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아 "남궁민 같은 파트너, 평생 못 만날 듯"
'미녀공심이'서 공심이 역 맡아 인기 얻어
"이번 작품은 행운, 새로운 내 모습 발견"
"공심아, 정말 고마웠고 잘가. 근데 보내기 싫어 어쩌지?"
'깔깔' 거리며 웃던 민아(23)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공심이'에게 보내면서 하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그는 이같이 말하며 "공심이를 보내기 싫다. 혼자 있는 시간에 공심이가 떠올라서 슬프다"고 토로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미녀공심이'의 주역인 민아를 19일 서울 논현동에서 만났다. '미녀공심이'는 마지막회에서 시청률 15.1%(전국 기준)를 기록, 유종의 미를 거뒀다. 외모도 학벌도 아쉬운 공심이(민아)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변호사 안단태(남궁민)의 청춘 로맨스를 담은 이 작품은 MBC '옥중화'를 상대로 선전하며 예상 밖 성공을 거두었다.
귀여운 남궁민아(남궁민 민아) 커플의 알콩달콩, 티격태격 로맨스는 방송 내내 화제였다. 공심이로 분한 민아는 생명과도 같은 아이라인을 지우고, '민낯'에 가까운 모습으로 브라운관에 나타났다. 날씬한 몸매를 가리는 펑퍼짐한 옷, '똑단발' 가발은 민아와 잘 어울렸다. 마냥 화려할 것만 같았던 걸그룹 멤버는 공심이를 만나 훨훨 날았다.
전날 종방연을 마친 민아는 공심이 단발이 아닌, 긴 머리를 휘날리며 취재진을 반겼다. 공심이가 아니라서 서운할 지경이었다. 그만큼 공심이는 민아였고, 민아는 공심이였다.
민아는 "오늘 인터뷰만 없었으면 어제 달렸을 텐데"라고 웃은 뒤 "서로 울고불고 하면서 종방연을 잘 끝냈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걸스데이 멤버 민아는 '아빠를 빌려드립니다'(2014)와 '달콤살벌 패밀리'(2015) 등에서 조연을 맡은 바 있지만 지상파 주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주연작에서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니 기분이 좋을 법하다.
"기대를 안 했는데 이런 사랑을 받아서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감격스럽답니다. 호호. 실시간 댓글을 보면 정말 신기해요.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고 있구나 싶죠. 예전엔 젊은 친구들만 절 알아봤는데 이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알아봐 주셔요. 이게 드라마의 힘인가요?"
공심이의 인기는 초등학생들에게도 퍼졌단다. 민아를 보고 '공심이다!'라고 외친다고. "하루는 가발을 벗고 초등학생들을 만났는데 '공심이랑 너무 달라요'라고 했어요. 하하. 순간 '멍' 때렸죠. 난 공심인데 흥!"
민아는 기자간담회 때 드라마의 인기와 관련해 "죽어도 여한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지인들이 '야! 오버하지마. 죽으면 후회할 거 잖아'했단다. "'공심이'를 만난 건 행운이에요. 제작진, 출연진 모두가 잘 어울렸죠. 큰 문제 없이 좋은 환경 속에서 촬영을 다 마쳤습니다. 평생 받을 운을 '공심이'에서 다 받은 게 아닐까 싶어요(웃음)."
'미녀공심이'에 그가 캐스팅됐다는 얘기가 들렸을 때는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섰다. 지상파 주연을 하기엔 부족한 연기 경력 탓이었다. 백수찬 감독으로부터 캐스팅 제의를 받았다는 민아는 "제작진들도 다 모험이라고 했다"며 "감독님께서 신선함이 필요해서 날 택했다고 하셨다"고 했다.
감독의 절대적인 신뢰를 얻고 첫 주연에 나섰지만 촬영 전 무서워서 도망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기회는 늘 오는 게 아니다. 한 번 왔을 때 잡아야 한다. "이번에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았어요. 저한테 실망할 것도 같았고요.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공심이'는 데뷔 후 손에 꼽을 정도로 열심히 노력한 순간입니다."
