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인국은 MBC 수목극 '쇼핑왕루이'에서 루이로 분해 호응을 얻었다.ⓒ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MBC 수목극 '쇼핑왕루이'서 남지현과 호흡 "최약체 드라마의 반란, 시청자들에게 감사"
'키스 문화재', '키스장인'. 배우 서인국(29)에게 붙은 달콤한 수식어다.
서인국의 키스신은 묘하게 설렌다. 느끼하게 보일 수도 있는 키스신도 그의 입술을 거치면 '달달'하게 변한다.
최근 종영한 MBC 수목극 '쇼핑왕루이'에서도 '키스장인' 면모는 빛났다. 25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서인국에게 수식어를 언급했더니 웃음을 '빵' 터뜨렸다. 그는 "(키스 관련) 수식어가 좋고 뿌듯하다"며 쑥스러워했다.
키스신에 대한 그의 철학은 확고했다. "키스신은 드라마의 꽃입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키스하는 건데...흐흐. 키스신이 아름답게 보이려면 이야기가 필요해요. 다짜고짜 키스하는 건 부담스러워요. 복실이와 루이 사이에도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더 예뻐보인 거예요. 키스신을 찍을 때는 각도 같은 기술적인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아요. 캐릭터에 맞게 표현하려고 합니다. '쇼핑왕루이'에서는 루이스럽게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는 너무 하고 싶은데 쑥스럽고, 그러다 키스하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는 루이의 모습을 보여줬어요."
그간 서인국은 정은지, 이하나 등 여배우들과 명품 키스신을 탄생시켰다. '장인'이 꼽은, 가장에 기억에 남는 키스신이 뭐냐고 물었더니 또 한 번 부끄러워했다. "지금 너무 민망해서 사라지고 싶어요. 하하. 그래도 가장 최근에 찍은 '쇼핑왕루이' 키스신이 기억에 남아요."
MBC 수목극 '쇼핑왕루이'를 마친 서인국은 "루이는 순수한 남자"라며 "감정을 표현할 때 거짓이 없다"고 강조했다.ⓒMBC
지난 9월 21일 동시간대 꼴찌 시청률(5.6%)로 출발한 '쇼핑왕 루이'는 6회 만에 KBS2 '공항가는 길'을 앞서며 2위로 올라섰다. 10회에서는 10.2% 동률의 성적으로 '질투의 화신'을 압박했고 2일 방송에서는 결국 '질투의 화신'을 잡고 수목극 단독 1위로 뛰어올랐다.
짜릿한 역전승을 맛본 서인국은 "드라마라는 게 잘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쇼핑왕루이'는 시청률 5%로 시작해서 '쭉' 상승했다"면서 "너무 신기했고 축복받은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웃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부자 남자 루이(서인국)와 산골 소녀 복실(남지현)의 로맨스를 그린 '쇼핑왕루이'는 뻔한 소재에 만화 같은 상상력을 불어넣어 인기를 얻었다. 각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날아올랐고 밝고 유쾌한 분위기, 루이와 복실의 순수한 사랑은 '힐링' 그 자체였다.
서인국은 "초반부터 큰 관심을 받지 못했고 걱정이 앞서긴 했지만 드라마 특유의 감성이 통한 것 같다"며 "그간 봐왔던 까칠한 재벌 남자의 모습을 깨고 귀여운 모습을 보여준 것도 인기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루이는 복실을 졸졸 따라다니며 '복실'거렸다. 여성 시청자들은 귀엽고 해맑은 서인국을 '애완남'(애완동물처럼 키우고 싶은 남자), '멍뭉이'(강아지를 닮았다는 뜻)라고 불렀다.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서인국은 "루이를 대형견처럼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강아지가 되고 싶다"는 밝힌 바 있다. 서인국은 강아지 동영상을 보며 캐릭터를 준비했다고 털어놨다.
