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입 연 이화여대 이사장 "총장 해임 논의할 수 없어"
편지글 통해 "학생들은 이미 승자…거리 투쟁은 값진 승리 퇴색시킬 뿐"
평생교육단과대 사업으로 촉발됐던 이화여대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이번 사태에 침묵하고 있던 이사장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장명수 이사장은 앞서 학생들이 사태의 해결을 위해 이사회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요구한 데 대해 “총장의 해임을 논의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장 이사장은 지난 8일 ‘이화가족 여러분께’라는 제목의 편지를 통해 “어떤 이유에서든 사퇴 서명에 동참하지 않은 교수들이 80%가 넘는 상황에서 이사회가 총장의 해임을 논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저도 평단사업 추진과 시위 대처과정에서 총장이 여러 가지 잘못과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총장 사퇴로 인한 혼란보다는 총장 스스로 이 사태 수습을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다수 교수들의 생각이라면 그들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교수들이 중심이 된 추천위원회가 총장후보를 선출하도록 규정된 만큼, 해임 역시도 총장 후보 선출에 참여했던 구성원들의 동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장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동안 이사회가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해 비난을 받은 것과 관련, 장 이사장은 “재단은 학교운영에 대한 간섭이나 개입을 최소화하고 대학의 자율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시대의 사회적합의이며, 이사장으로서의 평소 소신이기도 하다”고 에둘러 해명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기성세대가 생각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시위문화를 만들어 내며 평단사업을 백지화시킨 학생들은 이미 승자”라며 “총장 사퇴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거리로 나아가 투쟁하겠다는 것은 여러분의 값진 승리를 퇴색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분열을 두려워하는 대신 다른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며 “왜 오늘과 같은 사태가 왔는지 함께 자책하며 이 시련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장 이사장은 학생들을 향해 “이화는 의혹을 남기며 일하는 학교가 아니다. 투명하고 정직하고 깨끗하게 일해 온 학교다. 이제 선배들을 믿고 스승들을 믿고 무거운 짐을 나눠지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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