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계 성추행 만연? 눈 감고 끼리끼리 쉬쉬하니...

<하재근의 닭치고tv>패거리문화 폐쇄성이 봉건적인 갑질 불렀다

[바로 잡습니다] 박진성 시인 관련 정정보도문

박진성 시인 관련 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지난 2016년 10월 24일 송출된 1건의 기사를 통해 박진성 시인과 관련, '예술계 성추행 만연? 눈 감고 끼리끼리 쉬쉬하니...' <2016년 10월 24일, 하재근 문화평론가>에 대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사실과 다르거나 박진성 시인과 관련 없는 내용인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 잡습니다.

박진성 시인은 지난 2017년 9월 대전지검으로부터 강간과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음을 전해드립니다. 아울러, 박 시인을 고소했던 여성에 대해서 수원지검은 2017년 10월 무고와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그 죄질이 무척 좋지 아니하다고 인정하였으나 초범이고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 등을 감안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하였고 이후 해당 여성은 박 시인과의 민사 소송 과정에서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금을 지급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박진성 시인이 H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했던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18년 7월 박진성 시인에게 제기되었던 모든 성폭력 의혹이 허위라는 판결을 하였고 서울고등법원에서 2018년 12월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이에 바로 잡습니다. 2019년 4월 25일 <편집자주>

박진성 시인의 사과문.ⓒ연합뉴스

박범신 작가가 성추문에 휩싸였다. 전직 출판 편집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SNS에, 과거 박범신 작가와 방송작가, 팬 등 여성 7명 정도가 함께 술자리를 가졌는데 그 자리에서 박범신 작가가 성희롱성 발언을 했고 여성의 몸을 만졌다고 주장했다. 또, 여성들을 나이에 따라 ‘늙은 은교’, ‘젋은 은교’라고 부르는가 하면, 영화 ‘은교’의 여주인공인 김고은에게도 성적 경험에 대해 물어보는 등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인터넷이 발칵 뒤집혔고 박범신은 ‘스탕달이 그랬듯 '살았고 썼고 사랑하고' 살았어요.. 오래 살아남은 것이 오욕~ 죄일지도.. 누군가 맘 상처 받았다면 나이 든 내 죄겠지요. 미안해요~’는 글을 SNS에 게시했다가 비난 여론이 일자 삭제했다. 나이를 내세운 것 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었는데, 이렇게 사과글까지 구설에 오르면서 여론이 더욱 악화됐다.

하지만 박범신은 현재 성추행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그리고 당시 술자리에 동석했던 방송작가와 여성팬들이, 성희롱이나 성추행 등 부적절한 언행이 없었다고 주장한다. 여성팬은 "선생님께서 말하는 은교라 함은 단순한 성적 욕망의 대상이 아니며, 동경과 영감의 대상이 되는 모든 여성을 은교라고 칭한 것"이라고 설명했고, 해당 방송작가의 선배는 성추행 의혹을 제기한 사람이야말로 그 작가에 대해 가해자가 된 상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이 터질 무렵 박진성 시인까지 성추문에 휩싸여 일이 커졌다. 문인지망생이자 박진성 시인의 팬이었다는 여성이 과거 미성년자였던 시절 박 시인과 연락했다가 성희롱성 발언을 들었다고 폭로한 것이다. 그러자 또다른 여성이 박 시인에게 과거 성추행과 ‘자의적이지 않은 성관계’까지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시인은 처음엔 성추행, 성폭행 의혹을 부인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22일엔 SNS에 ‘저로 인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께 사죄의 마음을 전합니다. 저의 부적절한 언행들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라며 사죄의 글을 올렸다. 이것이 성추행과 성폭행을 모두 인정한 것인지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확실히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엔 시인 김현이 문단에 여성혐오가 만연해있다고 주장하는 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김명인 문학평론가가 관련 논란에 대해 ‘문단에선 종종 시민 이하의 일들이 많이 벌어져 왔다’고 주장했다.

이 사태는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 큐레이터가 성추행 의혹에 휩싸이며 미술계로까지 확산됐다. 한 여성이 SNS에 함영준 큐레이터에 대한 의혹을 폭로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함 큐레이터는 ‘여성 작가를 만나는 일에 있어 부주의했음을 인정합니다 ... 특히, 신체 접촉이 이루어진 부분에 대해 깊이 사죄하고 후회한다’고 하며 자숙을 선언했다.

특히 박범신 사건의 경우 아직 불명확한 부분이 있는 등, 각각의 개별적인 사건에 대해 현 시점에서 단정을 내리면서 여론재판으로 이어지는 건 경계해야 한다. 그런 개별적 사건의 내용과는 별도로, 일반적인 차원에서 봤을 때는 예술계 추문은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다.

과거부터 예인들은 일반인보다는 욕망에 충실했고 사회적으로 일탈해왔다. 특히 성도덕 관념이 사회기준을 많이 벗어났다. 현대에 들어와선 욕망에 충실한 것이 예술가의 특권이고, 사회인습에 반기를 드는 것이 저항이라는 인식까지 생겨났다. 거기에 봉건적인 가부장적, 남성우월주의적 사고방식도 온존했다.

게다가 갑을관계까지 형성됐다. 예술가들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권력자나 스타는 아니지만, 그들이 활동하는 좁은 세계 안에서만큼은 그들은 절대 권력자였다. 무명작가, 지망생, 팬, 출판관계자 등에게 유명작가는 자신들의 미래를 좌우할 절대갑이었던 것이다. 미술관 큐레이터나 교수도 마찬가지다. 신인이나 지망생 입장에선 이들에게 밉보일 경우 경력을 망칠 수 있다는 공포를 느낄 수밖에 없다. 사회적으로 크게 주목 받는 부문이라면 사회적 견제라도 있었겠지만 예술 분야는 일반적으로 관심의 사각 지대이고 폐쇄적인 좁은 세계이기 때문에, 유명 작가 등이 견제 받지 않는 절대갑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계에선 과거부터 봉건적인 갑질이 횡행해왔다. 과거엔 약자가 이런 일들을 고발하기가 어려웠지만, 이젠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라는 창구가 생겼다. 또 성문제와 갑질을 보는 시각도 과거보다 훨씬 엄격해졌다. 최근 터진 각각의 사건들의 사실관계와는 별개로, 이런 사회분위기 때문에 예술계 추문은 결국 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무풍지대 속에서 갑의 지위를 누려왔던 유명작가, 교수 등은 이제부터라도 시민적 소양을 갖춰야 할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근거 없는 폭로가 난무하고 여론재판에 억울한 피해자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개별적 사건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겠다.

글/하재근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