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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배터리” 삼성전자, 153일만에 갤노트7 악재 털었다


입력 2017.01.23 13:04 수정 2017.01.23 14:59        이호연 기자

삼성SDI 배터리 ‘우측 눌림’, 중국 ATL 배터리 ‘비정상 융착돌기’

삼성전자 “협력사 책임 물지 않을 것”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발화원인은 결국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판명됐다. 갤럭시노트7에 탑재됐던 삼성 SDI와 중국 ATL이 개발한 배터리 설계 문제와, 제조상의 불량 공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화까지 이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8월 24일 갤럭시노트7 최초 발화사태가 보고된 이후 153일만에 원인을 규명하고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은 23일 강남구 서초 사옥에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 등장해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은 배터리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날 해외 전문기관 UL, EXPONENT, TUV 라인란드 관계자들도 참석해 원인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사장)이 23일 강남구 서초사옥에서 열린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인사하고 있다. ⓒ 이항구 데일리안 기자

◆ 삼성 배터리 설계 문제 인정, ‘얇은 분리막‘
삼성전자와 해외 전문기관이 밝힌 갤럭시노트7 발화의 주요 원인은 ‘배터리 자체 결함’이다. 갤럭시노트7에는 국내 삼성SDI와 중국 ATL에서 제조한 리튬 이온 배터리가 탑재됐다. 종합하면, 삼성 SDI배터리는 ‘우측상단 눌림 현상’ ‘얇은 분리막’이 발화를 유발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 ATL 배터리의 경우 내부의 비정상적인 융착 돌기로 인한 절연 테이프와 분리막 파손이 주요 원인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내부에는 양극판과 음극판이 있고, 이를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분리막이 있다. 분리막은 말아져 있는데 이를 ‘젤리롤’이라 한다. 삼성SDI 배터리의 경우 CT사진으로 측정한 결과, 배터리 설계 잘못으로 인한 공간 협소로 음극판 눌림 현상이 발생하며 발화 원인으로 이어졌다.

중국 ATL배터리의 경우 양극 탭 부착시 초음파 융착 과정에서 발생한, 비정상적인 융착 돌기 크기가 너무 커서 절연테이프와 분리막을 뚫고 음극판의 구리 성분을 녹였다. 이로 인해 내부 부품이 끊어지는 ‘단락’이 발생하면서 발화 현상이 일어났다.


◆ 해외 분석기관 결과 살펴보니...
외부전문기관의 분석 기관도 이와 유사했다. 글로벌 인증분야 선도 기업 UL의 사디브 다스타스 사업부문 대표는 “삼성SDI에서 제조한 배터리 장착한 110대 제품을 다양한 조건에 노출시킨 결과, 제조공정상의 이슈로 인한 우측상단과 얇은 분리막이 배터리 불량을 가중시켰다”고 밝혔다. 우측상단의 변형과 얇은 분리막에 기계적인 스트레스를 받아 분리막이 손상되고 내부 손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미국 분석 전문 기관 EXPONENT도 삼성SDI 배터리의 설계상 오류에 대해 지적했다. 케빈 화이트 수석 기술 총괄은 “배터리 내부 활성화된 부분을 밀봉한 것을 ‘파우치 셀’이라고 하는데, 설계가 잘못돼 공간 협소로 파우치가 구부러져 음극판과 접촉해 우측 상단부 손상이 났다”고 설명했다.

