가 종료되거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종료된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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