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그만 즐기고 박 대통령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칼럼>국민 분노 편승하는 재미에 푹 빠져
국민은 대안을 내놓지 못해…국정 주도해야
우리 정치권의 꽉 막힌 상황은 야당의 책임도 크다. 야당은 '대통령을 하야시켜 감옥에 보내려는 의도'를 숨기지 않고 있다. 그것이 사건해결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어느 정도 퇴로를 열어줬어야 한다. 정치력을 발휘했어야 한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면 누구라도 그냥 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끝을 알 수 없는 피비린내 나는 전쟁'이다. 오늘 청와대의 ‘엘씨티 조사 지시’는 그 시작일 뿐이다.
여권과 청와대는 이번 사태 이후 대부분 야권의 요구를 수용했다. ‘검찰조사’, ‘별도특검’, ‘국정조사’, ‘거국내각(책임총리) 수용’ 등 '직만 빼고 모두 내려 놓을 수 있다'고 야권에 영수회담을 애걸했다.
그러나 야권의 반응은 냉담했다.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던 야당들은 이제 노골적으로 '하야'를 주장하며 청와대를 압박하고 있다.
야권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는 “퇴로를 열어 주었는데, 대통령이 그 길을 가지 않았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그런 길을 열어 준 일은 없는 것 같다. 야당 지도부는 '목숨만은 살려주겠다'고 하더니, '그것도 보장할 수 없다'고 한다. 결국 ‘현직 대통령을 강압적으로 사퇴시켜 감옥에 보내고 말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구라도 직을 포함해 모든 것을 걸고 저항할 것이다. 직을 활용할 수 있다면 그 직을 버릴 수 없을 것이다. 지난해 연말의 문재인 대표가 당권을 가지고 꼭 그렇게 대처하지 않았는가? 그 결과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김종인 대표를 앞세워 대어를 낚지 않았던가.
야당은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일관해, 거시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 ‘국민의 분노’를 이용하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그 분노를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영수회담 철회 해프닝'은 그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대로 치킨게임을 한다면 어떤 사달이 벌어질지 알 수 없다. 시위는 더 이상 평화롭지 않을 것이고, 그러면 많은 시민들이 시위현장과 거리를 둘 것이다. 그러면, 시위는 더욱 과격해 질 것이다. 결국 충돌할 것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다.
위력으로 끌어 내릴 수 없다면, 시간을 끌 수 밖에 없다. 날이 추워지니 그럴 가능성이 크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야권에는 불리하다. ‘하야’가 소망스럽지만, 그렇게 되긴 쉽지 않다. 결국 장기전으로 갈 수밖에 없다. (진지전은 ‘진영의 결집’으로 이어질 것이다.) ‘탄핵’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적어도 몇 달의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분노는 사그러들 것이고 국민들은 더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야권에서 딴지를 걸기 시작한 ‘개성공단 철수’, ‘통진당 해산’등 민감한 안보문제도 문제다. 이를 포함해 현 정부의 치적에 대해 재조명하는 분위기가 있을 것이다. 게다가 ‘창조경제혁신센터’에 대한 야권의 무력화는 일반 국민의 많은 꿈을 저버리는 것이다. 이런 일이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다. 결국 지금처럼 일방적인 지지를 야당이 받지는 못할 것이다.
대선의 승리 가능성도 희미해진다.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은 우리 정치에 대한 구조적인 회의를 불러일으킬 것이고, 기존의 대안(대선 주자)들에 대한 거부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지금도 여권의 지지가 엄청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야권 대선주자들의 지지도가 거의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제라도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이 자리를 함께 하고, 머리를 맞대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대통령을 편들고 싶은 생각은 없다. 야당을 위해서도 아니다. 걱정해서도 아니다. 그동안 대통령을 앞세워 호가호위하며 온갖 이권을 차지한 사람들이 정쟁을 통해 면죄부를 받거나 다시 부활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더 이상 불행한 정권과 리더십이 나오지 않고, 그로 인해 국민과 국가가 불행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국민의 선택은 언제나 옳다. 그러나 국민이 직접 대안을 만들지 못한다. 정치권이 제시하는 안들 중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지금도 ‘1류 시민’에 ‘3류 정치권’의 비극을 겪고 있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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