중국ATL의 배터리는 융착과정에서 발생한 제조 결함이 문제가 됐다. 사디브 UL 대표는 “CT스캔을 통해 배터리 내부 탭의 융착점이 크게 돌기됐고 이 때문에 분리막에 구멍이 났다”며 “배터리 보호 성능이 저하되고 전반적인 배터리 밀도가 상승해 발화 소손 정도가 심화됐다”고 밝혔다. 일부 불량 공정으로 절연탭이 미 부착된것도 악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케빈 EXPONENT 수석 총괄도 “배터리 내부 양극탭의 융착 제조 결함으로 인해 일부 열 폭주까지 발생했다”며 “융착부 길이가 과도하게 길어지면서 반대쪽 음극판 거리까지 해당됐다. 특히, 보호 테이프 층이 없었는데 제조 공정상의 실수 인 듯 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독일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글로벌 검인증 기관 TUV라인랜드는 배터리 물류 시스템과 폰 조립 공정 운영 상의 배터리 안전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이에 대해 TUV라인랜드 측은 “폰 제조 공정과 배터리 물류 시스템에서는 배터리 안전성을 저해할 수 있는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갤럭시노트7' ⓒ 삼성전자

◆ 1차 리콜 ‘배터리 결함’ 판정...2차때 해결 왜 못했나?
삼성전자와 해외 전문 기관이 갤럭시노트7 발화 원인을 ‘자체 배터리 결함’으로 판명하면서, 1차 리콜 당시 배터리 결함을 발견했음에도 이를 뿌리뽑지 못한 이유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고동진 사장은 “1차 발화 당시 삼성SDI의 배터리에서 발생했던 문제가 중국 ATL에서는 나오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검증을 제대로 못하다 보니 ATL배터리에서는 삼성SDI 배터리에서 나오지 않았던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배터리 제조사마다 발화 원인이 달라 원인 규명하는데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고 사장은 “결론적으로 원인은 배터리에 있었다”며 “배터리 설계 및 제조 공정상에 대한 문제점을 노트7 출시전에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향후 재발방지 대책을 위해 제품 출시전부터 개별단계별 검증을 강화하고 관련 시스템을 구축, 자문단까지 구성했다”며 “이같은 노력은 차기작 ‘갤럭시S8’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고동진 사장은 협력사 책임 여부에 대해 “삼성전자와 450여개 협력사는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냈다”면서도 “삼성전자는 배터리 공급사와 발화원인 분석 결과와 검증을 받고 공유했고, 이같은 상황에서 배터리 공급 협력사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축했다.



갤럭시노트7 사태 주요 일지

▲ 2016.8.2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최초 공개.

▲ 8.6 국내 예약 판매 개시.

▲ 8.19 한국·미국 등에서 정식 출시.

▲ 8.24 온라인 커뮤니티에 국내 발화 추정 사례 공개…삼성전자 원인 조사 착수.

▲ 8.29 유튜브에 발화로 그을린 해외 갤럭시노트7 영상 게시.

▲ 9.1 삼성전자, 발화원인이 배터리 결함으로 중간 결론…전량 리콜 가능성 시사

▲ 9.2 삼성전자, 배터리 결함 공식 확인…전량 교환 발표.

▲ 9.8 미국 연방항공청(FAA), 기기 기내 사용 중단 권고.

▲ 9.9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기기 사용 중단 권고.

▲ 9.19 다른 배터리를 쓴 새 갤럭시노트7 한국 공급 시작, 교환 개시.

▲ 9.21 새 기기 미국 공급 시작, 교환 개시.

▲ 10.1 새 기기 국내 일반 판매 개시, 서울 송파구에 사는 소비자의 새 기기에서 화재 발생.

▲ 10.6 사우스웨스트 항공사 여객기 내에서 기기 발화, 승객 전원 대피. 미국 FAA와 CPSC 조사 착수.

▲ 10.11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한국 국가기술표준원과 미국 CPSC 새 기기 사용·판매·교환 중단 권고

▲ 10.13 미국 CPSC, 2차 공식 리콜 발표.

▲ 12.11 갤럭시노트7 글로벌 회수율 90% 육박.

▲ 12.16 미국 4대 이동통신사, 갤럭시노트7 충전율 0%로 제한.

▲ 2017.1.11 국내 이동통신사, 충전율 15%로 제한.

▲ 1.23 삼성전자, 미국 안전인증 회사 UL 등이 참여한 갤럭시노트7 발화원인 조사결과 발표.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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