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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국회의장과 10여분 대화


입력 2016.11.08 13:28 수정 2016.11.08 17:18        전형민 기자

<현장>'하야' 촉구 피켓 옆으로 이동…수행원, '인간장벽' 만들기도

사전협의 없는 방문에 야권 싸늘한 응대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과 면담을 하기 위해 의장실로 이동 하고 있다. ⓒ데일리안

사전협의 없는 방문에 야권 싸늘한 응대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국회를 전격 방문하고 정세균 국회의장과 10여분 대화를 나눴다. 회의 전후로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 '하야하라'는 외침이 따라다녔다. 박 대통령은 이런 목소리에 잠시 쳐다봤을 뿐 별다른 대꾸 없이 국회를 떠났다.

박 대통령의 이날 국회 방문은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날 박 대통령은 야당과 사전 협의 없이 국회 방문을 결정짓고 언론을 통해 "야당대표도 만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당장 야권은 반발했다. 야권에 상의조차 하지 않고 일방적인 국회 방문을 통보하면서 마치 '야당이 함께 만나지 않아 정국이 풀리지 않는다'는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통령 방문에 앞서 당 소속 대선주자들과 조찬 후 기자들과 만나 "영수회담을 그런 식으로 한다는 것은 너무 일방통행식 아닌가"라며 "(대통령이) 국회 와서 국회의장 만나는 거야 3부 요인으로 만나뵙는 것이고, 민심 모르신다면 의장님 통해서 민심 청취를 똑바로 하면 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전격적이고 일방적인 행보를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오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서 의장을 만나러 오신다는데 제가 오지 말라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며 "의장을 만나서 의원들의 의견을 듣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국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본관에 들어서는 가운데 야당의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하야를 요구하고 있다. ⓒ데일리안

'갑작스런'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야권은 '하야 촉구'로 맞았다. 이날 10시27분께 국회 정문 로텐더홀을 통해 입장한 박 대통령은 국회 입구에서 기다리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눈을 맞추고 가벼운 미소로 인사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미소는 거기까지였다. 박 대통령은 이어 로텐더홀 계단을 가득 메운 정의당 의원과 야당 보좌진들의 피켓과 마주했다. 피켓에는 '이게 나라냐!', 박근혜 하야!', '퇴진하라', '물러나라' 등의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심상정 대표를 비롯한 정의당 현역 의원 6명은 대통령의 동선 한 켠에 노란 바탕에 '박근혜 대통령 하야!'라고 적은 피켓을 들고 일렬로 서서 박 대통령을 맞았다.

박 대통령은 짐짓 이들을 못 본 체 지나갔다. 청와대 경호원으로 보이는 수행원들도 정의당 의원들에게 등을 보이는 자세로 돌아서서 '인간벽'을 만들며 박 대통령의 시야를 가려 '심기경호'를 하는 듯 보였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옆을 지나가는 박 대통령을 향해 "하야하십시오"라고 외쳤고 나머지 정의당 의원들과 국회 보좌진, 당직자들도 따라 외치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정세균 국회의장실을 방문하기 위해 중앙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하야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졌다. 남녀를 가리지 않고 "사퇴하세요", "물러나세요", "더 이상 대통령이 아닙니다" 등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수행원들은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는 듯 박 대통령이 탄 엘리베이터를 두겹 세겹 인(人)의 장막으로 둘러쌌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정국 해법 논의를 위해 정세균 국회의장과의 회동을 마치고 국회를 나오고 있다. 두 사람의 회동은 13분 만에 종료됐다. ⓒ데일리안

정세균 의장과 10여분의 짧은 환담을 마친 후 퇴장하는 박 대통령을 향해 '하야' 목소리는 재개됐다. 박 대통령이 퇴장할 때까지 자리를 지킨 국회 의원·보좌진·당직자들은 '하야'를 외쳤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로텐더홀 입구까지 배웅 나온 정세균 의장과만 악수하고 등을 돌렸다. 박 대통령이 떠난 후에도 로텐더홀을 가득 메운 이들은 "비선실세 국정농단 박근혜는 하야하라!", '헌법파괴 국기문란 박근혜는 퇴진하라!" 등 선창에 맞춰 "하야하라! 퇴진하라!"라고 구호를 외쳤다.

한편 이날 청와대 수행원들은 지난달 24일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때와는 전혀 다른 언론대응을 보여 기자들의 빈축을 샀다. 이날 청와대 수행원들은 로텐더홀에 취재를 위해 모인 기자들이 개인 핸드폰을 꺼내 박 대통령의 이동 모습을 촬영했지만 전혀 제지하지 않았다. 과거 박 대통령의 이동에 개인 핸드폰으로 촬영을 시도할 때 몸으로 가리거나 핸드폰을 뺏으려 하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다.

전형민 기자 (verdan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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