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N to YOU] '독소조항' 품은 경제민주화법..."기업 다 죽는다"
경제민주화 법안 ‘급물살’…기업 투자·고용 위축 우려
지배구조·집단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법인세인상 등 기업옥죄는 거미줄 법안
경제민주화 법안 ‘급물살’…기업 투자·고용 위축 우려
지배구조·집단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법인세인상 등 기업옥죄는 거미줄 법안
국정불안 장기화로 국내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심화되는 가운데 경제민주화 관련 법안들이 새해 들어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국내 경제는 올해에도 내수 부진 우려가 여전하다. 트럼프 리스크, 최순실 국정농단에 따른 불확실성 발생으로 기업들은 어느 해보다 어려운 경영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경제를 회생시킬 골든타임이 이미 늦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기업을 옥죄는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이와 맞물려 추진될 경우 기업의 투자와 고용이 위축돼 총체적인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야권은 지난해 무더기로 발의한 상법, 공정거래법, 법인세법, 유통산업법, 보험업법, 하도급법 개정안 등 경제민주화 관련 8개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월 열리는 임시국회서 이를 처리하겠다는 의지다.
◆기업흔드는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기업의 지배구조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대표적 법안이다. 이 법안은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세분화해 맞춤형 차등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은 현대모비스 → 현대자동차 → 기아자동차 →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고리가 지배구조의 근간을 이루고 있어 지배구조개편이 불가피하다.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려면 약 4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법 개정안 역시 감사위원 분리 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집중투표제 의무화, 근로자를 대표하는 이사 선임, 자사주 관련 규제, 경영승계 규정 마련 등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이 있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기업의 감사위원과 일반 이사를 따로 뽑게 되는 제도다. 투기자본이 3% 이하로 지분을 쪼개는 방식으로 의결권 제한 규정을 피해 기업 이사회에 진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김종인 의원이 발의한 집중투표제까지 의무화되면 소액주주나 투기자본이 뭉쳐 이사회에 진출할 수 있어 기업의 지배구조는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역시 모회사의 지분 1% 이상을 가진 주주들이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부실경영이 있을 때 자회사·손자회사의 경영진을 상대로 소송할 수 있어 논란이 된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선진국은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지 않았고 유일하게 도입한 일본은 100% 자회사만을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다”며 “오너의 전횡을 막기 위한 제도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소송 대란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사주(회사가 보유한 자사 발행 주식) 관련 상법개정안도 쟁점 법안이다. ‘기업분할 시 자사주 배정 금지’, ‘지주사 전환 시 자사주 의무 소각 또는 주주에게 배분’, ‘우호세력 확보 위한 자사주 제3자 매각 금지’ 등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른바 ‘삼성물산 합병 재발 방지법’이라는 이름을 붙여 지난달 26일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소액주주들이 합병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합병유지청구권’을 새로 도입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대해 재계 관계자는 “현행법으로도 이사의 행위유지청구권 등을 통해 불공정한 합병을 통제할 수 있다”며 “합병유지청구권은 기업의 자율적 사업구조 개편을 가로막는 독소조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병유지청구권이 남발되면 미래 성장동력 확보나 구조조정 등을 위한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 법인세·소득세 인상, 저소득층 고통만 ‘가중’
기업들이 무엇보다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법인세 인상 가능성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해 11월 29일 법인세·소득세 인상법안 9건을 내년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소관 상임위원회에 각각 통보했다. 이들 법안은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할 경우 본회의에 자동 부의돼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재계에서는 최고 세율을 현 22%에서 25%로 상향할 경우 삼성전자, 현대차그룹은 수천억원에 달하는 추가 세 부담을 짊어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6조9000억원가량을 법인세 비용으로 지출한 삼성전자는 법 개정안에 따라 수천억대를 추가 부담해야한다”며 “기업은 투자나 고용을 줄여서라도 당기순이익을 지켜야 하는 위기에 몰리게 된다”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법인세 인상이 정부의 경제 진작 의지가 약하다는 신호로 평가받을 수 있으며 실제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킬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만우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제침체와 고용불안이 극심한 시점에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활동을 위축시킬 여지가 있다”며 “기업의 투자 위축은 근로자와 소비자 소득의 감소를 유발하므로 이들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과 궁극적으로는 동일한 효과를 낳는다”고 말했다.
이어 “법인세 인상으로 일자리 예산을 짜내기 보다는 법인세제 합리화로 일자리를 늘리고 재정운용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언급했다.
법인세와 소득세율 인상이 트럼프의 세제개편과 맞물릴 경우 경기침체가 더욱 심화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트럼프의 세제개편이 이행되고 여기에 우리나라가 법인세율과 소득세율을 각각 3%포인트씩 인상하게 되면 투자 감소가 연간 14.3%에 달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또 GDP는 5.4% 감소하고, 고용감소 역시 38만2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법인세 최고세율을 15%까지 인하할 경우 미국으로 자본의 쏠림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며 “결국 법인세율을 인하하려는 국제간 조세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역전략산업에 재정을 지원하고 규제를 완화해주는 규제 프리존 특별법 등 경제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경쟁국이 드론·자율주행 등 부문에서 규제를 완화하며 속도를 내는 반면 우리는 규제 프리존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의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이 불확실성으로 불안에 떨고 있는 기업과 국민을 안심시키고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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