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금사월'은 왜 '암사월'이 됐나
높은 시청률에도 막장 비판…작품성 혹평
개연성 부족…연기력 논란 등 총체적 난국
"시청률은 높았으나 작품성은 최악이었다."
28일 종영한 MBC 주말극 '내 딸, 금사월'(금사월)을 본 시청자들의 평이다. 드라마는 33.6%(닐슨 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높은 시청률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마지막회는 그동안 얽히고설켰던 모든 사건이 풀리면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보금그룹을 차지하기 위한 만후(손창민)의 악행으로 시작된 이야기는 득예(전인화)의 승리로 끝났고 악녀 혜상(박세영)도 죗값을 치렀다.
그러나 연인 관계였던 사월(백진희)과 찬빈(윤현민)이 남매로 남아 아쉬움을 남겼다.
코믹의 탈을 쓴 주말극?
'내 딸, 금사월'은 '아내의 유혹'(2008), '천사의 유혹'(2009), '왔다! 장보리'(2014) 등 막장극을 히트시킨 김순옥 작가의 신작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가 됐다.
특히 '왔다! 장보리'(장보리)를 국민 드라마 반열에 올려놓은 백호민 PD와 김 작가가 다시 만난 작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장보리'는 출생의 비밀, 복수 등 그간 봐왔던 막장 요소를 유쾌하게 버무렸다. 40%를 육박한 시청률은 '욕하면서도 본다'는 막장 드라마의 공식을 그대로 드러냈다.
'금사월' 역시 '장보리'와 비슷한 이야기 구조다. 출생의 비밀을 지닌 두 여주인공, 그리고 캔디 여주인공을 사랑하는 남자, 얽히고설킨 집안 관계, 악녀, 복수 등이 주를 이룬다.
'장보리'가 무한긍정 캐릭터 장보리(오연서)와 악녀 연민정(이유리)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금사월'은 금빛 보육원 출신 친구 금사월과 오혜상을 주축으로 선과 악을 담았다.
소재도 비슷하다. '장보리'는 한복을 소재로 해 주인공들의 사랑과 욕망을 그렸고 '금사월'은 건축을 내세워 인물들의 밑바닥 감정을 끌어 올렸다.
비슷한 소재, 전개, 시청률에도 '금사월'이 '장보리'보다 혹평을 받은 이유는 개연성 부족 탓이다. 죽은 줄 알았던 인물이 되살아오는 등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이어지니 어떤 장면에서 실소가 터져 나온다.
악행을 저지르던 캐릭터가 마지막회에서 '급반성'하는 부분도 이해가 안 되는 대목이다. 시청자들이 납득할 만한 전개를 보여줘야 하는 게 드라마의 책임이다. 그러나 '금사월'을 본 시청자들은 "'개콘'보다 웃긴 코믹", "무개념 작가가 쓴 드라마다", "쓰레기 드라마를 왜 봤을까 후회된다"며 '금사월'을 불편해했다.
캐릭터 붕괴…힘 잃은 '금사월'
'금사월'이 혹평을 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주인공 금사월의 모호한 캐릭터다. '장보리'에서 장보리는 무한긍정 캐릭터이자 똑 부러진 성격으로 시청자들에게 청량감을 줬다. 장보리로 분한 오연서는 경쾌한 사투리로 자칫 어둡게 흘러갈 뻔한 극의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가 호평을 얻었다.
'금사월'의 금사월 백진희는 어떤가. 그간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무난한 연기력을 선보인 바 있는 백진희는 오히려 이번 드라마로 집중포화를 맞았다. "발성이 안 좋다", "보는 내내 답답한 연기"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
'장보리'와 비슷한 캔디형인 '금사월'은 극 중반부로 갈수록 힘을 잃어 답답하기 그지없는 캐릭터로 추락했다. 건축사를 꿈꾼다고 말은 하지만 금사월이 한 일은 강찬빈과의 '연애질'과 "찬빈 씨, 찬빈 씨"라는 말뿐.
모진 역경을 딛고 강만후(손창민) 일가에게 복수한 엄마 신득예(전인화)에게 모진 말을 일삼은 부분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찬빈과의 결혼식 때도 금사월은 "찬빈 씨"라고 외칠 뿐 득예의 마음을 헤아리지 않아 역대급 고구마(속이 답답하다는 뜻) 캐릭터라는 말도 들었다.
주인공 금사월보다 시원한 반격을 보여준 오월이가 활약하면서 "내 딸, 금사월이 아니라 내 딸 친구 주오월"이라는 평가도 나왔으니. 복수를 해야 할 금사월은 가만히 앉아 있고 오히려 친구인 오월이가 사월이를 대신해 시청자들의 불만을 해소시켜준 것이다.
금사월 캐릭터가 '붕' 뜨면서 배우의 연기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백진희의 감정 연기에 몰입하기 어렵다", "캐릭터가 무너지니 배우조차 힘들어 보인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나마 신득예, 강만후, 주기황을 연기한 중견 배우 전인화, 손창민, 안내상이 드라마를 받쳐줬으나 헐거운 이야기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한 시청자는 "배우들이 불쌍하다"며 "그들의 심정이 오죽했을까"라며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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