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쓴 ‘EPL 칠공주’ 누가 어떻게 퍼부었나

데일리안 스포츠 = 김윤일 기자

입력 2016.09.05 00:00  수정 2016.09.04 22:59

우승후보 7개 클럽, 천문학적 이적료 사용

결국 우승 트로피는 하나, 최후 승자는?

아무리 돈을 많이 써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릴 수 있는 팀은 단 하나다. ⓒ 게티이미지

혼돈의 시대로 접어든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가 우승을 꿈꾸는 각 클럽들의 화끈한 돈 잔치로 시즌 출발을 알리고 있다.

EPL 20개 클럽이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지출한 이적료는 무려 14억 2000만 유로(1조 7762억 원). 당연히 전 세계 리그 중 이적료 지출 1위다.

이 가운데 우승 후보로 손꼽히는 7개 클럽의 지출 이적료만 8억 9220만 유로(1조 1160억 원)에 달한다.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지갑을 연 이유는 지난해 레스터 시티의 깜짝 우승이 큰 몫을 차지한다. 지난해 EPL은 디펜딩 챔피언 첼시가 일찌감치 몰락의 길을 걸었고, 큰손 맨체스터 시티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우승권에 근접하다 시즌을 마감했다. 이른바 ‘EPL판 칠공주 시대’가 열린 셈이다.

3라운드까지 진행된 현재, 가장 많은 돈을 쓴 3개 클럽(맨시티, 맨유, 첼시)이 나란히 전승 행진을 내달리며 앞서나가고 있다. 토트넘과 아스날, 레스터 시티, 리버풀은 1승씩 밖에 추가하지 못했지만, 알짜배기 선수들을 영입해 다시 치고 올라갈 원동력이 충분해 보인다.


1억 유로 지출만 4팀, 화끈한 돈잔치

가장 많은 돈을 쓴 클럽은 역시나 ‘진정한 부’ 맨시티다. 맨시티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2억 1300만 유로를 뿌리며 클럽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액수는 이적시장 역대 최고 지출인 2009-10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2억 5740만 유로에 버금간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카, 카림 벤제마, 사비 알론소를 영입했다.

맨시티는 레알 마드리드처럼 빅네임 선수는 없었지만 그야말로 팀에 필요한 선수들만을 영입했다는 평가다. 수많은 클럽들이 군침을 흘렸던 존 스톤스와 르로이 사네, 가브리엘 헤수스, 일카이 귄도간 등이 그들이다. 일각에서는 오버페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지만, 이들을 고른 이는 다름 아닌 펩 과르디올라다.

맨유 역시 조제 무리뉴 감독을 위해 1억 8500만 유로를 아낌없이 지출했다. 이는 2014-15시즌(앙헬 디 마리아, 루크 쇼, 에레라 등)에 이은 구단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이 쓴 액수다. 눈에 띄는 점은 맨유가 영입한 선수의 숫자다.

고작 4명. 이적시장 역대 최고액 기록을 갈아 치운 폴 포그바를 비롯해 헨리크 미키타리안, 에릭 베일리에게만 모든 이적료가 집중 투자됐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공짜로 얻는 수확도 있었다. 3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맨유의 영입은 그야말로 대성공이다.

EPL 우승후보 7개팀의 지난 2년간 이적시장 지출 및 수입. ⓒ 데일리안 스포츠

최근 합리적 선수 영입 노선을 걸었던 첼시도 모처럼 지갑을 열었다. 1억 4130만 유로의 지출은 클럽 레코드 3번째 기록이다. 미키 바추아이, 은골로 캉테, 마르코스 알론소가 첼시 유니폼을 입었고, 다비드 루이스도 2년 만에 런던으로 돌아왔다. 선수들의 영입 의도를 놓고 보면 맨시티와 무척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짠돌이’ 행보로 비판의 도마 위에 올랐던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 감독도 돈 잔치 대열에 합류했다. 아스날이 쓴 1억 1300만 유로는 당연히 클럽 레코드이며, 지난 시즌(2900만 유로)보다 약 4배 가까이 증가한 액수다. 하지만 우물쭈물한 행보로 선수들의 몸값만 잔뜩 높여 오버페이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벵거 감독이 비판을 잠재울 길은 우승 밖에 없다.

레스터 시티와 토트넘도 지난 시즌보다 많은 돈을 선수 영입에 사용했고, 유일하게 씀씀이가 리버풀도 7990만 유로라는 적지 않은 돈을 퍼부었다. 이들은 지난 시즌보다 두터워진 스쿼드로 저마다 우승을 꿈꾸는 클럽들이다.

지난해 프리미어리그는 레스터 시티의 깜짝 우승으로 ‘돈이 승리를 가져다주지 않는다’라는 격언이 입증된 시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클럽들이 아랑곳하지 않은 채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선수 영입에 사용하고 있다. 과연 2016-17시즌 38라운드에서 울고 웃을 팀은 누가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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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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