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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 산업계 충격...자동차·전자·철강 '직격탄'


입력 2016.11.09 17:38 수정 2016.11.09 20:27        박영국·이홍석 ·이광영 기자

보호무역 강화...한미 FTA 재협상 등 우려 현실화

수출기업 전반적 악재 작용할 듯...통상마찰 대비해야

경기도 평택항에서 현대·기아차 해외 수출 차량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보호무역 강화...한미 FTA 재협상 등 우려 현실화
수출기업 전반적 악재 작용할 듯...통상마찰 대비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가 8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세계의 예측을 뒤집고 승리하면서 국내 산업계도 충격에 빠졌다. 업계는 보호무역주의 성향이 강한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국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IT·전자, 철강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산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자는 후보시절 미국이 체결한 모든 자유무역협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와 재협상을 주장하는 등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성향을 보여 왔다.

특히 한미 FTA에 대해 ‘미국의 일자리를 좀먹는 조약’이라고 비판해왔던 만큼 트럼프 정부 출범은 국내 수출기업들에게 전반적인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럼프가 미국 기업과 미국산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를 낮추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들과 경쟁하는 한국 기업들에게는 부정적인 소식이다.

가장 큰 타격은 미국 판매비중이 높은 현대·기아차가 입게 될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올해 3분기까지 미국에서 각각 58만8000대와 49만2000대를 판매했다. 전체 대비 비중은 각각 16.4% 및 22.5%에 달한다.

이 중 상당부분은 현대차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 조지아공장 등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물량이지만 제네시스 등 고급차는 한국에서 생산된 물량을 수출한다.

◆기아차 멕시코공장, 르노삼성 닛산 로그 수탁생산 등 타격

특히 기아차는 올해 5월 가동한 연산 40만대 규모 멕시코공장 생산물량 소화에 비상이 걸렸다. 기아차가 멕시코를 생산기지로 택한 것은 현지 수요 뿐 아니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인해 미국 등 다른 북미 국가로 무관세 수출이 가능하다는 이점 때문이었다.

기아차는 당초 멕시코공장 생산량의 20%만 멕시코 현지에서 판매하고 나머지 80%는 미국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에 수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후보 시절 포드자동차의 멕시코 공장 설립을 비판하고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해외로 유출된 일자리를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멕시코 공장의 이점이 크게 감소할 우려가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자가 공약대로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이행한다면 미국 현지 공장은 무관하겠지만 국내 생산물량과 기아차 멕시코공장 물량의 미국 판매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다만 실질적으로 정책에는 어떤식으로 반영될지 모르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르노삼성은 현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차원의 생산물량 배정에 따라 닛산 로그의 미국 수출물량을 수탁생산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이를 통해 미국에 수출되는 물량이 11만대에 달할 예정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공언대로 한미 FTA 재협상이 이뤄져 미국향 자동차 수출 조건이 불리해진다면 닛산으로서는 르노삼성 부산공장에 로그 생산을 맡길 이유 중 하나가 사라진다.

이에 대해 르노삼성 관계자는 “닛산 로그 수탁생산은 2014년부터 5년 계약이 돼 있어 2019년까지는 최소 연간 8만대를 생산하게 된다”면서 “한미 FTA 체결 이전 관세 조건과 무관하게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능력과 효율을 인정받아 맺어진 계약인 만큼 미국 수출 조건이 달라진다 해도 큰 차질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 업계 역시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자동차 기업 혹은 미국 내 현대·기아차에 부품을 공급하는 한국 부품업체들에게 강력한 보호무역 장벽이 쳐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코트라(KOTRA)는 국내 한 자동차 부품업체 미국 법인장의 말을 인용 “미국 내 일자리 확보를 위해 한국의 자동차 부품 기업들에게 현지화를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삼성·LG 스마트폰·가전 미국 업체들과 경쟁 불리

IT·전자업계는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완제품 위주로 피해가 커질 전망이다. 스마트폰과 가전 제품 시장에서 미국 기업들과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체들의 사업 환경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불안감으로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인한 가격 경쟁력 상승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그보다는 신흥국 통화 약세로 인한 피해가 더 클 전망이다. 환율이 상승하면 미국 시장에서 미국과 일본 등 경쟁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생기지만 신흥국 시장에서는 구매력 감소로 인해 제품 판매가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완제품과 달리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부품들은 무관세와 완제품 탑재 후 수출 등의 효과로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특히 D램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국내 부품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아 대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확고한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발광다이오드(LED)나 소형 발전기 등 전기관련 제품 등은 관세 장벽 증대로 인한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트럼프 당선인의 뚜렷한 정책이 결정된 것이 아닌 만큼 대응책을 거론하는 것은 다소 시기상조”라면서도 “다만 보호 무역주의 강화로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이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철강, 항공 업종도 악영향 우려

이미 보호무역주의 피해를 실감하고 있는 철강업계도 트럼프 후보의 당선에 실망스런 모습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올해 들어 열연, 냉연 등 제품에 ‘관세폭탄’을 직격으로 맞았다. 지난 8월 기준 미국이 한국산 철강제품에 반덤핑관세(상계관세부과 포함)를 부과한 것은 17건이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향후 미국 보호무역주의에 대응하기 위해 통상대응 조직 역량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통상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 충원 및 역할 격상 등 조직개편을 최근 단행했다. 기존 20명의 통상그룹 인력에서 7~8명을 보강했고 회장 직속기구인 가치경영센터 내에 설치했다.

현대제철은 지난 8월 영업본부 내 통상전략실을 신설해 통상대응 조직을 기존 팀체제에서 실체제로 역할을 격상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강력한 보호무역 기조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 대형항공사의 화물업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 수출입 화물통계자료 따르면 지난해 한-미, 미-한 간 항공화물은 54만7429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국제항공화물의 21.8%를 차지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미국 대선을 기점으로 미국과 교역량이 감소하게 되면 항공 화물 물량 역시 감소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항공사의 매출하락으로 이어지게 돼 미국의 통상정책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국적 대형항공사의 전체 매출에서 항공화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해 타격이 실질적으로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나온다.

◆석유화학, 당장 큰 영향 없지만 장기적 불확실성 커져

트럼프가 선거 운동 기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언급하고 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로 미국 기업과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혔던 터라 수출 기업들의 타격이 클 전망이다.

석유화학업계는 당장 큰 영향은 없지만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 심화 등 장기적 불확실성 증대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의 불확실한 정책 및 자국 우선주의로 글로벌 경제로의 파급 효과 확산 시 간접적인 경기 위축과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확대 등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 비중이 높지 않은 품목이라고 해도 경제 혼란과 글로벌 경기 위축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피해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게 더욱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대기업의 수출 감소로 이와 협력관계를 맺고 있는 중소 협력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은 품목에 관계없이 모든 부분으로 확산될 것”이라며 “수출 뿐만 아니라 내수 중심의 중소기업들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입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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