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초선 만난 박 대통령...비판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격의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서 사드·신공항·김영란법 논의
전문가 "마지막 보루 TK 민심 악화에 반전의 계기 잡으려 소통"
격의 없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서 사드·신공항·김영란법 논의
전문가 "마지막 보루 TK 민심 악화에 반전의 계기 잡으려 소통"
박근혜 대통령이 TK(대구·경북)지역 새누리당 초재선 의원들을 만나 2시간 가량의 면담을 진행했다. 참석자에 따르면 장내 분위기는 격의가 없었을 뿐더러 화기애애했다. 전당대회를 앞둔 시점에 특정 지역 의원들을 만난다는 데 대한 비판여론도 일었지만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일단 무너져가는 텃밭의 재건이 절박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4일 오전 10시 청와대에서 이완영·곽상도·최교일·정태옥·추경호·이만희 의원 등 TK 지역 의원 11명을 만나 사드배치, 신공항, 경북도청 이전부지 개발 문제, 김영란법 등 지역현안을 논의했다. 김정재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두 시간동안 정말 지역문제와 민심을 전달하는데 100% 할애된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김 의원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우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국민과 나라 안위 최선의 결정을 했다"며 의원들의 협조를 부탁했다. 또 "성주 군민의 불안감을 덜고자 성주군이 추천하는 새로운 지역이 있다면 면밀하게 조사를 하겠고, 조사결과를 정확하고 상세하게 국민에게 알리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남권 신공항 무산으로 흔들렸던 TK지역의 민심에 대해서는 "대구 주민의 안타까운 마음을 충분히 잘 알고 있다"며 "대구공항과 공군기지(K2)의 통합·이전은 인근 지역에 소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대로, 반드시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대통령은 김영란법 시행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석한 의원들은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지역 농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며 이에 대한 보완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에 대해 박 대통령은 "정부 뿐 아니라 국회도 최선을 다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당 내에서는 비주류를 중심으로 이날 면담에 대해 '청와대의 전당대회 경선 개입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된 바 있다. 김성태 의원은 이날 오전 'TBS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의 TK의원 회동은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것"이라며 "전당대회가 5일 남은 시점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무성 전 대표도 전날 "전대를 앞두고 (대통령이) 특정 지역 의원들을 만나는 건 잘못된 일"이라고 공개 비판했다.
하지만 당장 박 대통령 앞에 닥친 문제는 추락하는 TK지역 민심이다. 여권의 지지기반인 TK의 민심 이탈이 심상치 않자 민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지역별 국정운영 지지율 현황을 살펴보면 TK지역의 지속적인 지지율 하락이 눈에 띈다.
데일리안이 의뢰해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지난달 31일부터 8월 1일까지 이틀간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설문지를 이용한 유·무선 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실시한 8월 첫 째주 정례조사에 따르면 TK지역에서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34.5%를 기록했다. 취임 이후 처음으로 30%대로 떨어진 것이다. 조사의 전체 응답률은 3.0%고 표본추출은 성, 연령, 지역별 인구 비례 할당으로 추출했다. 표본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3.1%p다.
지난 1일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이 기관이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5일 간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30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CATI)·스마트폰앱(SPA)·자동응답(ARS) 혼용 방식으로 무선전화와 유선전화 병행 임의걸기(RDD) 방식으로 실시한 '7월 4주차 주간집계'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TK지역에서 긍정평가 35.8%, 부정평가 57.6%를 기록했다.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여론조사기관인 한국갤럽에서도 7월 19~21일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TK 지역에서 박 대통령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가 38%, 부정 평가는 52%로 나타났다. 이달 첫째주 55%였던 박 대통령의 대구·경북지역 지지율은 사드 배치 결정 뒤인 둘째주 조사에서 48%로 7%포인트 하락했고, 이번주에는 38%로 다시 10%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조사 응답률은 1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각 여론조사의 통계보정은 2016년 1월말 행정자치부 발표 주민등록 인구를 기반으로 성 연령 지역별 가중 값을 부여했다. 그 밖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4.13 총선 전 박 대통령의 구상은 TK와 충청을 묶어서 국정 장악력을 유지하고 퇴임 후까지 대비하는 전략을 가다듬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하고 신공항, 사드배치 논란까지 불거지며 대통령의 구상이 무너진 셈이다"며 "마지막 보루인 TK지역의 민심이 악화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잡기 위해 소통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