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치로 본 EPL]소리없는 버팀목 캐릭, 맨유산 와인

데일리안 스포츠 = 박철민 객원기자

입력 2017.01.12 00:01  수정 2017.01.12 23:07

그라운드서 뛸 때 보다 없을 때 도드라져

맨유 중원 10년 지킨 든든한 버팀목

캐릭이 그라운드에서 뛸 때 두드러지지 않지만, 그가 없을 때 그의 빈자리는 유독 커 보인다.ⓒ 게티이미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2016-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를 앞두고 거액을 쏟아 부으며 전력을 보강했다.

무리뉴 감독을 필두로 폴 포그바,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에릭 바이 등 대형 스타들을 영입하며 단숨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시즌 초반 기대치를 밑도는 경기력과 성적으로 큰 실망을 안겼다. 무리뉴-즐라탄-포그바 모두 팬들 입방아에 올라 마음고생도 했다.

12월 들어 맨유는 살아났다. 무너질 듯한 팀을 지탱하고 상승세의 밑거름이 된 조력자는 단연 ‘부주장’ 마이클 캐릭이다.

캐릭이 합류한 이후 맨유의 중원은 안정감을 찾았다. 포그바 역시 캐릭의 능숙한 밸런스 조절을 바탕으로 원래의 모습을 찾았다. 무리뉴 감독도 “포그바가 살아난 것은 캐릭의 합류가 가장 큰 힘이 됐다”고 진단했다.

캐릭이 그라운드에서 뛸 때 두드러지지 않지만, 그가 없을 때 그의 빈자리는 유독 커 보인다. 캐릭의 소중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캐릭이 있을 때, 그리고 없을 때 맨유 경기결과와 내용에 대한 수치를 비교해봤다.

마이클 캐릭 선발출전 여부에 따른 수치 비교. ⓒ 데일리안 박철민/프리미어리그 공식 프로필

맨유가 치른 2016-17시즌 20경기 중 캐릭이 선발로 나온 것은 8경기다. 이때 맨유는 무려 6승(2무)을 챙겼다. 승점은 20점으로 경기당 2.5점을 올렸다. 반면 캐릭이 선발로 출전하지 않은 12경기에서는 5승4무3패로 승점19(경기당 1.58)였다.

캐릭이 선발 출전한 8경기가 더 많은 승점을 기록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또 캐릭이 선발 출전한 8경기에서 맨유는 15골(5실점), 선발 출전하지 않은 경기에서는 16골(14실점)을 기록했다. 캐릭이 복귀하지 않은 상태에서 리버풀-맨시티-첼시를 상대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캐릭이 있었을 때보다 경기당 평균 실점이 높았다.

캐릭이 선발 출장했을 때, 맨유의 슈팅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평균적으로 13.75회로 선발 출장하지 않은 12경기의 평균 슈팅 19.3회보다 적었다.

눈여겨볼 점은 횟수는 줄었지만 질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슈팅의 정밀함이다. 캐릭이 선발 출장했을 때, 맨유는 유효슈팅 비율이 37%에 이르렀다. 선발 출장하지 않은 경기의 34%보다 높은 슈팅 정확도다.

마이클 캐릭 선발출전 여부에 따른 수치 비교. ⓒ 데일리안 박철민/프리미어리그 공식 프로필

흥미로운 점은 점유율이다. 맨유는 캐릭이 선발로 출장하지 않은 12경기에서 57.5%의 점유율로 선발 출장한 8경기의 55.8%보다 높았다. 점유율은 선발출전하지 않은 경기들이 높았지만 볼터치와 패스횟수는 선발출장 했을 때 더 높았다.

뿐만 아니라 가로채기, 태클 성공에 있어서도 맨유의 수비력은 캐릭이 있을 때 더 좋은 수치를 보여줬다.

81년생인 캐릭이 올드 트래포드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맨유도 캐릭에게 1년 재계약을 제안한 상태다. 20라운드까지 치른 현재, 맨유는 1위 첼시에 승점10 뒤진 6위에 머물러 있다.

즐라탄은 “나이가 들수록 더 나아진다. 나는 마치 레드 와인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캐릭 역시 맨유에서 지난 10년 동안 묵묵하게 자리에 섰던 숙성된 자원이다.

캐릭이 맨유에서 어떤 말년을 보내느냐에 따라 맨유의 운명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캐릭이 버팀목이 되어 맨유의 비상에 힘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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