MBC 수목극 '쇼핑왕루이'를 마친 서인국은 "시청률이 점점 상승하는 걸 보고 뿌듯했다"고 전했다.ⓒ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루이만의 특별한 코드가 필요했어요. 루이는 질문을 자주 하는데 그런 모습이 귀엽더라고요. '큰 개'가 되겠다고 다짐했고 강아지 영상을 찾아봤어요. 애교 부리는 모습, 자는 모습 등을 보고 연구했습니다. 루이가 황금자 여사의 무릎에 얼굴을 대고 애교 부리는 모습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사실 시청자들이 거부감을 느낄까 봐 걱정하기도 했어요. 특히 남자들이 보면 오그라들 수도 있는 부분이거든요."
서인국은 손가락 하나하나에도 신경 썼다. 할머니와 김 집사의 관심과 사랑 속에 갇혀 지냈던 루이의 괴롭고 불안한 속마음을 '꼼지락' 거리는 손가락으로 표현했단다. 말투와 관련해서도 아이디어를 냈다. 김 집사와 티격태격하는 관계를 표현하기 위해 말투를 바꿨고, 복실이에게도 '복실아~'가 아닌 '복실'이라고 불렀단다.
"김 집사님과 루이는 톰과 제리 관계라고 생각해서 말투에 포인트를 줬어요. 복실이에게 '복실'이라고 한 건 '나만의 복실'을 만들고 싶어서였어요. 루이가 기억을 잃은 세계에선 복실과 루이만 있다고 상상했거든요. 다른 사람은 '복실아'라고 불러도 저만은 특별하게 부르고 싶었지요. 재벌가에서 자란 루이는 어른스러워질 틈이 없었던 아이예요. 어린아이 같은 루이를 생각하면서 연기했습니다."
'쇼핑왕루이'는 판타지 같은 순수한 사랑을 보여줬다. 연기하면서 이건 진짜 '판타지'가 아닐까 생각한 장면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웃으며 '파스맨 신'을 꼽았다. 아픈 루이가 온몸에 파스를 붙인 채 복실이 집으로 달려가 복실이를 와락 껴안은 장면이다. "찍을 때 정말 재밌었어요. 몸을 드러내는 장면이라 살을 많이 빼며 준비했고요."
MBC 수목극 '쇼핑왕루이'에서 루이로 분한 서인국은 "루이는 강아지 같은 사람"이라며 "강아지 영상을 보면서 캐릭터를 연구했다"고 털어놨다.ⓒMBC
서인국은 모든 작업이 힘들고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캐릭터 준비 과정이 정답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청자들이 보기에 그게 아닐까 봐 그렇단다. 불안하고 힘든 과정이지만 배우는 이 과정이 재밌다고 했다. "루이의 표정, 습관, 말투를 연구하는 과정이 흥미로웠죠.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준비했습니다."
이번 드라마에는 애드리브도 자주 나왔다. 루이가 복실의 동생 복남이를 찾았을 때 울먹거리며 뱉은 '복실이를 만날 수 있겠다'는 대사도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복실이와 헤어진 후에 복남이를 찾은 거잖아요. 막상 복남이를 보고 나니 정말 울컥했어요. 개그 코드였다가 눈물을 쏟으려니 어렵기도 했지만 반응이 좋아서 뿌듯했어요."
루이는 세상에 없을 법한 순수한 남자이자 복실을 향한 순애보를 지키는 남자다. 여성 시청자들이 설렐 만하다. 서인국이 본 루이의 매력을 무엇일까. '직진할 수 있는 힘'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생각과 마음을 표현할 때 거짓과 과장이 없어요. 보통 사람들은 이성적인 부분을 앞세워 자신을 보호하잖아요. 남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스스로 상처받기도 하고요. 루이는 인간관계에 있어 거짓이 없는 사람입니다. 순수한 마음 덕에 루이가 보는 세상은 아름다워요. 비관적이지 않고요. 스스로를 힘들게 하지 않는 친구예요."
루이의 '먹방'(먹는 방송)도 화제가 됐다. "배고프다"는 말을 연발하는 모습은 마냥 귀여웠다. "제가 원래 먹는 걸 좋아해요. 친구 어머님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랄까요? 밥을 잘 먹어서 이쁨 받았습니다. 하하. 먹방 신은 찍을 때 고생했지만 캐릭터가 잘 표현돼서 마음에 들어요."
