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 던진 '통합' 폭탄에 국민의당 '흔들'
안철수 "의도가 의심스러워" 천정배·김한길 "논의해봐야"
"야권을 분열세력으로 몰고가려는 꼼수" 비난속 폭풍전야
안철수 "의도가 의심스러워"
천정배·김한길 "논의해봐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의 '통합' 폭탄에 신당 세력을 '얼기설기' 봉합해 놓은 국민의당의 핵분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김 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열린 더민주 비상대책위 회의에 참석해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야권이 4·13 총선의 승리를 거두기 위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야권이 다시한번 통합에 동참하자는 제의를 드린다"며 '통합'을 언급했다.
이어 "더민주를 탈당한 의원 대다수가 더민주 당시 지도부의 문제를 걸고 탈당계를 낸 분들이기 때문에 그 명분은 다 사라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지금 밖에 계신 분들이 지나치게 명분론에만 사로잡히지 않으면 우리가 다시 단합할 수 있는 계기라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통합'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온 김 대표였기에 '통합' 제안을 두고 무수한 추측이 정치권을 오갔다. 일여다야 구도로 총선 승리가 힘들다는 우려의 작용이라는 시각과 선거연대나 후보단일화를 위한 복선이라는 시각, 최근 뚜렷한 지지율 하락세를 보이는 국민의당을 흔들기 위한 묘수라는 시각이다.
김 대표의 이 같은 제안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생각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이 시점에 그런 제안을 하는 의도가 의심스럽다"면서 "당내 정리부터 하시라"고 답했다. 재차 물어보는 기자의 질문에는 아예 "아까 제가 다 말씀드렸다"며 불쾌한 기색을 내비치기도 했다.
안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문병호 의원도 "지금 단계에서는 (김 대표의 발언이) 야권을 분열세력으로 몰고가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수순이 틀렸다"며 "당의 체질 근본을 변화한 후에 할 이야기다"고 덧붙였다.
반면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은 "진의를 더 알아보겠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여 안 대표와 뚜렷한 온도차를 드러냈다.
천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기자들과 만나 "통합을 하려면 더민주가 먼저 변해야하는데 과연 변할 수 있겠느냐"며 짐짓 '통합' 제안에 대해 부정적인 체 말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새누리당의 과반의석 저지인 만큼 모든 문제를 이 대전제로 풀어야한다"며 기자들이 '그렇다면 현실적으로는 통합밖에 없지 않냐'고 묻자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내부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합'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그은 안 대표와는 다른 의견이다.
김 상임선대위원장도 천 대표와 생각을 같이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뜨거운 토론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다 많은 고민이 있는 것 같고 좀 더 심화되어야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종인 대표의 '통합'에 대한 문을 완전히 닫지 않았음은 물론, 당내 여러 의원들이 무조건 안 대표처럼 선을 그은 것은 아니라는 일종의 '압박'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국민의당 지도부 간 온도차로 인해 정치권은 '의도야 어찌됐건' 김종인 대표가 국민의당으로 던진 '폭탄'이 효율적으로 작동했다는 평가다. 그동안 '호남 물갈이'를 두고 안철수·천정배 대 김한길로 시각차를 보여온 국민의당이 또 다시 안철수 대 천정배·김한길로 시각차를 드러내며 흔들거리기 때문이다.
한편 이 같은 지도부 간 온도차에도 안 대표는 자신의 주장을 굽히거나 철회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박지원 무소속 의원의 합류 기자회견에서 안 대표는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이 김종인 더민주 비대위 대표의 통합 제의에 대해 고민해볼 가치가 있다며 문을 열어뒀는데 여전히 오전과 같은 생각이시냐"는 질문에 "제 입장은 아까 말씀드렸다"며 단호하게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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