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잘못 솔직 인정"…사이비종교, 청와대굿 부인
"최 씨, 제가 가장 힘들던 시절에 곁을 지켜줘" 울먹
"누구라도 수사 통해 상응 책임져야…저 역시도 각오"
"저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구합니다. 앞으로 사사로운 인연을 완전히 끊고 살겠습니다."
4일 국민 앞에 선 박근혜 대통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구속된 최순실 씨와의 개인적 인연을 거론하며 용서를 구하는 대목에선 울먹이며 눈시울을 붉히는 모습도 보였다. 다만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저는 청와대에 들어온 이후 혹여 불미스러운 일이 생기지는 않을까 염려하여 가족 간의 교류마저 끊고 외롭게 지내왔다"면서 "홀로 살면서 챙겨야 할 여러 개인사들을 도와줄 사람조차 마땅치 않아서 오랜 인연을 갖고 있던 최순실 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됐고, 왕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 곁을 지켜줬기 때문에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추었던 것이 사실이다"라며 "돌이켜보니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가 되고말았다"고 말했다.
또 "저 스스로를 용서하기 어렵고 서글픈 마음까지 들어 밤잠을 이루기도 힘이든다"며 "무엇으로도 국민들의 마음을 달래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라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는 대목에선 말을 더듬거나 잠시 침묵을 지키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과 최 씨 일가의 '사이비종교 연계설'에 대해선 단호히 선을 그었다. 박 대통령은 "심지어 제가 사이비 종교에 빠졌다거나 청와대에서 굿을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이는 결코 사실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힘을 실어 강조했다.
최 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거액의 '최순실 예산'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정성을 기울여 온 국정 과제들까지 모두 비리로 낙인찍히고 있는 현실도 참으로 안타깝다"며 "일부의 잘못이 있었다고 해도, 대한민국의 성장 동력만큼은 꺼트리지 말 것을 호소드린다"고도 말했다.
대통령 스스로 특검에 의한 조사를 받겠다는 의사도 명확히 했다. 박 대통령은 "저는 이번 일의 진상과 책임을 규명하는 데 있어서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이미 청와대 비서실과 경호실에도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도록 지시했다.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의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이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어느 누구라도 이번 수사를 통해 잘못이 드러나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며 저 역시도 모든 책임 질 각오가 되어있다"고 약속했다.
다만 야당은 물론 여당 일부에서 제기되는 '일방적 개각' 논란, 야당이 요구하는 별도 특검에 의한 조사에 대해선 거론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보 및 경제 위기 등 산적한 현안을 근거로 "국정은 한시라도 중단돼서는 안된다"며 남은 임기 동안 대통령 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의 임기는 유한하지만, 대한민국은 영원히 계속돼야만 한다"며 "더 큰 국정혼란과 공백상태를 막기 위해 진상규명과 책임추궁은 검찰에 맡기고, 정부는 본연의 기능을 하루 속히 회복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여야 영수회담 카드'도 꺼내들었다. 박 대통령은 "국민들께서 맡겨준 책임에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각계의 언론인과 종교지도자들, 여야 대표들과 자주 소통하면서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 요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이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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