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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용자제' 북 해외식당, 여 접대원에 5000원 월급


입력 2016.03.17 05:33 수정 2016.03.17 05:36        목용재 기자

2000년대 후반 30개월가량 일했던 탈북자 A씨 "50위안 받고 한 달 휴일 1회, 하루 자율휴식 30분"

해외 북한식당의 여자 접대원이 공연을 하고 있다.(자료사진)ⓒ데일리안

정부가 4차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단독 대북제재 조치로 해외 북한식당 이용 자제를 권고한 가운데 해외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는 접대원들의 처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가 해외 북한 식당의 이용 자제를 권고한 것은 이 같은 북한의 해외 영리시설이 외화수입의 주요 경로이기도 하고, 여자 접대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면서도 그들에게 극히 적은 몫을 돌려주는 인권유린의 온상이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33개월여 동안 중국에 있는 북한 식당에서 복무한 바 있는 탈북 여성 A씨는 16일 '데일리안'에 50위안(16일 기준 환율, 5490원)의 월급을 받으며 노동착취를 당했다고 증언했다. 식당을 찾는 관광객들이 공연을 보면서 팁을 주는 등 '부수입'도 노릴 수 있지만 해외에 파견된 북한 근로자들이 적은 월급을 받는 것은 일반적이다.

정부는 지난 8일 독자 대북제재안을 발표하면서 북한이 해외 12개국 130여개의 해외식당 등 영리시설을 통해 연간 1000만 달러(약 120억 원)를 벌어들이고 있다고 추정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해외 소재의 전체 북한 식당 가운데 3분의 2가량이 중국에, 10%가량은 러시아에 몰려있다.

북한 당국이 해외 북한 식당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음에도 접대원 등 근로자들에게는 한 달 5000원가량의 푼돈으로 노동착취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의 북한 근로자들도 현금 대신 물품공급표 등을 제공받아 북한 당국으로부터의 노동력 착취 논란이 일어난 바 있다.

A 씨는 본보에 "월급은 우리가 직접 수령하지 않았지만 중국돈 30위안 정도를 한달 생활비로 받았다"면서 "그러나 시장에 나갈 이유가 많이 있지 않기 때문에 거의 쓰지 못했다. 혹시 돈을 사용할 일이 생기면 간단한 다과 및 속옷 구입 등에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A 씨는 "중국 현지 생활에서 한달 30위안은 많은 돈이 아니었다. 여성관련 생활용품이나 다과를 좀 사고 나면 돈을 모두 사용했고 몇 위안이라도 남게 되면 보관해서 다음 달에 사용하거나 반납을 했다"고 말했다.

쉴틈없이 이어지는 하루 일과도 해외 북한식당의 접대원들에게는 큰 고통이다. 이들에게는 한달에 단 한차례 휴가가 주어지지만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반납해야 했고, 김일성·김정일의 생일 같은 국가적 명절에는 "당과 수령에 충성해야 한다"는 이유로 주변 관광이 금지 된 채 실내에 박혀있기 일쑤였다.

A씨의 경우 영업장 위층에 있는 숙소에서 5인이 함께 합숙했으며 하루에 식사 시간, 세면 및 영업준비, 취침준비 시간을 제외한 자유시간은 30분밖에 누리지 못했다.

A씨에 따르면 해외 북한식당의 접대원들에게 자유시간은 하루 3시간가량(190분) 밖에 허락되지 않는다. 이마저도 아침식사 1시간, 점심·저녁시간이 각각 50분이며 나머지 30분만이 온전한 자유시간이다.

이들은 오전 6시 30분에 기상해 오전 7시 30분까지 세면 및 화장 등을 하고 오전 8시 30분까지 공지·지시 사항을 전달받은 후 오전 9시 30분까지 아침 식사를 마무리해야 한다. 식사 직후부터 오전 10시 40분까지 점심 영업준비를 마무리하고 오후 1시 30분까지 점심 영업을 진행한다.

오후 1시 30분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는 점심식사, 저녁 영업을 준비한다. 저녁 영업에 돌입하기에 앞서서는 30분간 오전 영업에 대한 매출 점검, 태도 점검, 지적 사항 등 포괄적인 총화를 진행한다.

오후 4시부터 10시 30분까지는 저녁 영업을 진행하고 11시 20분까지 저녁식사를 마친후 다시 오후 11시 50분까지 하루 전체 총화를 진행한다. 이 같은 하루일정을 마쳐야 해외 북한 식당에서 근무하는 여성 접대원들은 취침에 들어갈 수 있다.

여기에 이들은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심 유지 차원에서 '혁명역사', '노동신문', '김정일 신년사' 등의 교재를 이용해 정신교육까지 매일 받아야 한다. 이들은 북한에서 경제적으로 유복한 집안의 자녀들로서 탈북할 가능성이 적지만 매일 "반동분자들이 언제 어디서 우리의 틈으로 들어올 수 있으니 항상 주의하고 당과 조국을 위해 나온 '혁명전사'라는 점을 잊지 말라"는 교육을 받는다.

A씨는 본보에 "월 1회, 하루 30분간 휴식시간이 보장되는데 월 1회 보장되는 휴일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반납하는 날이 많다"면서 "해외에 있다고 관광할 시간은 없다. 관광이라고 해봤자 주변 시장을 구경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루 종일 같은 장소에서 일을 한다는 것과 장시간을 서서 일한다는 것, 그리고 몸이 피곤해도 저녁 일과를 마치고 총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목용재 기자 (morkk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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