공심이하면 '똑단발'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원래는 4회까지 쓰고 벗는 설정이었는데 반응이 좋아 20부까지 썼다. 민아는 "여름에 가발 쓰고 연기하는 게 힘들진 않았다"며 "공심이가 가발을 언제 벗고 예뻐질까 궁금했다"고 웃었다.
드라마 종영 후 머리를 자르려고 했다는 민아는 "사람들이 공심이로만 볼까 봐 순간 머뭇거리게 됐다"며 "조금 이따 잘라야겠다"고 다짐했다.
민아는 공심이의 스타일과 관련해서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스타일리스트와 상의하면서 옷을 택했고, 열 번 넘게 다시 입은 적도 있었다. "공심이가 평범한 사람은 아니잖아요. 전체적인 스타일, 행동, 걸음 하나하나까지 신경 썼죠."
공심이와 안단태의 찰떡궁합은 드라마의 인기를 이끌었다. 안단태는 "내 눈엔 공심씨가 예뻐요", "나는 처음부터 공심씨가 궁금했어요", "공심 씨는 아무것도 안 한 게 제일 예뻐요"라며 공심이를 사랑해준다. 두 사람이 펼치는 로맨스는 순수하면서 상큼했다.
단태의 사랑을 듬뿍 받은 민아는 남궁민을 '연기 스승'이라고 칭했다. "다들 잠을 못 자고 촬영했는데 오빠는 절 챙겨주시고, 조언도 해주셨어요. 앞으로 연기하면서 오빠 같은 파트너는 못 만날 것 같아요. 오빠가 잘 이끌어 주셔서 전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됐죠. 케미스트리가 좋았다는 얘기를 들으면 기분 좋아요. 호호."
멋진 남자 안단태로 분한 남궁민과 연기하면서 진짜 설렌 적 있었을까. "처음엔 안단태가 진짜 싫었는데 극이 흐를수록 좋아져서 신기했어요. 단태가 출생의 비밀을 알고 우울해하며 옥탑방에 왔을 때, 공심이가 그려준 사진 보고 우는 장면이 있어요. 그 장면을 보는데 모성애 같은 게 생기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심쿵'했답니다. 여자들은 이런 타이밍에서 설레잖아요(웃음)."
남궁민에 대한 칭찬은 이어졌다. "마지막회 찍을 때 오빠가 마음에 안 드는 장면이 있었나 봐요. 한참 동안 고민하고 자책하고, 괴로워하시더라고요. 오랫동안 연기했는데도 연기에 대한 열정을 갖고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 멋있고, 아름답더라고요. 제가 배워야 할 점이죠."
착한 재벌3세 석준수(온주완)의 사랑도 받은 민아는 준수와 단태 중 누굴 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너무 어렵다"고 툴툴거렸다. "그런 재벌이 있을까요? 어디 있어요? 하하. 진짜 어려운 질문입니다. 제 친언니도 어떨 땐 단태를 좋아했다가 다시 준수를 좋아했다가 했죠. 저도 그랬어요. 근데 전 공심이니까 단태가 더 좋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단태와 한 식당에서 신혼부부 콘셉트로 춤을 춘 장면이었다. 연습 없이 흥이 나는 대로 막춤을 췄단다. 드라마에 나온 장면은 깨알 웃음을 선사했다. 합이 너무 잘 맞아서 놀랐다는 민아는 "가수로서 많은 무대에 서봤지만 짧은 시간에 준비한 무대에서 그렇게 잘한 적은 처음이었다"며 "역시 오빠랑 나랑은 '짱'"이라고 미소 지었다.
공심이가 술에 취해 쓰레기봉투 더미에서 술주정을 부리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사람이 북적이는 홍대에서 미친 사람처럼 달려갔어요. 달리는 도중에 창피해서 울었습니다. 흐흐. 방송을 보니 잘 나왔더라고요."
