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재개발 수주도 대형사 '독식'
대형사 주택시장 위축 속 도심정비사업으로 눈돌려
전문가 "중견사 일부 참여시키는 쿼터제 등 검토를"
재건축·재개발 수주전에서 중견건설사의 설자리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아파트 분양시장 위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형건설사들의 눈길이 도심정비사업으로 쏠리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정부 공공택지 공급이 줄어들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중견건설사들의 탈출구가 요원해지고 있다.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오는 2017년 1월 말 예정인 서울 관악구 신림2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 총회에 롯데건설과 대우건설 컨소시엄과 서희건설이 시공권을 두고 격돌을 펼친다.
신림2구역은 관악구 신림동 324-25 일원 5만5688㎡을 재개발 하는 사업으로, 도급제로 진행된다. 이곳에는 용적률 251.94%를 적용한 지하 4층~지상 최고 28층 아파트 1499가구(임대 220가구 포함)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구역은 서울 번화가에 아파트 약 1500가구의 대단지로 탈바꿈하게 돼 건설업체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다. 그러나 이미 업계에선 시공권 경쟁에서 롯데·대우건설 컨소시엄이 브랜드 인지도 등에서 앞서 서희건설보다 우세하다는 게 중론이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올해 서희건설은 전국에서 10여개의 재건축·재개발 시공권을 따내 정비사업 분야의 새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며 “이번 수주전도 공사비 절감 등 전략을 앞세워 시공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수도권 정비사업에서 중견 건설사들이 대형사와 시공권 경쟁해 고배를 마신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달 4일 치러진 팔달1구역 시공사 선정 입찰에 시공권을 따냈다. 입찰에는 현대산업개발과 대방건설도 참여했지만, 대방건설은 도급 순위에서 한참 뒤처져 수주전은 사실상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산업개발의 양강구도였다.
지난 17일 GS건설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방배경남아파트 재건축 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2165억원 규모다. GS건설은 400여명이 참여한 조합원 투표에서 총 348표를 얻어 경쟁을 펼쳤던 호반건설의 '호반베르디움 센트럴'을 가볍게 제쳤다.
중견건설사가 서울 재건축 시공권을 따낸 사례는 극히 드물다. 삼호는 지난 12일 서울 응암4구역 재건축 시공사로 낙점된 정도다. 그러나 이 총회에는 규모가 비슷한 일성건설만이 경쟁사로 입찰한 결과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중견사는 여전히 정비사업에서 대형건설사에 비해 인지도가 낮은 것은 물론 리스크가 많은 정비사업에서 대형사만큼의 재무구조나 인적자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리는 것이 사실이라는 분석이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중견사들이 대형사에 비해 가격경쟁력은 있지만, 브랜드 경쟁력, 재무구조, 영업을 위한 인적자원 등이 약하다"며 "규모의 경제가 지배적인 정비사업에서 중견사가 시장점유를 높이기에는 아직까지 역부족이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이홍일 연구위원은 "정비사업의 시공권은 조합원의 사적 재산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제도적으로 관리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다만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 대형 건설사가 맡더라도 일정 가구분을 중견 건설사에게 기회를 줘 실적을 올려주는 제도를 검토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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