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태리쌤’ 속 문경 초등학교, 새 학기부터 연극반 신설
관광명소 된 촬영지 넘어, 직접 영향력 행사하는 콘텐츠들
‘지역 소멸 위기’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된 가운데, 방송가에서도 이런 ‘지역’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전북 무주에 위치한 한적한 동네 앞섬마을에 배우 박보검이 이발소를 차려 관광 명소가 된 데 이어, 경북 문경의 폐교 위기 초등학교에 연극반이 신설되기도 했다. 드라마, 예능의 촬영 장소가 돼 관광지로 주목 받기도 하지만 지속가능한 핫플을 조성하고 촬영 후에도 연극반 운영을 이어나가며, 지역 소멸 위기에 콘텐츠들도 적극적으로 맞서고 있다.
ⓒ방과후 태리쌤 캡처
tvN은 박보검, 이상이, 곽동연이 출연하는 ‘보검매직컬’을 통해 전북 무주의 앞섬마을 주민들의 일상을 파고들었다. 이용사 국가 자격증이 있는 박보검과 그의 친구 이상이, 곽동연이 외딴 시골 마을에서 머리와 마음을 함께 다듬어주는 헤어샵 운영기를 다룬 이 작품은, 세 청년이 마을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박보검이 손님들의 헤어를 얼마나 잘 만져주고, 이상이가 네일아트 서비스를 어떻게 제공하는지 지켜보는 재미도 있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무료 붕어빵과 어묵을 나눠주며 주민들과 어우러지는 과정의 힐링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다. 이발소가 마치 동네의 사랑방이 돼 북적이는 모습 속, 마을의 어르신 또는 아이들과 나누는 소소한 대화와 그들의 사연이 프로그램에 깊이를 더했었다.
지금은 운영을 중단했으나, 촬영지였던 보검매직컬 건물이 그대로 보존되면서 한적했던 시골마을의 관광 명소가 됐다. 평일에도 200여명 안팎의 관광객이 앞섬마을을 찾고 있다.
‘방과 후 태리쌤’은 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을 조금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돕는다. 경북 문경의 폐교 위기의 초등학교에서 선생님이 처음인 배우 김태리, 최현욱 등과, 연극이 처음인 초등학생 아이들이 함께 무대를 완성하는 과정을 그리며 ‘시골의 작은 학교 학생들에게 어떤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적극 고민 중이다.
“예능이지만 현실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말한 제작진의 의도처럼, 스타와 시골 학교 아이들이 함께 웃고 떠들며 즐기는 ‘힐링’ 대신 ‘연극’ 완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에 “예능이 아니라 다큐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만큼 연극에 진심인 김태리의 열정이 프로그램의 의도를 실감하게 한다.
물론 KBS의 대표 장수 예능 ‘1박 2일’ 시리즈를 비롯해, 전국 곳곳을 누비며 시청자들에게 지역의 명소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은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 당시에는 '지역 소멸 위기'라는 문제가 대두 되기 전이었다. 연예인들이 지역을 방문해 소개했지만, '맛집' 수준의 내용이었고, 그 지역의 지속가능한 콘텐츠를 이끌어 내진 않았다. 종종 이들이 다녀간 장소가 대중의 시선을 끌긴 했지만 일시적이었다. 영화·드라마의 촬영지가 국내와 해외 팬들의 관심을 받으며 관광 명소로 떠오르는 사례 역시, '꾸준히' 관리되지 않으면 '짧은' 관심에 그치게 되고, 결국해당 명소가 '처치 곤란한'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다만 최근에는 그 지역 문화를 녹여내 지역을 콘텐츠화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지속가능성'을 기대하게 한다.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000만 돌파를 목전에 둘 만큼 큰 사랑을 받는 가운데 실제로 단종 유배지였던 청령포와 단종 문화제가 열리는 영월군에 관광객이 쏠린 것이 대표적이다. 영월군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3월 2일까지 삼일절 연휴 기간 청령포 관람객은 1만 4905명으로, 아직 3월 초임에도 지난해 전체 연간 방문객의 3분의 1에 달하는 관람객을 모았다. 여기에 매년 4월 영월군에서 열리는 단종문화제를 향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어, 지역의 축제가 '킬러 콘텐츠'로 거듭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어진다.
매체를 통한 지역 콘텐츠 개발이 아닌, 지자체가 직접 뛰어들어 '로컬'의 매력을 강조하는 흐름도 유튜브 플랫폼의 한 축이 됐다. 충주시 공무원이었던 김선태가 유튜브 채널 ‘충주시’를 통해 센스 있는 콘텐츠를 선보여 1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이끈 것처럼, 여러 지자체들이 직접 로컬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혹은 정읍시가 유튜버 '할말하않'과의 협업을 통해 여행 브이로그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는 등 지자체와 크리에이터가 직접 협업하는 사례도 등장 중이다.
한 발 더 나아간 시도가 필요해진 요즘, 이제는 지역 소멸 위기의 지역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들은 촬영 및 공개 이후에도 지속가능한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제작진과 지자체 등 다양한 사람들의 고민이 프로그램에 녹아있다.
지난해까지 방송된 SBS ‘동네멋집’ 시리즈는 지역에 ‘핫플’을 조성, ‘활성화’ 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공간 전문가 유정수가 소멸 가는 지역의 대표 장소를 두고 솔루션을 진행하며, 하나의 가게를 넘어 특정 공간을 탈바꿈해 지역의 랜드마크를 구축했다. 밀양의 문화, 역사, 교육, 전시를 겸하는 복합문화공간이자 카페인 밀양의 '열두 달'을 비롯해 김해의 지형과 가야의 유물을 만날 수 있는 김해의 '명월' 등이 그 예다.
시즌2까지 방송된 ‘동네멋집’ 시리즈의 김명하 PD는 “부산만 해도 소멸 위험이 있다고 해서 지역을 살릴 방법이 없을지 로컬 살리기에 대해 고민하다가 랜드마크를 생각하게 됐다”고 ‘지역 살리기’에 초점을 맞춘 이유를 설명했었다.
‘방과 후 태리쌤’ 역시 ‘지속가능성’을 위해 노력했다. tvN 측에 따르면 촬영 이후 제작진이 연극반 선생님을 구해드렸고, 이에 문경의 용흥초등학교에서도 이번 새 학기부터 연극반이 생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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