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편단심 야구만을 사랑했지만 구단으로부터 버림받고 허허벌판에 혼자 남겨진 ‘돌아온 반품남’들에게 겨울은 유난히 춥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야구인생의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2017년 보류선수 명단을 발표했다.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는 총 54명. 불법도박과 승부조작 등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안지만(전 삼성)과 이태양(전 NC), 혹은 홍성흔(두산)이나 이병규(LG)처럼 은퇴 예정자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들은 이제 새로운 둥지를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올해는 보류선수 제외 명단에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이 꽤 많이 올라있다는 점도 화제다. 메이저리거 1세대이자 월드시리즈 우승 경력의 김병현(전 KIA),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고영민(전 두산), 전성기 두산 철벽 불펜의 한축이었던 고창성(전 NC)같은 선수들은 야구팬들에게 모두 익숙한 이름들이다. 아직 노장이라고 부르기 힘든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한창 나이 선수들도 적지 않아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김병현은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특급 마무리로 꼽히며 한 시대를 풍미했지만 2012년 한국 복귀 후에는 넥센과 KIA를 거치며 한 번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특히 올해는 1군 무대에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다. 김병현은 여전히 현역 연장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영민은 지난해 말 두산과 1+1년의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으나 올해 겨우 8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2할5푼에 머물렀다. 고질적인 허리 부상이 부진의 원인이었다. 만 32세이면 아직 충분히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는 나이이기에 고영민의 이른 몰락을 안타까워하는 팬들이 많았다. 내야진이 두터운 두산에서는 고영민에게 더 이상 기회가 없었지만 베테랑 백업 요원을 필요로 하는 팀이라면 한 번쯤 관심을 가질만하다.
사이드암 고창성은 두산 시절 필승계투조의 일원으로 활약했으나 2011년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고창성은 NC로 팀을 옮긴 이후에도 역시 계속된 부상을 떨치지 못한 채 1군에서 이렇다 할 활약 없이 방출 통보를 받게 됐다. 공교롭게도 두산의 2000년대 후반 불펜 핵심으로 활약했던 킬라인(KILL, 이용찬-이재우-임태훈-고창성) 대부분이 팀을 떠나거나 평탄하지 못했다는 것은 불운한 공통점이다.
김승회 역시 이대로 은퇴하기에는 아쉬운 선수로 꼽힌다. 김승회는 올해 1군 무대에서 23경기에 나서 1승 1패 4홀드 평균자책점 5.92를 기록했다.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었지만 올해 방출 선수 중에서는 가장 즉시전력감에 가깝다는 평가다. 김승회는 올해 FA 자격까지 포기하고 재기를 노렸지만 SK는 방출을 선택했다. 하지만 선발과 불펜을 두루 소화한 경험은 마운드가 약한 팀이면 어디든 충분히 관심을 가질만하다.
이밖에도 김광삼, 모상기, 조현근 등이 새로운 팀의 제안을 기다릴만한 선수들로 꼽힌다. 물론 냉정히 말하면 이들 중에서 몇 명이나 살아남아 다시 기회를 얻을지는 장담하기 힘들다. 하지만 최근 FA 대박을 터뜨린 100억의 사나이 최형우의 사례처럼 한때 방출당하는 신분이었다가 재기하여 야구인생의 반전을 일으킨 케이스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야구에 대한 열정과 간절함으로 마지막 도전을 꿈꾸는 선수들에게 극적인 재기의 희망은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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