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한국 정착해도 낯선 '이방인' 시선"…탈북민 차별 여전


입력 2017.01.29 05:00 수정 2017.01.28 15:47        박진여 기자

탈북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언론보도 행태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는 관점서 접근해야…호칭도 문제

북한이탈주민을 일반 주민과 분리해 특수 집단으로 규정하는 인식이 탈북민들의 가슴에 못이 되고 있다.(자료사진) ⓒ데일리안

탈북민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는 언론보도 행태 여전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는 관점서 접근해야…호칭도 문제

“남한주민이 1인 가구면 ‘독신가구’이고, 북한이탈주민이 1인 가구면 ‘외톨이’인가요?”

북한이탈주민을 일반 주민과 분리해 특수 집단으로 규정하는 인식이 탈북민들의 가슴에 못이 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영향력이 큰 권력기관과 언론 등이 탈북민에 대한 단정적이고 편파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탈북민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확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해도 사리원 출신의 한 탈북민은 북한이탈주민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일부 언론보도를 통해 사회적 차별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 탈북민은 28일 본보에 올초 한 매체에서 보도된 내용을 지적하며 “혼자 생활하는 탈북민은 ‘외톨이 탈북민’으로 표현되곤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부정적인 사건에서 이 같이 묘사될 경우 혼자 생활하는 탈북민이 사회 부적응자로 인식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탈북민도 김 씨, 박 씨, 이 씨 다 이름이 있는데, 일반 남한주민들처럼 ‘OO구에 거주하는 아무개’로 표현하는 게 맞지 않느냐”면서 “북에 가족을 두고 오거나 독립해 혼자 사는 탈북민이 많은데, 마치 혼자 사는 탈북민들이 모두 사회 부적응자로 비춰질까봐 두렵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일부 언론서 기사에 의미를 더하기 위해 탈북민을 차별적 존재,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함경북도 청진시 출신의 한 탈북자는 이날 본보에 “권력기관인 경찰부터 사회적 영향력이 큰 언론까지 탈북민을 잠재적 범죄자로 묘사하기도 한다”면서 “모 매체는 당시 확인도 되지 않은 사건에 대해 탈북민이 연루됐다는 이유로 탈북민의 존재를 크게 다뤘다”고 지적했다.

실제 다수의 탈북민은 탈북민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으로 남한 사회에서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남북하나재단의 ‘2014 북한이탈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탈북민 4명 중 1명(25.3%)이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로 차별이나 무시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답했다. 차별 이유는 말투, 생활방식, 탈북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주된 이유였다.

이때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권력기관, 언론 등이 탈북민에 대해 단정적이고 편파적인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탈북민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이 같은 문제들은 탈북민 인권보도준칙에도 상세히 소개돼있다. 지난 2011년 9월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정·권고한 인권보도준칙에는 탈북민을 대상으로 △신상노출 △비하 또는 부정적 표현 △수동적·자립심 부족 등의 묘사를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및 북한 주민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보도 준칙에는 언론이 탈북민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총강 아래 △본인과 가족의 안전을 위해 동의가 없는 한 성명, 출신 등 신상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 △탈북민을 항상 도움이 필요한 수동적이고 자립심이 부족한 사람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사회 부적응 등 부정적 사례를 보도할 경우,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관점에서 살펴본다 등의 권고 사항이 담겼다.

여기에는 실제 이를 위반한 사례들도 함께 소개되고 있다. 지난 2014년 8월, 한 매체가 문제시되는 탈북 여성결혼전단지를 소개하면서 차별적 인식이 담긴 네티즌들의 반응을 거르지 않고 기사에 그대로 실어 탈북민을 비하하거나 부정적으로 표현한 사례로 지적됐다.

또한 지난 2014년 8월, ‘북한이탈주민 결핵 비율 남한의 40배’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북한이탈주민을 항상 도움이 필요한 수동적이고, 자립심이 부족한 사람으로 묘사한 사례가 지적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탈북민의 신상정보가 공개돼 문제시됐던 사례도 있다. 지난 2011년 5월 북한이탈주민 5명이 신상정보 노출로 북한에 남은 가족이 실종됐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재판부는 이들의 손을 들어줬다. 광범위한 정치보복이 행해지는 북한의 특수상황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탈주민의 신변보호 요청은 언론출판의 자유나 국민의 알권리보다 우선해 존중돼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탈북민에 대한 호칭 정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통일부는 ‘북한이탈주민’을 공식용어로 사용하고 있는데, ‘이탈’이라는 단어의 어감도 문제로 지적돼 지난 2013년부터는 ‘탈북민’을 약어로 인정해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함경북도 무산 출신의 탈북자는 본보에 “언론에서부터 탈북민을 탈북자, 새터민 등으로 입맛대로 부르고 있다”면서 “탈북민이라는 용어로 탈북민을 일반 주민들과 구분해 부르는 것도 유쾌하지 않은데, 이에 대한 용어조차 통일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발표된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최근까지 네이버 등 대형포털에 서비스된 뉴스 중 △탈북자로 표기한 기사가 9만 5461건으로 가장 많았고, △북한이탈주민(4만1814건) △새터민(2만5708건) △탈북민(1만6532건)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를 지적한 탈북민은 “탈북민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남북 간 차이보다 탈북민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이라면서 “사회에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듯 탈북민 중에서도 여러 사람이 있는 것으로, 권력기관이나 언론부터 탈북민을 특수한 집단으로 강조하기보다 일반 사회 구성원으로 인식해 차별을 해소해야 한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박진여 기자 (parkjinyeo@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박진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