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권한'이 집회 모인 인원에 달려있다니...
야 "대통령 2선 후퇴해야", 여 "위헌적 발상"
전문가 "초헌법적 방식의 문제해결 경계해야"
야 "대통령 2선 후퇴해야" 여 "위헌적 발상"
전문가 "초헌법적 방식의 문제해결 경계해야"
국회에서 추천할 총리 권한을 놓고 청와대와 야권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12일 촛불 집회에서 드러나는 민심의 향배에 따라 윤곽이 잡힐 전망이다.
'국회가 추천하는 거국중립내각의 국무총리'가 '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빚어진 국정 위기 상황의 수습책으로 제시됐지만 첫걸음부터 제동에 걸렸다. 쟁점은 새로운 총리가 어디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느냐다. 야권은 박근혜 대통령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 권한을 이양할지가 불분명하고, 2선 후퇴에 대한 명확한 언급이 없다면서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대통령이 국군통수권·계엄발동권을 내려놔야 한다'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에 대해 여당이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하며 여야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국회가 조속히 국무총리 후보를 추천하고 거국내각 구성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말 촛불집회를 하루 앞둔 11일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의 준엄한 뜻을 무겁게 느끼고 있다"면서도 "총리 추천권이 국회에 가 있다. 국정 혼란과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조속히 해주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민주당은 조각권 등 총리 권한 범위를 명확히 하고 대통령의 2선 후퇴 선언이 먼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당은 대통령의 탈당을 거국내각구성의 선결 조건으로 요구했다. 야당의 수용이 먼저냐, 청와대의 후속 조치가 우선이냐를 두고 양측이 팽팽히 맞섰다.
논란을 들여다보면 우선 거국중립내각은 헌법과 법률에 없는 용어다. '내각 통할'을 어떻게 해석할지도 다분히 정치적이고 자의적일 수밖에 없다. 헌법 제86조 2항에는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고 명시돼 있다. 다만 비상 시국임을 감안해 헌법을 유연하게 해석, 총리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자는 것이 정치권의 생각이다. 그러나 권한의 범위를 두고 각론에 들어가면 사안마다 부딪힐 수밖에 없다. 큰 틀에서는 결국 위헌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어느 주체도 먼저 구체적 안을 제시하기 쉽지 않다.
거국중립내각이 출범한다고 하더라도 '정치적 권한'을 부여받은 총리와 '법적 권한'을 갖고 있는 대통령 간에 충돌 소지는 곳곳에 널려 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외치, 국무총리가 내치를 담당하는 '이원집정부제' 형태의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내치와 외치를 무 자르듯 나눌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야권에서 꺼낸 '2선 후퇴'라는 말도 법적 용어가 아니라 구체적인 함의를 놓고도 해석이 달라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대통령이 2선으로 후퇴하고 내치와 외치를 모두 총리에게 위임한다고 해도 문제가 남는다. 이 부분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은 인사권이다. 헌법 82조 1항과 3항에서 국무총리의 인사권을 보장하고는 있었지만 사문화하다시피 했다. 대통령의 고유 권한처럼 여겨졌던 공무원 인사권을 총리가 행사할 수 있다면 실질적인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역할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총리가 국회와 협의해 국무위원을 인선해 대통령에게 넘기면 대통령은 서명만 하는 방식이다.
인사권의 범위를 국무위원으로 국한할 것인지 전체 행정부 인사권을 인정할지의 여부 역시 논란거리다. 야당 일각에서는 공무원 임면권이나 감사원장, 국정원장 같은 사정기관에 대한 인사권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헌법 제87조에 따르면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박 대통령이 신임 총리에게 내각을 구성할 수 있는 '정치적 권한'을 준다고 해도 궁극적으로 국무위원을 임명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다. 이에 따라 대통령이 4대 권력기관장으로 통하는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임명 권한을 쉽게 놓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헌법에 명시돼 있는 내용 외에 여러가지 해석을 덧붙이는 것은 초헌법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철 부산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통령의 헌법적, 법률적 권한을 단순히 여론에 의거해 포기하라고 종용하거나 독촉하는 것은 법치주의 원리에 위배된다"며 "책임총리라는 것은 우리나라와 같은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는 정부조직 원리상 가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거국중립내각이라는 것 또한 전쟁과 준전시와 같은 국가 비상시 일시적으로 업무결정과 지휘감독권을 내각에 주는 것으로, 현재 거론되는 것은 여야 추천 인사를 적당히 혼합한 연정내각에 불과하다. 본래의 거국내각의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정치권에서 과도한 정치적 레토릭을 제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도 이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나라는 이원정부제가 아닌 대통령제"라며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데 자꾸 여러가지 해석을 하는 것을 보면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설혹 위임을 해서 총리한테 (권한을) 준다고 하더라도 결국 최종 결정권자이기 때문에 모든 국정행위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서명을 해야 한다. 결국 책임을 총리한테 지운다는 것은 정치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의 2선 후퇴에 대해서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김상겸 교수는 "헌법을 개정해야 할 문제"라며 "문 전 대표도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는데, 고유권한이라는 이야기 자체가 대통령에게 전속되어 있는 권한이라는 소리다. 그것을 의원내각제나 이원정부제처럼 총리하고 나눈다는 것은 대통령 스스로 헌법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탄핵사유가 된다"고 짚었다. 정치권 일각에서 '군통수권을 포함한 대통령의 권한 정지는 정치사회적 합의로 가능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해선 "정치적으로야 뭐든지 못하겠나"라고 반문한 뒤 "정치사회적 합의로 가능하다는 이야기는 결국 헌법에 없는 초헌법적인 행위를 하겠다는 것이므로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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