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거나 위험하거나…원내대표 어떤 자리길래?
입각 등 수직이동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중도사퇴도 다수
취임 150일여만에 사퇴한 유승민·총선 참패 멍에 원유철
입각 등 수직이동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중도사퇴도 다수
취임 150일여만에 사퇴한 유승민·총선 참패 멍에 원유철
새누리당의 원내대표는 어떤 자리이길래 거쳐가는 의원들마다 '고난의 길'을 피할 수 없었던 것일까. 여당 원내대표는 각종 권한이 집중돼 있는 화려한 자리이면서도 동시에 정치생명을 단축하는 위험한 자리이기도 하다. 이들 가운데는 입각하거나 당대표로 수직이동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임기를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하차해야 했던 경우도 다수였다. 대표적으로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경우가 그렇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지난 24일 야당의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단독 처리를 막지 못한데 책임지겠다며 원내대표직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새누리당은 2004년 이회창 총재 시절의 '제왕적 총재'에 따른 폐단을 없애고 원내정당화를 지향하기 위해 원내총무의 명칭을 원내대표로 바꾸며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당 소속 의원들을 이끄는 수장 역할을 한다. 당 총재가 모든 걸 결정하던 예전과 달리 요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에서는 당 대표와 원내대표가 분리돼 있다. 이른바 '투 톱 시스템'이다. 대표가 최고위원들과 함께 당 운영을 책임진다면 원내대표는 국회 안의 의정 활동을 책임진다. 둘다 막강한 권력을 갖는 자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실속으로 따지자면 원내대표가 휠씬 알짜인 셈이다.
우선 원내대표, 특히 다수당의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위원장직을 맡는다. 국회직인 만큼 각종 수당과 경비가 지원된다. 정치적 책임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당 대표는 2년 임기지만 재보선이라도 규모 있는 선거에서 지면 사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반면 임기 1년짜리 원내대표는 웬만해선 물러나는 일이 없다. 또 원내대표의 권한은 상시적이다. 현안이 터지면 대정부질문이나 긴급현안질의를 할 수 있고 나아가 국정조사나 청문회 같은 것도 여야 합의를 통해 실시할 수 있다.
법안도 마찬가지다. 상임위 합의가 기본이지만 주요 쟁점법안의 경우 원내대표의 지휘로 처리 여부가 갈린다. 예산안 처리를 주도하는 것도 원내대표다. 물론 당내 의원들의 대표인 만큼 의원들과 관련된 각종 권한도 원내대표가 갖는다. 상임위 배정에서부터 의원회관 방 배정, 본회의장 자리 배정까지 모두 교섭단체 대표, 즉 원내대표의 권한이다. 여기에 원내수석부대표와 원내대변인, 부대표단 등에 대한 인사권도 갖는다.
원내대표 체제 출범 후 그동안 12명의 원내대표가 거쳐 갔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원내대표 임기를 마치고 입법부 수장 자리에 올랐고,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원내대표 임기 중에 내각으로 옮겼다. 홍준표·안상수·김무성·황우여 전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임기를 마치고 당 대표에 선출됐다. 그러나 이들 중 당 대표 임기 2년을 끝낸 의원은 황 전 원내대표 밖에 없고, 나머지는 중간에 물러났다. 황 전 원내대표는 당 대표 후 교육부총리로 발탁됐다. 최경환 의원은 원내대표에 이어 경제부총리로 입각했다. 안 전 원내대표는 이명박 정부에서 원내사령탑을 두 차례 지냈다.
임기 중간에 이런저런 사유로 그만 둔 원내대표는 김덕룡·강재섭·이재오·유승민 전 원내대표 등이다. 한나라당 시절 원내대표였던 강재섭 전 대표는 2005년 사학법 협상 문제에 대한 당내 반발로 9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바 있다. 이재오 의원은 당 대표 출마를 이유로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경우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또한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재임기를 겪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야당을 상대로 박근혜정부 최대 숙원 과제 중 하나였던 공무원연금 개혁 협상을 이끌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가 반대했던 국회법 개정안을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함께 통과시킨 것이 발목을 잡았다. 박 대통령은 결국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이어 국무회의 석상에서 유 전 원내대표를 겨냥, "배신의 정치"를 운운하며 비난을 쏟아냈고, 유 전 원내대표는 그로부터 정확히 13일만이자 취임 156일만에 원내대표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중도하차로 공석이 된 원내대표직은 그의 정책위의장 파트너였던 원유철 전 원내대표에게 돌아갔다. 그는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 직후인 지난해 7월 경선에서 합의추대 됐다. 전임자에 비해 큰 무리 없이 임기를 마치게 됐지만, 임기 말 예상치 못했던 새누리당의 4·13 총선 참패로 인해 한참 상승세이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게 됐다.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총선 패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데다가 최고위 전원 사퇴 후 비상대책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불거진 당내 계파 간 잡음의 한가운데로 내몰렸다.
당초 원내대표의 사퇴는 이례적이었다. 예전에는 여야 원내대표단이 쟁점을 놓고 협상을 벌일 경우 종종 직을 걸곤 했다. 격론 끝에 합의사항이 도출될 경우 이를 의원총회에 붙였고 만약 부결되면 협상의 책임을 지고 원내대표가 사퇴하곤 했다. 하지만 원내대표의 권한과 독립성이 강화되면서 이런 모습은 보기 어려워졌다. 잠정 합의를 들고 가 당내 의원들에게 타박을 받고 재협상을 벌이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자리를 지키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여전히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는 임기 때마다 곤혹스러운 상황을 마주하고 사의를 표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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