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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자살보험금 판결'...이제는 '소멸시효' 공방


입력 2016.05.23 12:40 수정 2016.05.23 22:06        배근미 기자

대법 판단에 ‘보험약관’서 한발 물러난 보험사들..."소멸시효는 사수"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신의성실 원칙' 따라야 vs '법원 판단 지켜봐야'

최근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법원의 엇갈린 판결에 보험 '소멸시효'가 변수로 등장했다. 대법원이 자살보험금 지급판결을 내린 지 불과 일 주일 만에 1심 법원이 이에 상반되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미 수 백건의 관련소송이 법원에 계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소멸시효' 논란이 향후 생보사들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

최근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법원의 엇갈린 판결에 보험 '소멸시효'가 변수로 등장했다. 발단은 대법원이 자살보험금 지급판결을 내린 지 불과 일주일만에 1심 법원이 이에 상반되는 판결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이미 수 백건의 관련소송이 법원에 계류 중인 가운데 이번 '소멸시효' 논란이 향후 생보사들에 어떤 파장을 가져올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 판단에 '보험약관'서 한발 물러난 보험사들..."소멸시효는 사수"

이번 대법원 판결에 있어서 주요 쟁점은 자살보험금과 관련된 보험약관을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대법원은 지난 12일 당시 판결문을 통해 "재해사망특별약관은 책임 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한 후"라며 "이 기간 동안 사망자가 자살하거나 자신을 해침으로써 제1급의 장해상태가 됐을 경우를 보험금 지급사유로 본다는 취지로 이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보험약관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해당 약관의 목적과 취지를 고려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해석하고, 평균적인 고객의 이해가능성을 기준으로 해석해야 한다"며 보험금 자살보험금 지급에 대한 타당성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이 내려진 지 불과 일주일 만인 지난 19일 교보생명이 고객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에서는 서울중앙지법이 해당 보험사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2년의 소멸시효가 지난 자살보험금에 대해서는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반되는 두 판결을 동시에 맞닥뜨린 각 보험사들은 우선 대법원 판결에 따라 약관에 따른 자살보험금 지급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현재 가장 먼저 자살보험금 지급 결정에 나선 신한생명은 약 103억원으로 추산되는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교보생명과 삼성생명 역시 이 같은 취지에 따라 자살보험금을 지급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이던 소송 당사자 등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ING생명 등은 자살보험금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부방침을 확정하지 못한 상태라고 밝혔다.

그러나 '소멸시효'와 관련해서는 이번 1심 승소 판결을 발판으로 일단 사수할 뜻을 밝히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업계가 추정하고 있는 미지급 자살보험금액은 현재 2200억원 가량이지만, 이번 자살보험금에 대한 소멸시효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 금액이 어느 선일지 추정조차 어렵다"며 "그렇지 않아도 IFRS4 도입 준비 등으로 자금에 여력이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파장은 더욱 엄청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자살보험금 소멸시효 '신의성실 원칙' 따라야 vs '법원 판단 지켜봐야'

한편 이번 자살보험금 소멸시효와 관련해 보험당사자와 보험업계 간 쟁점 대립은 여전히 첨예한 상황이다.

현재 자살보험금 관련 소송을 진행 중인 조정환 변호사는 "소멸시효로 인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보험사 측 주장은 보험소비자들의 믿음에 의한다는 '신의성실 원칙'에 반할 뿐만 아니라, 보험사 측의 책임 있는 사유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경우 그 손해를 배상하도록 되어 있는 보험약관 규정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보험업계 측은 해당 약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하더라도 2년이라는 규정된 보험금 지급 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 규정이 보험사 측에 존재하지 않고, 또 그에 대한 판단 역시 현재 민사소송을 통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섣부르게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아직 법원에 계류 중인 사건이 여러 건인데 법원 판단도 받기 전에 소멸시효 관계없이 보험금을 지급해버리면 보험사 입장에서 그 막대한 손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며 "앞으로 법원에서 어떻게 결론이 나는지 끝까지 지켜본 뒤 소멸시효에 대한 보험금 지급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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