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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군부대 방문, 문재인 겨냥한 정치적 행보?


입력 2016.10.19 20:50 수정 2016.10.19 22:18        문대현 기자

'회고록'의 문재인과 대비되는 안보행보로 여론전의 우위 확보 의도

"군인들과 직접 소통은 국방에 좋은 영향" 긍정 평가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달 6일 자신이 군복무했던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1포병여단을 찾아 부대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송민순 전 외교부장관의 회고록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0일 강원도 춘천 군부대를 방문한다. 이 대표의 행보가 야당을 겨냥한 안보 공세의 일환으로 해석돼 적절성을 놓고 시비가 일고 있다.

이 대표는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간담회에서 "내일은 최고위원회의를 강원도 춘천에서 현장 회의 위주로 한 번 해볼 생각"이라며 "평창 동계올림픽 상황도 점검하고 군부대도 한번 간 김에 둘러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번 방문길에 김진태 강원도당위원장과 염동열 수석대변인, 윤영석 대표비서실장 등과 동행해 현장 최고위도 열고, 강원도당 핵심당원들을 상대로 안보특강도 할 예정이다. 또 국가유공자 단체와 오찬 간담회를 가진 뒤 양구로 이동해 군부대 및 GOP를 방문하고 부사관 가족, 민통선 인근 마을주민 등과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서울로 복귀하지 않고 마을회관에서 주민들과 동숙을 한 뒤 21일 오전에 귀경키로 했다.

이 대표의 군부대 방문은 송 전 장관 회고록으로 대북·안보관이 공격받고 있는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겨냥한 정치적 행보라는 시각이 만만찮다. 최근 이 대표는 '송민순 회고록'이 공개되자 "문 전 대표가 북한과 내통·모의했다"고 직격했다. 문 전 대표가 사실상의 국가보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제기하며 초강경 자세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문 전 대표와 대비되는 안보 행보를 펼치면서 보수층을 결집하고 중도층에도 공감대를 확산하는 등 여론전에서 우위를 확보하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의 안보 행보, 오히려 장병들에게 민폐?

이 대표의 군부대 방문은 이번이 취임 이후 두번째다. 그는 지난 9월 추석 연휴를 일주일여 앞둔 6일 군부대를 찾아 안보 태세를 점검하고 장병들을 격려했다. 당시는 북한의 잇단 미사일 발사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문제 등으로 한반도 주변 위기감이 고조되는 상황으로 여야가 안보 경쟁에 나섰던 것이다. 이 대표는 이 때도 1박 2일 일정으로 경기 파주시 한 군부대를 방문해 사격훈련과 야간 점호, 야간 경계근무까지 함께 했다.

그러나 당시 이 대표의 방문을 앞두고 약간의 논란이 일었다. 집권여당 대표의 방문을 앞두고 부대원들이 숙소를 정리정돈하고 청소하는 등 안보보다 의전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점 때문이다. 씨알재단 운영위원이자 성남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백찬홍 씨는 당시 자신의 SNS에 "군복무자들은 예하부대에 사단장 한 명만 와도 부대전체 대청소에 내무반 각을 잡느라 얼마나 힘든지 잘 알 것”이라면서 “집권당 대표가 명절을 앞두고 장병들과 1박을 한다니 해당 부대원들은 명절은커녕 지옥문이 열리겠네요. 민생이 아니라 민폐"라고 비판했다.

당시 여론은 백 씨의 의견에 힘을 실어줬고 이 대표의 1박 2일 병영생활을 '보여주기식 쇼'로 규정했다. 병사들의 입장에선 소대장과 동숙하는 것도 신경 쓰이는데 집권여당의 대표가 오는 것은 오죽하겠냐는 것이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내용의 비판 여론이 온라인 상에서 일고 있다. 한 네티즌은 "진심 군부대 방문 좀 안 했으면 좋겠다. 쓸데 없이 사병들 힘들게 괴롭히지 좀 말길"이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한 명 때문에 수백명이 고생하는 것은 생각도 안 하나"라고 비판했다.

간부 생활을 하다 최근 군문을 나온 김모 씨도 "부대에 사단장만 와도 며칠 전부터 준비를 한다고 부산하다"며 "집권여당의 대표가 온다고 하면 지휘관부터 사병까지 신경을 많이 쓸 것이고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적인 의도와 결부시켜 군부대 방문을 비판하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한 정치평론가는 '데일리안'에 "이 대표가 군부대 실태를 점검하면서 안보를 강조하는 목적으로 군부대를 방문한다고 하지만 정치적인 속내가 내포돼 있을 것"이라며 "좋게만은 볼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일부에선 그의 행보를 긍정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국방 문제는 앞으로 통일될 때까지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 그런 면에서 이 대표의 군부대 방문은 위급한 안보상황에 국방을 점검할 필요가 있어서 이뤄지는 것일 수도 있다"며 "고생하는 군인들과 직접 소통하고 교감을 하는 것도 국방에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며 호평했다.

문대현 기자 (eggod6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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