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부권-캔 투척’ 김현수, A등급 찬사...아름다운 마무리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입력 2016.10.09 00:20  수정 2016.10.09 00:22

야구 인생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2016시즌

영원히 기억에 남을 만한 아름다운 시즌으로 바뀌어

지난달 29일 대타 홈런 때린 김현수. ⓒ 게티이미지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행사할 정도로 벅 쇼월터 감독을 비롯한 볼티모어 수뇌부와 시즌 초반 갈등을 빚었던 ‘타격 머신’ 김현수가 ‘A등급’의 평점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볼티모어 선'은 8일(한국시각) 올 시즌 볼티모어 선수들을 평가하면서 김현수에게 'A등급'을 부여했다. 김현수 외에 이 평점을 받은 야수는 매니 마차도, 올 시즌 아메리칸리그 홈런왕 마크 트럼보 뿐이다.

‘볼티모어 선’은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았지만 김현수는 계약 조건(마이너리그 강등 거부권)으로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진입했다. 이후 그의 가치를 계속 증명해 나갔다"고 썼다.

이어 "그는 올 시즌 볼티모어에서 가장 출루능력이 꾸준했던 선수"라며 "토론토를 상대로 올 시즌 가장 결정적일 수 있는 홈런을 쳐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토론토전 대타 홈런을 다시 띄운 것이다. 최초의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에서는 4타수 무안타로 물러났지만 당시의 임팩트는 강렬했다.

KBO를 정복하고 올해 처음 메이저리그에 도전한 김현수는 야구인생에서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끝은 창대했다.

김현수는 FA자격을 얻어 볼티모어와 2년 700만 달러라는 나쁘지 않은 조건에 계약을 체결하며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 시절 국내 최고의 타격기계로 불리며 정교한 타격과 출루 능력을 인정받았지만, 빅리그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미지의 아시아 신인에 불과했던 김현수는 무명의 비애를 톡톡히 겪었다.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1할대에 그치며 매우 부진했다. 구단은 김현수를 마이너리그로 보내려 했으나 선수 측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무산됐다. 김현수 입장에서는 계약에 합의된 정당한 권리를 행사한 것이었지만 이로 인해 일부 홈팬들은 김현수에게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개막전에서 팬들이 자신들의 응원하는 팀의 선수를 모독한 황당한 장면이었다.

시즌 초반까지도 김현수에게는 좀처럼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국내 팬들은 덕아웃에서 기회를 기다리면서 동료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누지 못하고 주눅 들어 보이는 김현수의 모습을 보고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묵묵히 칼을 갈았다. 간간이 오는 기회도 하위타순이거나 그나마 플래툰시스템 적용을 받았지만 간절함과 열정을 바탕으로 김현수는 조금씩 자신의 진가를 드러냈다. 포지션 경쟁자들의 부진과 맞물려 김현수의 타격감은 상승곡선을 그렸고 그를 향하던 의구심과 비난의 시선들도 점차 바뀌어갔다.

김현수를 둘러싼 해프닝은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도 계속됐다. ⓒ 게티이미지

시범경기 부진 당시만 해도 김현수를 냉대하던 볼티모어 구단과 벅 쇼월터 감독이 “김현수를 마이너리그로 내려 보내려 했던 판단은 실수”였다고 인정한 장면은 김현수의 달라진 팀내 입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었다. 타율이 상승 곡선을 그리면서 타순과 출전 시간도 점점 높아졌다.

김현수에게 올 시즌 최고의 순간은 단연 지난달 29일 토론토와의 원정경기에서 9회초 대타로 등장해 극적인 역전 결승 투런포를 쏘아 올린 장면이다. 볼티모어가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은 경기이기도 했다.

김현수의 올 시즌 기록은 타율 0.302(305타수 92안타), 6홈런, 22타점이다. 비록 규정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치열한 주전 경쟁과 주변의 저평가를 실력 하나로 이겨내고 1년 내내 꾸준한 활약을 선보였다. 심지어 포스트시즌까지 밟았다는 점에서 김현수의 첫 시즌은 충분히 성공적이라고 평가할만하다.

김현수를 둘러싼 해프닝은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도 계속됐다. 김현수는 토론토와의 포스트시즌 경기에서 7회말 외야 플레이 수비 도중 외야 관중석에서 날아든 알루미늄 캔에 맞을 뻔한 아찔한 상황에 놓이기도 했다. 다행히 캔은 김현수를 빗나갔다.

가까이서 이를 지켜본 팀 동료 중견수 애덤 존스가 “당시 토론토 관중들이 김현수를 향해 인종차별 발언까지 했다”는 사실을 폭로하며 김현수는 시즌 막바지까지 논란의 중심에 휘말렸다. 시작부터 끝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현수의 빅리그 첫 시즌이었지만 ‘A등급’의 찬사를 받으며 아름답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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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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