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서비스 개선?…코레일의 속보이는 '구색 맞추기'
SRT 개통 후 객실서비스, 인터넷환경, 요금제 개선 등 고객편의 업그레이드
'비교우위' 서비스는 물음표, 고속철 경쟁체제에 따른 과실로 보기 어려워
‘KTX 객실 내 충전용 콘센트 설치’, ‘무선인터넷(Wi-Fi) 속도·데이터 대폭 증가’, ‘마일리지 5~11% 적립’, ‘인터넷특가 최대 30% 할인’. 최근 한달 새 코레일이 낸 KTX 서비스 관련 주요 보도자료다. 이달 9일부터 서울 강남 수서에서 출발해 부산과 목포까지 오가는 새 고속철도 SRT(Super Rapid Train)가 개통함에 따라 경쟁체제를 염두한 서비스 개선이 이유였다.
언뜻 보면 ‘경쟁체제에 따른 고객 편의 향상’으로 보여질 수 있지만 무엇인가 석연치 않다. 경쟁이라 함은 자사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에서 경쟁적 우위를 점하는게 기본인데 현재 코레일이 내놓은 서비스는 그저 SRT의 시스템을 따라가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경쟁이란 것을 합리화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로 비춰진다.
이 같은 의혹은 SR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더욱 확실해진다. 최대주주가 코레일로 지분이 41%다. 그 다음이 사학연금(31.5%), 기업은행(15%), 산업은행(12.5%) 순이다. 민영화 논란으로 벗어나기 위해 코레일이 압도적인 대주주로 자리해서인데, SR을 사실상 코레일의 자회사로 봐도 무방하다.
즉 자회사와의 시장 경쟁은 큰 발전이 없다. 이는 마치 대형 유통사와 자회사인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경쟁하는 식이다. 그것도 수요가 늘 일정해 어느 누가 팔기만 하면 되는 호남선과 경부선 구간에서 말이다. 이에 ‘고속철 경쟁시대’는 허울에 지나지 않고 사실상 나눠먹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코레일은 이달 2일 금요일 오후 슬그머니 ‘고속차량 22편성을 SRT 개통을 위해 단계적으로 양도함에 KTX를 당분간 80%대로 축소 운행한다’며 보도자료를 냈다. 당분간이라는 기간에 대한 정확한 명시도 없다. 굳이 자회사와 치열한 시장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건 요금체계도 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대한민국 117년 철도역사 최초로 경쟁체제가 돌입됐다’며 SRT가 KTX보다 기준운임 자체가 10% 저렴해 향후 경쟁으로 인한 가격 인하가 더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요금차이는 출발지점이 서로 다른데다 합류 구간까지 SRT는 거의 수직으로 KTX는 사선으로 내려가다 보니 운행구간이 SRT가 좀 더 짧아서다.
SRT관계자는 “운임이 저렴한 것은 거리 차이도 있지만 무엇보다 애초 출범 당시 정책적으로 KTX보다 10% 저렴하게 요금을 책정했다”면서 “실제 코레일과 SRT가 같은 고속철 구간을 쓰는 천안·아산에서 부산, 목포까지 갈 경우에는 거리는 같지만 기준 요금은 여전히 SRT가 10%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이것만 따지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곧바로 코레일도 딱 SRT수준 만큼만 요금할인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한달 전 지난 2013년 폐지했던 ‘KTX 마일리지’ 제도를 3년만에 다시 부활시켜 최대 11% 적립을 다시 해주기로 했다. 여기에 여기에 ‘인터넷 특가’(365할인, 열차별 예상 승차율에 따라 운임 할인 제공)의 할인율도 5~20%에서 10~30%로 확대했다.
표면적으로는 코레일이 요금을 인하하고 고객 편의시설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이지만 SRT와 비교하면 나아진 것은 없다. 이는 애초 국토부가 원하던 경쟁 그림이 아니다. 이름과 색상만 다른 두 열차가 같은 구간을 나눠서 다닐 뿐이다. 물론 지금은 시작 단계이기에 성급한 속단일 수 있다. 이런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코레일은 좀 더 차별화되고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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