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 프로야구단 인사 개편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현장 출신 단장들의 증가다. 과거에도 현역 선수 출신의 프런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그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박종훈 한화 단장(전 LG 감독)이나 염경엽 SK 신임단장(전 넥센 감독)처럼 아예 감독 출신 단장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이들은 현장과 프런트를 두루 넘나들며 축적된 실무 경험과 야구에 대한 해박한 이해를 바탕으로 구단 운영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실세 단장’이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이들을 영입한 구단들이 모두 프런트 야구에 대한 의지가 강한 팀들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 단장을 중심으로 한 프런트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현장과의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화는 지난 2년간 김성근 감독이 사실상 팀 운영의 전권을 장악하는 형태였다. 김 감독은 선수단 구성과 이적은 물론이고 프런트 인사에까지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두 시즌간 한화는 5강 진출에 실패했고 김 감독의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팀 운영으로 인하여 각종 구설수까지 불거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화 구단이 박종훈 단장을 영입한 것은 김 감독에게 집중되었던 비대한 권한을 회수하고 프런트의 영향력을 다시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라는 평가다. 실제로 박 단장의 부임과 동시에 김 감독은 1군 선수단 관리와 경기에만 집중하고 구단의 전반적인 운영은 다시 프런트가 전담하는 형태가 됐다. 어찌 보면 현대 프로스포츠의 흐름을 볼 때 정상적인 형태로 복귀한 것에 가깝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과 박종훈 단장의 협업 체제가 올 시즌 끝까지 무사히 굴러갈 수 있을지 의구심어린 시각이 많다. 실제로 김 감독과 박 단장은 지난해 말부터 코칭스태프 개편과 FA 영입, 선수단 전력보강 등 각종 현안을 두고 보이지 않는 충돌을 거듭해 왔다는 지적이다. 김 감독은 공공연하게 프런트의 행보에 불만을 표시했다. 최근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는 첫날부터 선수단 훈련을 참관하려던 박 단장에게 김 감독이 반감을 드러내며 언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성근 감독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한화와의 3년 계약기간이 끝난다. 이미 지난 2년간의 성적부진과 팀 운영을 둘러싼 각종 구설수로 김 감독의 입지는 크게 줄어든 상태다. 김 감독은 과거에도 SK 등 여러 구단을 거치면서 자기 목소리를 내는 프런트와는 여러 차례 팀 운영의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전력이 있다. 레임덕을 피하기 어려운 임기 말년의 노감독과 팀의 장기적인 미래를 설계해야하는 감독 출신 단장의 불안한 동거가 무사히 굴러갈 수 있을지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이유다.
또 다른 감독 출신 단장인 염경엽 단장을 영입한 SK의 행보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SK는 다음 시즌 구단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사령탑인 트레이 힐만 감독을 영입했다. 힐만 감독이 이미 일본 니혼햄 시절 등을 통하여 아시아 야구에 대한 경험이 있다고 하지만 한국야구는 어디까지나 초보다.
염 단장은 바로 몇 달 전까지 넥센 사령탑을 지냈으며 감독으로도 이미 상당한 성과를 이룬 인물이다. 심지어 힐만 감독이 부임하기 전까지 SK의 차기 사령탑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자칫 한 팀에 감독이 두 명 있는 미묘한 관계가 될 수도 있다.
염 단장은 세간의 시선을 의식한 듯, ‘프런트와 단장은 그림자 같은 역할에 충실해야한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월권에 대한 우려를 일축했다. 염 단장 본인도 넥센 감독 시절 팀 운영을 둘러싸고 프런트와 구단 수뇌부와 의견 충돌을 겪었던 전력이 있는 만큼 본인이 프런트의 역할로 돌아왔더라도 정도를 지킬 것이라는 전망이다.
감독 출신 실세 단장을 영입한 구단들은 과연 다음 시즌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현장 최고책임자인 감독과의 관계는 과연 원만하게 호흡을 맞출 수 있을까. SK와 한화의 행보가 주목된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