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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 산업계 영향 미미..."세계경제 영향 촉각"


입력 2016.06.24 15:55 수정 2016.06.24 16:20        박영국·이홍석·이광영 기자

유가·환율 변동, 유럽 경기침체 등 2차 파장 예의 주시

관세부담 등 단기적으론 수출감소...자동차는 '호재'

2년 유예 후 파장클 경우 영국법인 철수· 이전도 검토

기아자동차 수출 모델들이 평택항에서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기아자동차

24일 전자·자동차·철강 등 국내 주요 산업계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현실화되자 경기 침체, 소비 위축 등 앞으로 세계 산업계에 닥쳐올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국의 EU 이탈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은 당장 크지 않겠지만, 장기적으로 유가·환율 변동, 유럽 경기침체 등 브렉시트로 인한 2차 파장을 우려하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

EU와 포괄적으로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의 효력이 영국에서는 사라지면서 관세부담이 부활돼 영국으로의 제품 수출이 단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다만, 자동차의 경우 영국을 제외한 다른 유럽 지역에서 일본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오히려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이관섭 제1차관 주재로 중소기업청, 코트라, 산업연구원, 대외경제연구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실물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브렉시트 영향 점검과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브렉시트가 세계경제에 중대한 위험요인이지만, 우리 실물경제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우리의 대 영국 수출은 지난해 73억9000만달러로 총 수출의 1.4%에 불과했으며, 영국의 한국에 대한 투자도 2억6000만달러로, 총 외국인투자액의 1.2%에 그쳐 직접적인 영향이 크지는 않은 상황이다.

또한 리스본 조약에 따라 영국이 실제 유럽연합에서 탈퇴하는 시점이 최소 2년 이후가 되는 관계로, 이 기간 동안 한-EU FTA 효과는 지속되는 만큼, 우리 수출과 투자에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산업부는 내다보고 있다.

주요 기업들도 유럽의 경기 침체와 환율 변동에 따른 장기적인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가시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업계는 브렉시트로 인한 유럽의 경기 침체가 소비 부진으로 이어지면서 수출에 악재로 작용하겠지만, 영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크지는 않아 직접적인 타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는 유로화 약세로 인한 달러 강세로 신흥국 통화도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면서 전 세계적인 소비 부진을 불러와 해외 수출 물량 전방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전 세계 IT 및 가전 경기의 부진한 흐름이 더욱 심화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전 세계적인 소비 부진으로 수출에 악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부품업계에서는 결제통화가 달러화인 점과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 향상 등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로화 약세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부품업체들의 원화 실적이 개선되는 착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또 일본 엔화 강세로 일본 업체에 비해 국내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향상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자동차 업계는 브렉시트로 인해 단기적으로 악재보다는 호재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에 대한 수출은 불리해지겠지만, 영국에 생산기지를 둔 일본 경쟁사에 비해서는 높은 가격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올 들어 5월까지 유럽에서 40만2000대를 판매했으며, 그 중 영국 판매실적은 7만8000대로 약 20% 수준이다.

현대·기아차 유럽 판매물량의 상당수는 현대차 체코·터키공장과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되며, 현재는 유럽 전지역에 무관세로 공급되지만, 영국의 EU 탈퇴로 2년 유예기간 뒤 영국 수출물량에 대해 관세를 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차는 영국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어 영국에서는 현대·기아차가 상대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된다.

반면 영국을 제외한 다른 유럽지역에서는 반대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차는 영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다른 유럽 지역에서 관세를 내고 판매해야 되는 반면, 현대·기아차는 무관세로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전체 판매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영국이 2.1%,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지역이 8.5%로 양쪽의 유불리를 더하면 전체적으로는 유리하게 되는 셈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유예기간이 2년 있고 그 사이 영국과 다른 유럽국가들 사이에 관세장벽 완화를 위한 다른 조치들이 있을지 모르니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일단 지금 상황으로는 영국에서는 우리가 불리한 부분이 있고, 다른 유럽 지역에서는 일본 경쟁사들에 비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는 영국으로 철강 수출 비중이 낮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전철강 수출은 3364만8363t을 기록했으며 이 가운데 영국으로 수출은 17만4663t에 그쳤다. 수출 비중은 0.5%에 불과하다.

포스코도 철강 수출에서 영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0.2% 규모로 미미하기 때문에 영업에 영향을 거의 미치지 않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유 및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산업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작을 것으로 보면서도 전 세계 경제가 혼란에 빠지면서 발생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특히 유가 변동에 민감한 업종이라 브렉시트가 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는 워낙 복합적인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브렉시트가 유가 상승이나 하락 중 어느 쪽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우려되는 부분은 상승이건 하락이건 급격한 가격 변동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는 영국 내 선사들의 움직임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당장 국적선사들의 영업에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브렉시트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원인으로 작용할 경우 전세계 물동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상사업계는 국가별 수출입이 줄면서 글로벌 무역 거래 규모가 위축돼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항공업계는 환율의 등락에 따라 항공유와 항공기 대여료 등을 달러나 유로화로 지불할 때 영향을 받기 때문에 브렉시트에 따른 환율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유가 상승시에도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에 관심을 두는 부분이다.

한편, 영국에 법인을 두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브렉시트의 파장이 클 경우 법인 철수까지 포함한 대안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2년의 유예기간 동안 한-영 FTA 체결 등 다른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어 상황을 주시하면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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