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서 드러난 '농협부실'…농협은 '쩔쩔'
농협은행, 김재수 장관 '황제대출' 논란도 도마에
농협은 5일 국정감사에서 농협과 관련한 각종 부실 운영, 특혜 대출 등 잇따른 지적에 진땀을 흘렸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 농협금융지주에 대한 국정감사에선 '착오송금', '황제대출', '고액연봉' 등 논란에 대한 십자 포화가 쏟아졌다.
농협 관계자는 그동안 여러 차례 국감을 해온 만큼 "맷집이 있다", "큰 이슈가 없다"며 자신해 왔지만, 각종 의혹 공세에 해명하기 급급했다.
농협은행, 조선-해운 누적 손실 2조원 넘어
특히 농협은행은 조선·해운업종 부실에 따른 누적 손실이 2조5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올해 6월말까지 조선·해운업체로부터 발생한 누적 대손상각 및 대손충당금 전입액이 2조4504억원이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1조1251억원의 손실이 발생해 농협은행의 상반기 적자 규모는 3302억원이었다.
농협은행의 올해 상반기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93.88%로 금융당국의 권고 최소 기준인 100%에 미치지 못했고, 4대 시중은행 평균인 154.47%를 밑돌았다.
아울러 농협중앙회 자회사인 농협무역은 지난 2010년 156억짜리 선박을 구입했지만 이후 6년간 선박관리비, 수리비 등으로 231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홍문표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농협물류는 1997년 중국에서 만들어진 2만6000톤급의 선박을 구입했으나 제대로 된 사업성 평가 절차 등을 거치지 않아 선박 인수가 보다 더 많은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홍 의원은 "농협무역이 구입한 선박이 운영미흡 등으로 막대한 적자와 손실을 보고 있다"며 "이에 대해 어느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질타했다.
적자‧부실 운영에도 10명 중 1명은 연봉 1억원
잇따른 적자‧부실 운영에도 농협중앙회 직원 가운데 1억원 이상 고액연봉자가 381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원대비 비율은 1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이들에게 지급된 인건비만 408억원이었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직원 중 억대 연봉자들의 총원대비 비율은 2014년 5.4%에서 2015년 11.0%로 2배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총인건비 대비 비중 역시 10.1%에서 14.8%로 늘었다.
또한 농협중앙회 임원 7명은 3억1200만~3억7900만 원에 달하는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농협중앙회 정규직 일반직원 최상위 연봉자와 비정규직인 계약직의 연봉 격차가 5배에 달했다.
정규직 5급의 경우 5600만원, 4급은 8300만원, 3급은 9700만 원, M급은 1억1200만원의 연봉을 받은 데 비해 비정규직인 계약직의 평균 연봉은 2500만원에 불과했다.
여기에 농협중앙회 직원들은 2010년 이후 6년 동안 기본성과급 1조1526억원과 함께 특별성과급 1737억원 등 총 1조3263억 원의 성과급을 챙겼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 "연말 흑자결산 가능"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농협금융 대규모 적자' 지적에 "상반기 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9월에는 900억원의 흑자가 예상된다"며 "연말에는 2000억~3000억원 흑자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또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STX조선 등 부실이 3조4000억원, 잔재부실도 전수조사를 통해 1조원 가량으로 예상된다"며 "해당 부실채권을 가급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협금융은 조선, 해운업 부실로 상반기에만 1조3000억원의 충당금을 적립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농협금융은 하반기에도 4000억원의 충당금을 더 쌓을 예정이다.
상반기 329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NH농협은행은 3분기 중 2600억원 가량의 순이익을 거둬 적자 규모를 700억원 수준으로 줄였다고 밝혔다.
농협은행, 김재수 장관 '황제대출' 논란도 도마에
아울러 이날 국감에선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농협은행으로부터 '1%대 초저금리' 혜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농협은행이 김 장관에 대한 담보대출에 적용한 금리가 농협은행 담보대출자 57만여 명 중 6번째로 낮은 것으로 나타나 "황제대출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김 장관과 같은 금리 혜택을 본 사람은 978명에 불과했다. 전체 대출자의 0.17%다.
이와 관련 이경섭 농협은행장은 "금리 선택권은 고객에게 있다"며 "특혜대출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이어 "김 장관의 대출 금리 책정은 거래 기여도에 따라서 진행되며 시스템에 의해서 대출 거래가 일어난 것"이라며 "개인에게 특혜를 주기 위해 거래가 발생한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금리 혜택' 발언에 "농협은행장 물러날 생각 있느냐" 공세도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김 장관은 2014년 6월 농협에서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프리미엄 모기지론' 3억2000만원을 2.70% 금리로 빌렸다.
이는 지난해 1.75%로 떨어지더니 올해엔 1.42%까지 낮아졌다. 농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2.84%였다. 김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은 농협은행의 특혜 대출의혹을 제기하며 거세게 몰아세웠다.
아울러 이 행장은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의 "김 장관은 변동금리를 선택했기 때문에 금리가 1%대로 낮춰진 것 아니냐"는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이에 김 의원은 "농협은행장이 지난 인사청문회에서 김 장관에게 혜택을 줬다는 발언으로 국회 파행의 한 원인이 됐다. 책임지고 물러날 생각이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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