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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프린터 사업 매각...속도내는 '이재용식 실용주의' 경영


입력 2016.09.12 17:48 수정 2016.09.12 18:12        이홍석 기자

물적불할 후 내년 HP에 1조7000억원에 매각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따른 '선택과 집중'...신수종사업 재편도 주목

삼성전자 서초사옥 전경.ⓒ연합뉴스
삼성전자가 프린터사업을 HP에 매각한다. 이는 수년간 누적돼 온 적자에 향후 성장성마저 불투명해지면서 비주력사업으로 분류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선택과 집중’을 하겠다는 이재용식 '실용주의 경영'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과거 신수종 사업으로 꼽혔던 프린터사업의 매각으로 향후 삼성의 신수종사업 재편도 주목되고 있다.

12일 삼성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프린터사업부 매각은 실용주의 경영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이 날 오후 공시를 통해 프린터사업부를 약 10억5000만달러(약 1조1545억원)에 HP로 매각한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1일자로 신설회사로 물적 분할한 뒤 1년간 매각 준비 작업을 진행한 뒤 내년 말 매각을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매각으로 삼성전자의 프린터사업은 지난 30여 년간 합작→독자사업→매각으로 귀결됐다. 지난 1984년 미국 휴렛팩커드(현 HP)와 합작해 자본금 81억원 규모로 ‘삼성휴렛패커드’를 설립하면서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IMF와 맞닥트리면서 1998년 보유한 삼성휴렛팩커드 지분(45%)을 모두 HP에 넘겼지만 레이저 프린터를 중심으로 자체 사업을 강화해왔다.

◆실용주의 경영...‘비주력’ 프린터사업 매각=프린터사업은 지난 2007년 신수종사업으로까지 주목받았지만 정점을 찍고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프린터사업부의 지난해 연 매출은 약 2조원으로 소비자가전(CE)부문 전체 매출의 5~6%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업간거래(B2B) 성격이 강해 프리미엄 제품으로 수익성 강화를 꾀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프린터사업은 이재용 부회장의 실용주의 경영 방침에 따라 비주력사업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4년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실용주의 경영노선을 분명히 해 왔다. 사업이 정체돼 있거나 향후 성장성이 불투명하다고 판단되면 우리보다 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다른 기업에 넘기고, 그 여력을 우리가 잘 할수 있는 분야나 영역에 선택과 집중하자는 것이 그의 경영방침이다.

지난해 화학과 방산 계열사들을 한화와 롯데에 잇따라 넘긴 것도 이러한 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었다. 특히 한화로 넘어간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과 한화토탈(옛 삼성토탈) 등은 올 상반기 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등 매각 이후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한화종합화학은 매각 전까지 업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다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 올 상반기 실적 개선이 지속되고 있으며 한화토탈은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이 부회장의 이러한 선택과 집중 노선은 삼성의 새로운 신수종 사업 육성과 맞닿아 있다. 비주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해서 그룹의 향후 10~20년 새로운 먹거리를 키워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삼성이 최근 바이오 사업 육성에 적극 나서는 것도 이러한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로 자리 잡기 위해서라도 자회사로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손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 등 바이오 업체들의 성과가 보다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프린터사업부가 미국 HP에 매각됐다. 사진은 미국 사무기기 전문 평가기관 '바이어스랩'으로부터 3년 연속 '올해의 흑백 프린터와 복합기 라인업상'을 수상한 삼성전자 프린터와 복합기들.ⓒ삼성전자
◆급변하는 사업환경...신성장동력에 변화 오나=이번 매각으로 신수종사업에서의 변화도 예고되고 있다. 과거 신성장동력으로 꼽혔던 분야라고 할지라도 부진이 누적되고 향후 성장성이 불투명하다면 언제라도 매각해 성장잠재력이 큰 분야에 투자할 수 있다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매각이 결정된 프린터사업도 지난 2007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꼽혔던 신성장동력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프린터 외에 미래 먹거리로 태양전지·연료전지 등 에너지, 바이오·헬스, 로봇, 시스템LSI(비메모리), 와이브로(WiBro) 등을 꼽았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3년 뒤인 2010년 5월 발표한 삼성의 5대 신수종 사업에서 제외됐다. 이후 빠르게 변화한 산업 환경을 체감하면서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당시 발표된 5대 신수종사업은 △태양전지 △자동차용 2차 전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제약 △의료기기 등이었다. 이 중 태양전지 사업은 지난 2014년 담당 조직이 연구개발단계에서 철수하면서 사실상 그룹의 신수종사업에서 제외된 상태다. LED도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사업부에서 사업팀으로 축소되는 등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그룹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다른 신수종 사업들도 사업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언제라도 처지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김영우 SK증권 수석연구위원은 “프린터사업부 매각으로 향후 삼성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한층 강화될 것”이라며 “바이오 등 신수종 사업의 역량을 끌어 올려 비주력사업 매각으로 얻은 자원 투입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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