극 중 공심이는 그림과 요리 등 손재주에 능한 모습을 보인다. 실제로는 어떠냐고 묻자 "하하하"라고 호탕하게 웃었다. "어쩜 그렇게 감쪽같이 나왔죠? 공심이는 일등 신붓감이에요. 사실 전 공심이처럼 잘하진 않거든요. 연기로 하려니까 손이 덜덜 떨리더라고요.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미녀공심이'를 통해 한 단계 도약한 민아. 연기자로서 어느 단계까지 온 것 같으냐고 물었더니 "단계가 있나요?"라고 웃으며 되물었다.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아직 제 옷을 입은 것 같지 않아요. 편하지도 않고요. 저한테 어울리고,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고 해요. 욕심 안 부리고요.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민아는 올 초 '힐링캠프'에서 "데뷔 후 직업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며 "무대에 서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눈물을 쏟은 바 있다. 이를 언급하자 민아는 우울한 얘기라고 했다. 시종일관 털털한 웃음을 지으며 수다를 이어간 그녀에게서 예상치 못한 고민을 들을 수 있었다.
"'미녀공심이' 전까지도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내게 맞는지 고민했어요. 다른 직업을 찾아봤어요. 제과 제빵도 알아보고, 아르바이트도 찾고요. 미국 놀이공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생각도 했지만 부족한 영어 실력 때문에 포기했죠. 어린 나이에 일찍 데뷔해서 아르바이트 경험이 없거든요. 연예계에서 일을 처음 했는데 지금도 고민 중이에요. '내가 누군지', '난 괜찮은 걸까'라고."
남궁민, 온주완 등 선배들에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남들은 '민아 잘한다'고 칭찬해도, 민아의 속마음은 '연기를 계속해도 될까'라는 의문으로 가득 찼다. "내가 아닌 느낌이 들곤 해요. 그래도 '공심이'를 통해 새로운 저를 발견하게 돼서 고맙고 좋아요."
걸스데이는 올해 6주년을 맞았다. 민아의 드라마 촬영 탓에 올여름 걸그룹 대전에 빠져서 서운해하는 팬들이 많다. "그렇죠?"라며 목소리 톤이 높아졌다. "아, 우리도 나왔어야 했는데 아쉬워요. 후배 걸그룹 친구들 보면서 옛날 생각 많이 나요. 후배들이 다 예뻐 보여요."
민아는 공심이를 사랑해 준 시청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공심이라는 친구를 가끔 생각하셨으면 해요. 에이, 욕심인가요? 하하. 공심이를 통해 잠시나마 행복하셨으면 그걸로 됐어요. 저도 행복했으니까."
시청자 평가를 종종 본다는 그는 "칭찬을 해주되 부족한 점은 꼬집는 냉정한 평가가 마음에 든다"며 "악플은 건강에 좋지 않으니까 되도록이면 쓰지 말아달라"고 귀엽게 당부했다.
여름 휴가는 엄마와 함께한다. 이탈리아와 파리 여행이란다. "떨리고 설레요. 제가 요즘 루프탑(Rooftop)에 빠졌는데 엄마랑 같이 가거든요. 루프탑이 많은 이태원 해방촌에 자주 가는데 엄마 친구 중에 이태원 가 본 분 없을 걸요?"
민아는 걸스데이 혜리와 비슷한 시기에 드라마 촬영을 했다. '응팔'로 뜬 혜리는 '딴따라'를 마쳤다. 연말 시상식에 함께 참석할 수도 있다고 했더니 순간 목소리 톤이 또 높아졌다. "어머 너무 떨려요. 어색해. 한 그룹에서 두 명이나 무슨 경사야. 흐흐. SBS에 갔을 때 혜리와 제 사진이 붙어 있는 거예요. 걸스데이 아니면 'SBS 못 들어오는 거야?' 했다니까요."
오는 9월에는 그룹으로 활동할 계획이다. 연기와 가수, 몸이 열 개라도 바쁘다. 특유의 털털한 입담이 나왔다. "열심히 해야죠. 잘 모르겠어요. 될 대로 되라 합니다. 뜻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