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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뛰는 2017]덩치 줄인 조선업계 "수주 보릿고개 넘는다"


입력 2016.12.29 06:30 수정 2016.12.29 08:40        박영국 기자

올해 수주부진, 내년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질 듯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현대중공업

지난해와 올해 해양플랜트 부실에 따른 대규모 적자와 극심한 수주절벽으로 고전했던 조선업계는 새해에도 보릿고개를 넘는 심정으로 생존에 전력을 다해야 할 전망이다. 올해 조선업계를 강타했던 수주절벽은 새해에도 크게 나아지긴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고, 그동안의 수주부진 여파는 새해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형 조선 3사는 내부적으로 60~90억달러 수준의 새해 수주목표를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호황기를 거치면서 대형 조선 3사의 수주목표는 항상 100억달러 이상씩이었고, 올해도 마찬가지였으나, 수주실적이 목표치에 턱없이 부족한 수준에 머물면서 목표액을 크게 낮춰 잡은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올해 초 사업계획에서 195억달러의 수주목표를 공개했다가 목표달성률 50%를 하회해 공시위반에 걸릴 상황이 되자 지난달 95억달러로 수정 공시했다. 11월 말 현재 누적 수주액은 71억달러 수준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시장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아 수주 달성 가능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다”면서 “새해에는 수주목표를 대외적으로 공개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새해 수주목표가 올해 수정 공시된 95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새해 수주 목표액을 올해 대비 대폭 축소할 전망이다. 올해 초 수립한 수주목표는 108억달러였으나, 지난달 말까지 수주액은 15억5000만달러에 머물렀다. 이 회사 역시 새해 수주목표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지만, 60억달러 내외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더 이상 연간 100억달러 이상의 수주목표는 비현실적인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올해 초 125억달러의 수주목표를 수립했다가 지난 5월 정부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에서 3년간의 목표치를 올해 53억달러, 2017년 53억달러, 2018년 59억달러로 제시한 바 있다.

올해 11월 말까지 수주실적은 5억2000만달러로 목표 달성은 물 건너 간 상황이지만, 내년에는 목표치를 자구안보다 다소 상향해 60억달러 이상으로 잡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수주가 사실상 확정됐는데 최종 계약이 내년으로 미뤄진 물량이 일부 있기 때문에 자구안에서 제시한 3년치 수주목표 대비 올해 목표달성률은 낮겠지만 내년엔 다소 상회하는 실적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새해 목표액을 달성하기만 한다면 적어도 올해보다는 수주실적이 나아지게 된다. 하지만 수주실적이 매출에 순차적으로 반영되는 조선업 특성상 올해 수주부진이 내년 실적에 반영되는 상황은 불가피하다.

대형 조선업체 한 관계자는 “내년 수주는 올해보다 좋아지긴 하겠지만, 올해가 워낙 바닥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낫다는 것이지 시장 상황이 크게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는 하기 힘들다”면서 “더구나 올해 수주부진이 내년 실적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 올해보다 배는 더 고픈 상황이 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계에서는 내년에 대형 조선 3사 대부분이 적자를 내는 분기가 몇 차례씩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뚜렷한 실적회복을 통한 그동안의 부진 만회보다는 적자를 최소화하며 한 해를 버티는 게 조선업체들의 새해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불황을 버틸 수 있는 힘은 ‘감량’에서 나온다. 대형 조선 3사 모두 올해 대규모 자구안 실행을 통해 인건비 등 고정비를 줄인 상태다.

정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2016년 기업구조조정 추진실적 및 향후계획’에 따르면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포함)은 올해 5월 제출한 총 3조5100억원의 자구계획에서 자산 매각과 인력 감축 등을 통해 지난달 말까지 총 1조9700억원을 이행해 56%의 이행률을 기록했다. 인력조정 규모는 3500여명에 달한다.

새해에는 각 사업부의 분사를 통해 전문화와 경영합리화를 꾀한다. 내년 4월부터 조선·해양,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그린에너지, 서비스사업 등 6개사로 분사되면 기존 차입금을 나눠 배정함으로써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를 크게 개선시켜 부채비율을 100% 미만으로 낮출 수 있게 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총 5조3000억원의 자구계획 중 1조5200억원을 이행해 29%의 이행률을 기록했다. 올해 말까지 잡은 자구안 이행목표 1조4600억원은 초과 달성한 상태다.

인력은 직영 2000명을 포함, 계약직까지 총 80000명을 줄였다. 내년에는 올해 수주실적 부진을 고려해 70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구계획을 이행할 방침이다.

삼성중공업은 총 1조5000억원의 자구계획 중 6000억원을 이행해 40%의 이행률을 달성했다. 인력조정 규모는 1500명 수준이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한국 조선업계가 예전과 같은 호황을 다시 누리기는 힘들 것이라는 판단 하에 생산능력 축소와 인력 구조조정 등을 통해 전체적으로 덩치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설령 유가 상승 등의 효과로 조선업 경기가 더 좋아지게 되더라도 중국 업체들과의 격차가 많이 좁혀진 상태라 기존 덩치를 가지고는 생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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