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엔 독설해도 "하야!" 자제하는 민주당 왜?
언제 변할지 모르는 민심…'마지막 카드' 남겨둬야
'설만 지나면 대선판'…대선 시간표도 장애요소
언제 변할지 모르는 민심…'마지막 카드' 남겨둬야
'설만 지나면 대선판'…대선 시간표도 장애요소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혼란에 빠진 가운데 30여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를 감안해 당 지도부는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며 의총을 소집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지만 결국에는 '하야'나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박 대통령은 4일 두 번째 발표한 대국민 사과문에서 "국가 경제와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될 거라는 바람에서 추진된 일이었다"면서 "필요하다면 저 역시 검찰 조사에 성실하게 임할 각오며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특검의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기자 간담회에서 "진정성 없는 개인 반성문에 불과하다"고 혹평한 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야당이 요구하는 별도 특검과 국정조사를 받아들일 것 △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를 수용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해당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민주당은 정권 퇴진 운동에 나설 것이라고 했지만 역시나 탄핵이나 하야 등의 발언은 자제했다.
당 관계자들은 '야당이 투쟁하지 않는다' '당론을 정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현 시점에서 강경발언을 쏟아내기엔 몇 가지 이유에서 무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가장 큰 이유는 상황에 따른 민심의 변화 가능성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연일 의원총회에서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며 천막을 치고 농성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 지도부 관계자는 "탄핵이나 하야 등을 당론으로 언급하기엔 이르다"고 단언했다.
그는 "최순실 게이트와 개각 등으로 민심이 최악이고 이 같은 상황에선 여러가지 요구가 나올 수 있다"면서 "민심이 달아올랐다고 탄핵이나 하야와 같은 강경 발언을 쏟아내면 우리는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다음 카드가 없다는 게 문제다"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박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 사항에 모호한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로 꼽았다. 박 대통령에게 '특별법에 의한 특검'으로 조사를 받을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대통령은 이날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까지도 수용하겠다"면서 구체적인 방식을 언급하지 않아 센 발언으로 맞대응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설만 지나면 대선판'이라는 대선 시간표도 야당의 강경 드라이브를 머뭇거리게 하는 요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내년 설날만 지나도 각 당은 대선에 어떤 후보를 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게 돼 있다. 박 대통령의 개각과 잇따른 사과 등은 이 점을 고려한 수위조절이다"라며 "집권을 바라는 야당 또한 '최순실 게이트'를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더군다나 야권이 탄핵을 마지막 카드로 제시한다고 해도 실효성은 적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높지만 헌법재판소가 180일 이내에 탄핵을 결정해야 조기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 여야가 의견을 모아 탄핵 소추안을 내년 1월초에 제출한다고 해도 준비가 안 된 대권 주자들이 허겁지겁 대선판에 뛰어들어야 하는 건 여야 모두에게 부담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 핵심 관계자는 "메시지를 며칠 단위로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새누리당도 결국 민심을 거부할 수 없다고 본다"며 "협상을 위해서도 지금은 지켜볼 때다"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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