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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동정론 살아날라' 몸 사리는 민주당


입력 2017.01.30 16:28 수정 2017.01.30 16:46        이슬기 기자

표창원 '누드화 파문' 등 야권 인사들 잇따라 도마 위에 올라

대선 주자들 '대정부 공세'보다는 민심현장 방문 등 자세 낮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설연휴를 하루 앞둔 26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에게 귀성인사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박근혜도 너무 싫지만, 민주당이 자기 세상 만났다고 설쳐대는 건 더 싫더라."

연휴가 한창인 29일, 충남 논산 출신의 남성 이모 씨(60)가 설 밥상을 앞에 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씨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에 투표했지만,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박 대통령에 '배신감'을 느껴 완전히 등을 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씨는 또다른 문제로도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는 최근 논란이 된 표창원 민주당 의원의 '박 대통령 풍자화 국회 전시' 사건을 언급한 뒤 "아무리 그래도 국회의원이란 사람이 정도가 있지, 이건 아주 막 가자는 거 아니냐"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 씨는 그러면서 "박근혜 부역자들을 또 뽑아줄 수는 없지만, 문재인이든 표창원이든 아주 신나서 저렇게 설쳐대는 걸 보면 야당에도 믿을 놈이 없다"며 "누구를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 이재명은 국회의원이 아니고 시장 경험도 있고 하니 그나마 이재명을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을 맞아 딸 내외를 만난 동향의 최모 씨(여.55)는 "뒤숭숭해서 대선같지도 않고 누굴 뽑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앞서 정권의 비선실세로 꼽히는 최순실 씨가 특검 사무실 앞에서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라고 항변한 것에 대해 "대통령이나 저거나 똑같은 것들"이라며 "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말하기도 민망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사진을 국회에다 걸어놓고 그게 뭐하는 짓거리냐"며 "이래서 민주당한테는 한 표도 주기 싫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최 씨는 이어 "국민은 대통령때문에 분노하고 촛불도 드는데, 야당은 그저 기회 만났다고 날뛰는 게 꼴보기 싫다"고도 했다.

내달 말경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마무리될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야권의 탄핵 시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야권 인사들의 무례한 언행이 도마 위에 오름에 따라 박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한 듯, 민주당 대선 주자들도 입 단속에 나서는 등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지난 28일 배우자 김정숙 여사와 함께 양산 통도사를 방문, 영배 주지스님을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더불어민주당이 잘해서 대세론이 나오는 게 결코 아니다"라며 한껏 자세를 낮췄다.

이날 차담석에서 영배 주지스님을 비롯한 참석자들은 "대표님은 이미 검증이 끝났다", "인내심만 갖고 하면 큰 어려움 없이 (대선 승리가) 이뤄질 것 같다"는 환담을 건넸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는 기쁜 내색 없이 "요즘은 그저 아주 간절한 마음으로 다닌다"면서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촛불민심이 워낙 절박해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것이니까 제가 그 마음을 잘 받들어야한다"고 답했다.

민주당의 동토(凍土)인 대구 수성구를 지역구로 둔 같은 당 김부겸 의원도 30일 '김부겸 의원이 전하는 설 민심'이라는 제목의 공식 입장을 내고, 민주당의 자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대구의 설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동정여론이 더 커진 것 같다"면서 "민주당이 마치 정권 다 잡은 것처럼 오만해서는 안된다는 당부의 말도 많았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일부 민주당 의원의 도를 넘는 행동이 중도층의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면서 최근 논란에 휩싸인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언행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아울러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연휴 기간 동안 대정부 공세나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 메시지를 띄우기보다는 재래시장과 마을회관을 방문하거나 연휴 후 '정책 공개 일정'을 예고하는 등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선보였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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