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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 당권을 보면 유력 대권 주자 보인다?


입력 2016.08.05 08:56 수정 2016.08.05 08:57        고수정 기자

2007년 강재섭, 여론 비율 ↑ 특정 후보 승기 줬다고 해석

경선 룰 조정해 친박-비박 주자에 유불리로 작용 가능성

9일 선출되는 새누리당 당 대표는 대선 경선 룰을 조정할 수 있어 누가 될지 주목된다. 친박-비박계 중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현재 거론되고 있는 차기 대권주자에 유불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사진은 1일 오후 서울 중구 TV조선 스튜디오에서 열린 새누리당 대표 경선 TV토론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한선교(왼쪽부터), 이주영, 이정현, 정병국, 주호영 후보. ⓒ사진공동취재단

2007년 강재섭, 여론 비율 ↑ 특정 후보 승기 줬다고 해석
경선 룰 조정해 친박-비박 주자에 유불리로 작용 가능성


집권 여당의 차기 대권 주자는 신임 당 대표로 점칠 수 있다? 9일 선출되는 새누리당 당 대표는 ‘대선 경선 관리자’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당 대표의 정치적 성향과 소속 계파, 정치적 스탠스에 따라 경선 룰이 조정되기 때문이다. 차기 대권주자에 유불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즉 당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보인다는 것이다.

당권에 도전한 이정현·이주영·정병국·주호영·한선교(기호순) 후보는 모두 계파를 떠나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대선 경선을 관리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친박계와 비박계가 강 대 강 대치를 하는 당 상황을 고려한다면 친박계든 비박계든 어느 한 쪽에서 선출된 당 대표가 정치적 가치를 공유한 대권 주자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이정현·이주영·한선교 후보는 친박계로, 정병국·주호영 후보는 비박계로 분류된다.

이 같은 해석이 힘을 얻는 이유는 2007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대선 후보 경선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된 강재섭 전 의원은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20% 반영하도록 룰을 변경했다. 당시 당 안팎에서는 강 대표가 여론조사 등 당 외 민심에서 앞선 이명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룰을 변경했고, 강 대표가 친이계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결국 민심에서 앞선 이 후보가 당심에서 강했던 박근혜 후보를 누르고 본선에 진출했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번에 선출되는 당 대표가 누가 되는지 주목되는 이유다. 총선 패배 이후 뚜렷한 대권 주자가 없는 상황이지만, 물밑에서 거론되는 당 내외 인사로는 김무성 전 대표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이 있다. ‘비박계 좌장’ 김 전 대표는 총선 공천 과정에서 리더십에 내상을 입고, 전국에서 잠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유력한 차기 주자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한국 방문 당시 대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이후 줄곧 여권, 특히 친박계 옹립 후보로 불려 왔다.

정가에서는 친박계 후보가 당권을 잡는다면 현재 권력이 미래 권력을 만들려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반 총장에게 유리한 대권 가도가 짜여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반 총장을 여권의 차기 대선 후보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정 기조 연장선 차원과 정권 재창출 차원에서 박 대통령의 복심을 무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중립성향이 강한 비박계 주호영 후보가 선출되더라도 반 총장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주 후보는 집권 여당의 정치적 기반인 TK 출신 인사이기 때문에 친박계와 마찬가지로 복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당 대선 후보는 당헌당규에 따라 경선을 통해 선출해야 하지만, 반 총장이 당 내 기반이 없기 때문에 경선 구도에서 쉽게 승기를 잡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정현·이주영·한선교·주호영 후보 중에서 당 대표가 배출된다면 반 총장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2007년 당시처럼 여론조사 비율을 높이는 등의 조정을 하거나, 반 총장을 추대하는 형태로 본선 진출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4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했을 때 미래 권력을 되도록 빠른 시일 내에 가져오려고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반 총장으로 더욱 옹립 분위기가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주호영 후보의 경우에도 출신 배경이 TK이고, 새누리당은 TK 정당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친박계와 같은 스탠스를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도 통화에서 “친박계가 당권을 잡으면 박 대통령의 복심이 작용하는, 현 정권의 정책과 적통을 이어받는 후보로 갈 수밖에 없다”며 “대표적인 인사가 반 총장”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정병국 후보가 당권을 잡을 경우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 후보가 ‘정통 비박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 중 가장 적극적으로 대권 행보에 나선 김 전 대표가 자신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비박계가 내년 대선의 주도권을 잡아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박계에서는 김 전 대표가 최종적으로 대선 후보가 되지 못하더라도 다른 비박계 인사의 탄탄한 대권 가도를 위해서는 비박계가 당권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김 전 대표가 비박계 단일 후보인 정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고, 전당대회를 약 일주일 앞둔 1일부터 본격적인 민심 투어에 나섰다는 점은 시기적으로 정 후보를 지원하면서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각인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신 교수는 “정 후보가 당 대표에 당선되면 비박계 쪽으로 유리하게 만들려고 할 것”이라며 “현재로 보면 김 전 대표가 혜택을 받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교수도 “비박계가 당권을 잡는다면 현 정권과 차별화되는 그런 후보가 유리한 구도에 올라설 수밖에 없는데, 아무래도 김 전 대표가 영향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김 전 대표가 대선 후보가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김 전 대표의 영향력이 미치는 후보가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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