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실험결과 은폐…'임신부·태아에 유해' 인지
서울대 동물실험 결과 중 '임신하지 않은 쥐' 결과만 검찰 제출
'가습기 살균제 사태' 관련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RB코리아(옥시레킷벤키저)가 '옥시싹싹 뉴가습기당번'에 대해 서울대 수의과대학이 진행한 동물실험 결과를 은폐한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옥시의 해당 제품 연구를 담당했던 서울대 A 교수에게 이같은 진술을 확보하고 옥시 측 인사들을 소환 조사하고 있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질환 간 인과관계가 있다는 질병관리본부의 조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서울대에 이 같은 실험을 의뢰했다.
서울대 연구팀은 2011년 11월 1차 실험 결과를 옥시 측에 보냈다. 연구 결과 임신한 쥐 15마리를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시켰더니 13마리의 새끼가 뱃속에서 죽었다.
서울대 측이 옥시에 보낸 실험 결과서에는 해당 제품에 유해성이 존재하며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지만 옥시 측은 2014년 검찰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이 실험 보고서 내용을 뺀 것으로 드러났다.
의견서에는 임신하지 않은 쥐를 대상으로 한 2차 보고서 내용만 담겼다. 이는 옥시 측이 해당 제품에 대해 임신부나 태아에게 치명적인 유해성이 있음을 확인하고도 은폐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옥시 측 관계자는 "검찰 수사 중인 사건이라 구체적인 설명을 하기 어렵다"며 답변을 피했다.
검찰은 이르면 다음주 신현우 전 옥시 사장 등 옥시 전·현직 이사진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앞서 옥시는 21일 공식 사과문과 함께 피해지원기금 50억원을 더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옥시는 가장 많은 피해자·사망자를 낸 것으로 알려진 회사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사망자 146명 중 103명(70%)이 '옥시싹싹 뉴가습기 당번'을 사용해 피해를 입었다.
옥시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발생한 직후인 2011년 말 주식회사를 유한회사로 변경하고 실험보고서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한회사의 경우 주식회사와 달리 외부감사·공시 의무가 없다.
이어 2014년에는 사명에서 '옥시'를 완전히 빼고 '레킷벤키저'의 앞글자를 딴 'RB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해 '브랜드 세탁' 의혹도 제기됐다.
옥시는 2001년 동양화학그룹 계열사이던 옥시 생활용품 사업부를 인수한 뒤 문제가 된 PHMG 성분이 든 살균제를 제조·판매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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