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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에게 반하는 시간 '럭키'


입력 2016.10.09 07:49 수정 2016.10.09 08:44        부수정 기자

첫 원톱…이준·조윤희·임지연 등 가세

반전 코미디 표방…이계벽 감독 연출

유해진 주연의 '럭키'는 성공률 100%, 완벽한 킬러 형욱(유해진)이 목욕탕 키(Key) 때문에 무명배우로 운명이 바뀌면서 펼쳐지는 반전 코미디다.ⓒ쇼박스

유해진의, 유해진에 의한, 유해진을 위한 영화.

영화 '럭키'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럭키'는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유해진의 첫 원톱 주연작이다. 유해진의 매력으로 속을 채운 영화다.

형욱(유해진)은 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완벽한 킬러. 의뢰받은 사건을 깔끔하게 처리한 그는 증거를 없애기 위해 우연히 들른 목욕탕에서 비누를 밟고 넘어져 정신을 잃는다. 현장에는 형욱의 인생을 바꿔놓을 중요한 사람이 있었는데, 자살 직전 신변 정리를 위해 목욕탕에 들른 무명 배우 재성(이준)이 그 주인공이다.

인기도, 돈도 없어 삶의 의욕 없이 살아가던 재성(이준)은 형욱이 부자인 줄 알고 그의 목욕탕 사물함 열쇠와 자신의 열쇠를 바꿔 도망친다.

형욱의 고급 아파트에 들어간 재성은 하루만 부자로 사는 건 괜찮다며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지만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은주(임지연)와 엮이면서 형욱 행세를 이어가게 된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형욱은 자신이 무명 배우 재성이라고 생각한다. 구급대원 리나(조윤희)의 도움을 받아 분식집에 취직한 그는 탁월한 칼솜씨를 발휘하며 분식집의 유명 인사가 된다. 이후 배우로서 성공하기 위해 노력하던 찰나 갑자기 떠오른 기억으로 혼란을 겪는다.

배우 유해진은 영화 '럭키'에서 킬러에서 무명 배우로 운명이 바뀌는 형욱 역을 맡아 첫 원톱 주연에 도전했다.ⓒ쇼박스

'럭키'는 일본 우치다 켄지 감독의 '열쇠 도둑의 방법'을 한국 정서에 맞게 각색한 영화로 킬러 형욱(유해진)이 목욕탕 키(Key) 때문에 무명배우로 운명이 바뀌면서 펼쳐지는 반전 코미디다.

'야수와 미녀'(2005)를 연출하고 '커플즈'(2011)와 '남쪽으로 튀어'(2013)의 각본을 쓴 이계벽 감독이 11년 만에 복귀했다. 제목 '럭키'는 럭(Luck 행운), 키(Key 열쇠) 두 영어 단어의 조합으로 탄생했다. 행운이라는 뜻보다는 키를 통해 인생의 반전을 겪으면서 미처 몰랐던 인생의 묘미를 맛본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코미디 영화를 꾸준히 만들었는데 '럭키'는 단순히 웃음만을 전달하는 걸 넘어서 따뜻함과 훈훈함, 유쾌함을 전하고 싶다"며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힐링'했으면 좋겠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럭키'는 코미디 영화가 주는 웃음이 강점이다. 기존 코미디에서 봐왔던 유치하고 어이없는 장면을 최대한 줄인 게 미덕. 무엇보다 1971년생인 형욱이 1984년생으로 살면서 벌어지는 각종 에피소드가 배꼽을 잡게 한다. 노안인 형욱의 나이를 듣고 깜짝 놀라는 사람들의 모습, 형욱이 화려한 칼솜씨로 단무지 꽃을 만드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무겁고, 진지한 영화가 주를 이루는 가을 극장가에 나온 점도 내세울 만하다. 큰 고민 없이 웃고, 즐기려는 관객들에게 추천한다.

배우 유해진은 '럭키'를 통해 코믹, 멜로, 액션 등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인다.ⓒ쇼박스

'럭키'가 전형적인 코미디로 빠지지 않은 건 오롯이 유해진 덕이다. 앞서 이 감독은 '킬러와 무명 배우를 오가는 유해진의 코미디와 로맨스가 사랑스럽고 순수하게 그린 점'을 관전 포인트로 밝힌 바 있다. 이 감독의 말마따나 '럭키'는 유해진의 액션, 누아르, 드라마, 멜로, 코미디 등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총망라한 작품이다.

유해진은 형욱과 재성, 너무나도 다른 두 인물을 20년 경력의 준수한 연기력으로 표현했다. 킬러의 카리스마 액션뿐만 아니라 풋풋한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순수함이 유해진의 얼굴에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그가 액션을 할 때나, 로맨스를 할 때나 관객들이 웃을 수 있는 건 유해진이라는 배우가 지닌 '친근한 이미지' 때문인 듯하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는 묘한 매력의 얼굴, 순수하면서 박력 있는 모습에 관객들이 반할 듯하다.

아쉬운 점도 있다. 숨겨진 반전이 나오긴 하지만 관객의 뒤통수를 '훅' 때리는 정도에 미치지 못한다. 형욱이 기억을 찾는 과정이 과하게 생략돼 다소 뜬금없다. 형욱과 재성, 은주가 얽힌 사건도 너무 빨리 해결되면서 결말을 서둘러 봉합한 듯한 느낌이 든다.

10월 13일 개봉. 112분. 15세 관람가.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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