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가려진 시간'

부수정 기자

입력 2016.11.03 09:24  수정 2016.11.03 09:33

300대 1 뚫은 신은수와 로맨스 호흡

'잉투기' 엄태화 감독 첫 상업 영화

강동원 신은수 주연의 '가려진 시간'은 친구들과 함께 산에 갔다가 다음날 혼자 구조된 소녀와 며칠 후 훌쩍 자라 나타난 소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판타지 멜로다.ⓒ(주)쇼박스

강동원 신은수 주연
영화 '가려진 시간' 리뷰


어린 수린(신은수)은 사고로 엄마를 잃고 새 아빠와 함께 외딴 섬 화노도에 온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만의 공상에 빠져 홀로 지내는 수린에게 성민(이효제)이 먼저 손을 내민다.

고아원에서 자란 성민은 수린의 상처를 보듬어주며 곁을 내어주는 친구가 되고, 따뜻한 성민의 마음에 닫혀 있던 수린의 마음도 열린다. 두 사람은 둘만 아는 독특한 암호, 공간, 추억을 공유하며 풋풋한 감정을 키워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터널 발파 현장을 구경하러 간 성민과 수린, 그리고 친구들은 숲속에서 동굴을 발견하고 그 속에서 빛을 내는 알을 본다. 한 친구는 보름달이 뜨면 시간을 잡아먹는 요괴가 나타난다는 할아버지 말을 전하고 급기야 성민은 알을 깨뜨린다.

수린이 떨어진 머리핀을 찾으러 동굴에 간 사이 성민과 두 친구는 멈춘 시간 속에 갇혀버린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수린만 돌아오고, 나머지 아이들이 모두 실종되자 마을은 발칵 뒤집힌다.

배우 강동원과 신은수가 영화 '가려진 시간'에서 호흡을 맞췄다.ⓒ(주)쇼박스

며칠 뒤, 수린 앞에는 자신이 성민이라는 정체불명의 남자가 등장한다. 깜짝 놀라며 남자를 피해 도망친 수린은 둘만 아는 암호를 말하는 남자에게서 성민의 모습을 본다. 그는 '가려진 시간'에 갇혀 어른이 됐다는 비현실적인 얘기를 털어놓는다.

수린만이 성민을 믿고, 그를 도와주지만 그가 성민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길이 없다. 경찰과 마을 사람들의 의심은 점점 커지고, 어른 성민(강동원)은 실종 사건의 유력 용의자로 쫓기게 된다.

영화 '가려진 시간'은 친구들과 함께 산에 갔다가 다음날 혼자 구조된 소녀와 며칠 후 훌쩍 자라 나타난 소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는 감성 판타지 멜로다. 2012년 미장센단편영화제에서 3년 만의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대상작으로 선정됐던 단편 '숲'과 독립 장편 '잉투기'로 주목받은 엄태화 감독의 첫 상업 장편이다.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이 작품은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신선한 설정과 치밀한 구성, 섬세한 감성으로 기대를 받았다.

"내가 만약 멈춘 시간 속에 갇힌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시작한 영화는 한국영화에서는 보기 힘든 판타지 로맨스를 완성도 높게 구현해냈다. 만화적 상상력과 섬세한 연출, 소년과 소녀의 특별 교감을 다룬 이야기 등 삼박자가 잘 버무려졌다. 엄 감독은 첫 상업 장편에 공을 많이 썼다. 캐릭터, 이미지, 이야기 등이 촘촘하게 짜여 '성의 있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영화 '가려진 시간'에 출연한 신은수는 3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됐다.ⓒ(주)쇼박스

영화의 백미는 멈춘 시간 속의 삶이다. 성민과 친구 둘을 제외한 모든 것들이 멈춰 있는, 만화에서나 봐왔던 세상이 펼쳐진다. 성민과 친구들은 햄버거를 마음껏 먹고, 마음 편히 만화책을 보고, 쇼핑도 하고, 손쉽게 돈을 얻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쓸쓸하고 고독하다. 눈앞에서 한 친구가 세상을 떠나버리자 슬픔이 극에달하지만 시간이 지나 자기 방식대로의 삶을 이어가는 모습을 담담하게 그렸다.

기발한 상상력을 만난 영화는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관객들이 결말을 궁금하게 한다. 순수한 아이들을 보는 재미, 잃어버렸던 감성을 깨워주는 장치를 곳곳에 배치해 극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가려진 시간'이 담은 메시지는 믿음이다. 판타지에서 현실 세계로 넘어온 어른 성민을 '아이 성민'이라고 믿어주는 사람은 수린뿐이고, 그 믿음의 기반에는 조건 없는 첫사랑의 순수함이 있다.

"내가 성민이라는 걸 사람들이 믿어줄까"라는 성민의 걱정은 "걱정하지마 나만은 널 알아볼 수 있어"라는 수린의 위로에 사라진다. 이 세상에서 나 하나만을 믿어주는 단 한 사람만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는 걸 영화는 일깨워준다.

배우 강동원이 영화 '가려진 시간'을 통해 감성 판타지 멜로에 도전했다.ⓒ(주)쇼박스

성민 역에는 강동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소년 연기가 어울렸던 건 강동원의 '꽃미모' 덕이다. 영화 시작 후 40분 만에 등장한 그의 존재감은 분량에 상관없이 소금처럼 반짝인다. 30대인 그가 연기한 소년이 거부감이 들지 않는 것도 강동원만의 매력이다. 강동원은 마지막 중년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소화했다.

강동원은 "관객들이 내 모습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적정선을 찾아가며 연기했다"며 "'가려진 시간'은 인간의 믿음과 순수함을 그린 영화"라고 전했다.

'검은 사제들'(540만)과 '검사외전'(980만)으로 쌍끌이 흥행을 이끈 강동원은 이 영화를 통해 또 한 번 대박을 터뜨릴 가능성이 크다. 개봉 예정인 영화들이 '가려진 시간'을 피해 줄줄이 개봉을 연기한 탓이다. 경쟁작은 '닥터 스트레인지'와 '스플릿'뿐이다. 이번에도 강동원의 마법은 계속될 듯하다.

2002년생인 신은수는 맑은 얼굴로 수린을 연기했다. 초반 40분을 강동원 없이 이끈 그는 첫 작품인데도 애틋하고, 절절한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300대 1의 경쟁률은 아무나 뚫는 게 아니었다.

엄 감독은 "파도 앞에 서 있는 성인 남자와 소녀의 이미지에서 출발한 영화"라며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건 믿음이다. 무엇이든 의심하는 게 익숙한 세상에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믿는 사람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11월 16일 개봉. 129분.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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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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