MBC 수목극 '쇼핑왕루이'를 마친 서인국은 "악역에 도전하고 싶다"고 밝혔다.ⓒ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착하고 순수한 이미지의 남지현과 해맑은 서인국의 조합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 남지현은 서인국에 대해 "인국 오빠와의 호흡은 최고였다"고 말한 바 있다. 서인국은 "남지현에게 감탄했다"며 "배울 점이 많은 친구"라고 화답했다. "지현 씨가 강원도 사투리를 썼잖아요. 만약 저였으면 사투리 연기의 틀에 박혀 있었을 거예요. 표현의 한계도 있었을 거고. 근데 지현 씨는 사투리에 풍부한 감성을 녹여내 연기하더라고요. 대단하다고 느꼈습니다."
청년 백수 조인성 역의 오대환과는 전작 OCN '38사기동대'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이다. 두 사람의 바보 케미스트리(배우 간 호흡)는 깨알 웃음을 줬다. 서인국은 "이번 드라마에서 둘 다 바보였다"며 "전작에서 형이 극 후반부에서야 내게 말을 놓더라. 친해질 수 없는 캐릭터여서 그랬던 것 같다. 이번 드라마에선 서로 붙는 신이 많아서 친해졌다"고 미소 지었다.
서인국은 2009년 방송된 '슈퍼스타K'에서 우승을 거머쥐면서 연예계에 데뷔했다. '부른다', '달려와', '애기야' 등을 선보이며 가수로 활동한 그는 무대에서 큰 활약상을 보이지 못했다. 맞춤옷은 따로 있었다. 바로 연기였다.
tvN '응답하라 1997'(2012)에서 윤윤제로 분해 '배우 서인국'을 알렸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살뜰히 챙겨주는 모습은 여성 시청자들을 제대로 저격했다. 이후 '아들 녀석들'(2013), '노브레싱'(2013), '주군의 태양'(2013), '고교처세왕'(2014), '왕의 얼굴'(2014), '너를 기억해'(2015), '38 사기동대'(2016) 등 다양한 장르에 뛰어들었다.
특히 '38 사기동대'에서는 사기꾼 양정도로 분해 다채로운 매력을 선보였다. 드라마는 OCN 오리지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며 승승장구했다. 배우는 '38 사기동대'가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라고 했다. "한동화 감독님이 캐릭터를 표현할 때 전체의 80%만 보여주라고 하셨어요. '리얼리티'를 살리라는 뜻이에요. 정도를 연기하면서 현실적인 부분을 많이 반영하려고 했어요. 감독님 덕분에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진 것 같아요."
MBC 수목극 '쇼핑왕루이'에서 남지현과 호흡한 서인국은 "남지현은 배울 점이 많은 배우"라고 말했다.ⓒMBC
사기꾼 양정도와 순수남 루이는 정반대 캐릭터다. 감성도, 캐릭터를 준비하는 과정도 달랐다. 배우는 "정도에게 빠졌다가 헤어나오는 게 힘들었다"며 "루이의 감성을 따라가려고 애썼다"고 했다.
매번 다른 옷을 입은 서인국은 작품 선택 기준 1순위로 대본을 꼽았다. "저는 뚜렷한 걸 좋아해요. 필모그래피에 장르물이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어중간한 장르가 없어서 자부심을 느껴요. 대본이 재밌고, 캐릭터가 확실한 걸 좋아해요. 어떻게 하면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편인데 살짝 비틀어서 표현하는 편이죠."
그가 가수로서 무대에 오르길 바라는 팬들도 많다. 음악 활동 계획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드라마나 영화는 제가 노출되는 기간이 긴데 음악은 그렇지 않아요. 특히 요즘에는 음반을 내도 바로 사라지니까요. 음악 활동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틈틈이 하면서 놓지 않고 있답니다."
하고 싶은 캐릭터는 악역이다. '나쁜 놈'이라고 손가락질받을 수 있는 캐릭터란다. 배우는 "겉으로는 순수해 보이는데 알고 보니 '나쁜 놈', '나쁜 놈'을 뛰어넘는 더 '나쁜 놈'을 연기하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