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오달수를 '대배우'라 일컫는 까닭은?

이한철 기자

입력 2016.03.27 08:02  수정 2016.03.27 09:23

오달수 연기 인생을 모티브로 한 자전적 영화

성공과 실패, 엇갈린 삶…뒤틀린 사회 풍자

영화 '대배우'는 오달수의 삶과 묘하게 맞닿아 있어 감동의 무게감이 남다르다. ⓒ 대명문화공장

대학로를 20년간 지켜온 연극배우 장성필(오달수 분)이 있다. 그런데 오직 한 역할, 그것도 인형 옷을 입고 대사 한마디 없이 짖어대기만 하는 파트라슈 역만 쭉 해왔다.

대부분의 무명 배우들이 그렇듯, 그는 찢어지게 가난하다. 이제 와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달려가기만 하기엔 아빠를 우상처럼 생각하는 아들 원석과 부족한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을 하는 아내 지영이 눈에 밟힌다.

영화 '대배우'는 뒤늦게 도약을 꿈꾸며 '깐느 박'의 작품 오디션에 도전하고, 메소드 연기를 보여주기 위해 무모한 행동을 감행하는 장성필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 한편으론 그의 꿈 뒤에 가려진 아내와 아들의 고민과 눈물에 주목한다. 그의 도전 과정은 코믹하게 그려지지만 보는 이들로 하여금 연민을 불러일으킨다.

반면, 같은 극단에서 함께 지내던 설강식(윤제문 분)은 세계를 뻗어가는 국민배우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그의 성공 과정엔 배신과 탐욕의 어두운 과거가 자리 잡고 있다.

엇갈린 두 사람의 관계를 중심으로 작품은 톡톡 튀는 재미와 함께 뒤틀린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장성필은 뒤늦게 '성공'을 위해 비겁한 기득권 세력에 도전하지만 좌절의 연속이다. 영화는 대배우 이면에 자리 잡은 향한 그릇된 꿈과 욕망, 그리고 좌절과 눈물을 통해 '대배우는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무거운 주제도 함께 담았지만,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분위기는 밝다. 이 작품으로 첫 주연을 맡은 오달수가 뿜어내는 에너지 때문이다. 석민우 감독은 극중 인물들의 설정을 통해 코믹하게 다가가는 한편, 그 속에 담긴 현실적이고도 절실한 '성필'의 모습들로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탁월한 연출력을 선보였다.

오달수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익살맞고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치며 관객들에게 대배우란 무엇인지에 대한 해답 팁을 제공한다. ⓒ 대명문화공장

주목할 점은 '대배우'가 오달수의 삶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점이다. 오달수가 곧 성필이고, 성필이 곧 오달수다.

실제로 오달수는 대학시절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소극장에 인쇄물 배달을 갔다가 연기에 입문했다. 1990년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통해 연극 무대에 데뷔한 오달수는 2002년 '해적, 디스코 왕 되다'로 스크린으로 진출해 그 누구보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관객과 만나고 있다. 박찬욱 감독과는 '올드보이'를 통해 첫 인연을 맺은 뒤 '친절한 금자씨' '박쥐' 등에 연달아 출연했다.

작품은 만년 조연배우 오달수 앞에 '대배우'란 타이틀을 당당히 붙여줬다. 누구보다 그를 잘 아는 석민우 감독과 제작진, 그리고 동료 배우들의 헌사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한류 스타는 아니지만, 카메라 앞에서 자신을 사랑하고 영화를 사랑하고 연기를 사랑하는 배우가 진정한 의미의 '대배우'임을 영화는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찬사에 걸맞게 오달수는 현실감 있는 연기로 극의 진정성을 배가시키며, 진한 페이소스가 담긴 웃음과 감동을 선사한다. 오달수의 삶과 연기 열정이 뿜어내는 강한 흡입력은 그가 '대배우'라는 타이틀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 이것이 '천만 요정' '1억 배우'와 같이 흥행 관련 타이틀에 가려진 오달수의 진면목이다.

사설감옥 사장, 연탄가게 주인, 빵집 주인, 무기상, 괴물, 범죄자 등 범상치 않은 캐릭터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온 배우 오달수는 분명 '대배우'를 통해 인생 캐릭터를 만난 셈이다.

오랜 기간 박찬욱 감독의 조감독으로 활약해온 석민우 감독은 자신의 경험과 그가 지켜본 주변 인물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았다. 작품 속 캐릭터 '깐느 박'은 박찬욱 감독 그 자체였고, 대배우 설강식 캐릭터는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을 통해 코믹한 요소를 작품 곳곳에 심은 것은 물론, 그들을 향한 존경심도 함께 담았다. 그만큼 실제 배우와 감독, 그리고 작품 속 캐릭터를 비교해부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기에 이름만으로도 관객들의 신뢰를 얻고 있는 윤제문과 이경영은 연기내공이 묻어나는 연기로 극에 무게와 신뢰를 더했다.

오달수의 역대급 인생 캐릭터를 예고하고 있는 휴먼 공감 코미디 '대배우'는 30일 정식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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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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