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새누리당 공관위에는 무슨일이 있었나...
선거 27일 남겨두고 30분만에 외부위원들 퇴장
외부위원들은 황진하·홍문표에 '고자질쟁이'
#1. 17일 오후 2시께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로 출근하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얼굴에는 유난히 짜증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 이 위원장의 출근 시간에 맞춰 2열로 나란히 줄지어 서 있던 기자들이 질문을 쏟아내자 그는 "비켜, 비켜. 오늘은 내가 일체의 질문에 답을 못해요. 나중에..."라며 말끝을 흐렸다. "이거 왜 이래"라며 1층으로 내려오고 있는 애꿎은 승강기의 탑승 버튼만을 계속 눌러댈 뿐이었다. 기자들을 향해 짜증은 내더라도 끝까지 할 말은 다 했던 이전까지의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특히 이 위원장이 강하게 부정한 대목은 공천에서 배제된 주호영 의원의 재의결에 대한 재심 반려 정족수였다. 현재 이 위원장이 주 의원의 공천 심사 재의 요구를 반려한 것에 대해 '당규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무성 대표는 지난 16일 주 의원을 '컷오프'하고 해당 지역구를 여성 우선추천 지역으로 선정한 결과에 대해 공관위에 재의를 요구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단칼에 "반려한다"고 일축했고, 17일 김 대표는 다시 "재의 반려가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재차 반박했다.
불거지는 공방에 대해 공관위 안팎에선 김 대표의 지적이 타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재적위원의 '3분의 2 동의' 규정에 맞추려면 공관위원 8명의 동의가 필요한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16일 공관위가 소집된 것은 맞지만, 정원 11명 중 외부위원 1명을 제외한 10명만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시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 김회선 의원 등이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7명이 재의에 반대했기 때문에 이 위원장의 '반려' 결정은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당규 제 10조 '재의결' 조항에는 "위원회는 최고위원회의가 재의를 요구한 사항에 대하여 재심사한다. 재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공관위의 재적 3분의 2 이상 찬성 시에는 최고위는 그 결정에 따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이 위원장은 "그런 얘기는 전혀 믿을 게 못 돼요"라며 설명 없이 뭉개버렸다. '당헌·당규에 재적인원 3분의 2, 8명이 찬성해야 통과인데 지금 7명밖에 찬성하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숫자까지 나온다. 사실관계를 말해달라' '당헌·당규, 찬성 숫자만 보면 사실인지 아닌지 바로 알 수 있는데 왜 대답을 안해주시나'라는 질문이 쏟아지자 그는 이내 입을 닫아버렸다.
#2. 공관위 회의는 30여분 만에 파행하고 말았다. 외부위원들은 씩씩거리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왔다. 갈등의 원인은 '내부위원의 말 바꾸기'와 '대표의 공관위 독립성 침해'였다. 최공재 차세대문화인연대 대표는 회의장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에게 "우리도 인터뷰 합시다 그냥. 아우 미치겠네"라며 격분했다. '외부위원들의 의견 수렴이 잘 안 되고 있나'는 질문에 그는 "저희들끼리 얘기 좀 하고 주장을 펼칠 게 있으면 연락을 하겠다. 지금 아직 감정이 받쳐있는 상태라..."고 했다. 또다른 위원인 김순희 교육과학교를위한학부모연합 상임대표도 "아유 완전히 우리를 무시해요. 고자질쟁이가 있어서 그래, 고자질쟁이가"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최 위원과 김 위원이 회의장을 떠난 뒤 다른 외부위원들도 건물 밖을 빠져나갔다. 외부 공관위원은 김순희·한무경·이욱한·김용하·최공재·박주희 등 6명으로, 이 중 김순희·한무경·박주희·최공재 등 위원은 친박계로 언급된다. 공관위 외부위원들은 공관위 결정사항에 대해 김무성 대표가 보류 및 재의요청을 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전날 김 대표가 공관위가 당헌·당규를 위배했다는 취지의 기자회견을 한 것에 대해 공관위원들이 크게 문제제기를 했다는 것이다.
한 공관위원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만장일치가 맞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 회의가 끝날 무렵 내부위원들끼리 회의가 있었다"라며 "이 위원장의 결론에 대해 우리한테 따라달라고 (내부위원들이) 저희들한테 부탁을했고, 위원장님이 혼자 책임을 지겠다고 하시고, 부탁을 하니까 우리는 따를 수밖에 없어서 전원 합의하에 통과시켰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데 오늘 와서 자기들이 만장일치가 아니었다고 말 바꿨고 본인들은 반대했었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회의장 내부에서는 황진하 사무총장이 이 위원장이 전날 주호영 의원의 재의 요청 거부를 언론에 브리핑한 것에 대해 "합의되지 않은 사항을 왜 발표하냐"고 따져 물었고, 외부위원들이 대신 "합의가 됐던 것"이라고 황 사무총장에 반박했다고 한다. 나아가 한 외부위원은 "김무성 대표가 살생부 사건 이후 공관위에 관여를 안한다고 해놓고 이런 식으로 황 사무총장과 홍 부총장을 이용해 공관위를 흔들어 버리냐"고 문제제기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언쟁 과정에서 고성이 오갔고 결국 공관위원들은 김 대표의 사과를 요구하며 확실하게 공관위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만 복귀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3. 이한구 위원장을 비롯해 회의장에 남아있던 사무총장단도 취재진을 피해 당사를 빠져나가면서 3시 30분께 회의는 자연스럽게 산회됐다. 회의 파행에 대한 사무총장단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앞문으로 퇴장하던 김회선 의원은 기자들이 '외부위원들의 보이콧 선언'에 대해 질문하자 "그건 그분들에게 묻지 왜 나한테 묻나"라며 대답을 회피했다. 뒤따라 나온 박종희 제2사무부총장은 "공관위가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면서도 "공관위 정상화에 앞서 최고위부터 빨리 정상화돼야 한다"며 최고위로 공을 돌렸다.
외부공관위원들에 의해 파행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황진하 사무총장은 "외부위원들의 입장이 자기들은 할 수 없다는 의지가 강하더라고..그리고 먼저 나갔다"라며 "내부에서 몇 명이 이야기하고 하는 것을 내가 자꾸 그걸 하면 이게 저기가 되니까...그걸 갖고 맞다 틀리다 이야기하는 건 맞지가 않다"며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질의응답 도중 현기환 정무수석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으러 잠시 자리를 뜨기도 했다.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재심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외부공관위원들은) 당 돌아가는 걸 모른다"며 "최고 지도부에서 재심을 하라면 해야된다"고 강경한 입장을 내비쳤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아예 자취를 감춰버렸다. 당초 공관위는 이날 경선 여론조사 5차 결과를 발표하려 했다. 발표 명단에는 최고위원들의 지역도 포함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는 유승민 의원의 공천 여부 발표도 물건너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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