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직급·이름 기재해 ‘개인 특정’...부서장 동의서 강요 논란 속 사측 해명
노조 없이도 도입 vs ‘불법’ 국회 진상조사...성과연봉제 도입 향방은?
성과연봉제 도입과 관련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내에서 거친 반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지난 13일 저녁까지 진행된 산은의 조합원 투표에서는 참여 조합원의 94.9%(1755명)가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여기에 사측의 불법 동의서 강요 논란까지 일면서 산은 노사와 정치권까지 개입된 대혼란의 양상이 펼쳐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서·직급·이름 기재해 '개인 특정'...부서장 동의서 강요 논란도
“불법적인 동의서 강요가 횡행하고 있는 것은 산업은행 뿐 아니라 금융공공기관 전반의 현실입니다. 동의서 뒷면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직급이나 이름 같은 구체적인 개인 신상명세를 다 적도록 되어 있거든요. 이건 반대하는 직원들을 잡아내겠다는 의미죠. 이것이 과연 순수한 의미의 동의일까요?” (노조 관계자)
그동안 선도 금융공기업에 비해 성과연봉제 도입에 한 발 물러서 있던 산은은 지난 나흘 동안 급격한 내부적 진통을 겪었다. 변화는 지난 10일 이동걸 회장이 금융위 기관장 간담회에 이어 국책은행 만을 대상으로 20여분 간 진행된 비공개 면담에 참석한 이후 곧바로 찾아왔다.
이 회장은 하루 뒤인 11일 오후 영상을 통해 ‘직원들의 자유 의사에 따라 성과연봉제 도입을 권고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곧이어 사측은 산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동의서에 대한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조 측은 이에 반발했다. 동의서의 내용이 직급, 부서, 이름 등으로 개인을 특정할 수 있어 성과연봉제에 동의하지 않는 직원을 파악할 수 있는 데다, 부서장이 직원들의 동의서 작성을 강요했다는 소식도 들려왔기 때문이다. 결국 산은 노조위원장은 삭발 투쟁까지 감행하며 사측이 수집한 성과연봉제 동의서에 대한 무효 투쟁에 나섰다.
이와 동시에 온라인에서는 한 장의 사진이 공개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금융노조 측이 ‘금융공기업의 현실’이라는 제목으로 공개한 사진은 부서장에게 성과연봉제 동의서 작성을 강요받고 있는 직원들의 모습 등이 담겼다. 해당 자료가 나간 지 반나절 만에 산업은행이 반박자료를 냈다.
산업은행 측은 이에 대해 “12일 오후 부서장(리스크관리부)이 직원들과 은행현황과 성과연봉제에 대해 대화를 마친 후 직원들이 3시간의 자체의견 수렴 시간을 가졌다”며 “마침 직원들이 부서장실로 다시 돌아와 부서장도 함께 일어선 채로 잠시 대화를 나누던 중 노조 간부가 진입해 촬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해당 직원들 역시 개인 의사에 따라 전원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해 직원들의 동의서 제출을 강요한 사실 역시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 없이도 도입vs국회 불법여부 진상조사...성과연봉제 도입 향방은?
산은을 비롯한 금융공공기관들의 직원 대상 성과연봉제 동의서 제출 요구는 노조 동의 없이도 성과연봉제 추진이 가능하다는 지난 13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의 발언의 연장선상에 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 캠코 등이 직원 절반 이상의 동의서를 근거로 성과연봉제를 통과시켰으며 이에 반발한 노조 측의 조치로 현재 이에 따른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반면, 최근 총선 승리로 여소야대를 이룬 더불어민주당이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 행태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단을 꾸린다는 계획이어서 각기 다른 구상을 갖고 있는 당국과 국회의 개입이 성과연봉제 도입 향방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노조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각 금융공기업 지부를 대상으로 각종 관련자료를 전부 취합 중에 있다”며 “이번 국회의 진상조사가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그 동안 성과연봉제 도입 과정에서 각 기관에서 행해졌던 모든 불법행위들이 명명백백히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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