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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가는 보수가 살아나는 유일한 길은


입력 2017.02.18 06:30 수정 2017.10.16 10:15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미봉책으로 집권 연장 요행수는 나락의 유혹

자유한국당도 비대위 끝내고 책임 지도부 세워야

인명진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이 하루종일 화제가 되었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의 기업주가 창사이후 처음으로 구속됐다는 것도 충격이지만, 그 사건이 야기할 정치적 후폭풍이 더 큰 관심이었다. 대통령 탄핵심판을 앞두고 가장 쟁점이 되었던 ‘뇌물죄 성립여부’를 재판부가 일단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한 번 탄핵심판 결과에 대한 억측이 난무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탄핵심판의 결론이 어떻든 사회는 또 한 번 큰 홍역을 앓게 될 것이다.

탄핵심판이 기각될 수도 있다. 그건 전적으로 헌재의 판단이다. 여야 정치권도 헌재 판결을 수용할 것을 (구두로나마) 합의했다. 그러나 탄핵심판 결과와 관계없이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적 책임을 면하기 힘들다. 나라는 어려움에 빠졌고, 보수진영도 회생불능의 처지로 몰렸다. ‘애국’, ‘도덕성’과 같은 보수의 가치는 무참히 무너졌고, 짓밟혔다.

그 원인은 결국 박 대통령이다. 그는 자신이 ‘한 것’ 보다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최순실에 의존한 것보다 공조직을 비롯한 여타 조언자들과 제대로 소통하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다. 그는 새로운 사람을 키워 보수진영의 합법적인 장기집권을 준비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우호적이고 편한 후보를 외부에서 영입할 생각만 하다가 결국 당내 자원을 고갈시켰다.

안타깝게도 탄핵심판에서 ‘하지 않은 것’은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헌재의 결정과 관계없이 정치적 책임을 따질 수 밖에 없다. 탄핵심판이 기각된다 해도 박 대통령의 리더십은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본인이 결단을 내리는 모습이 결국 보수진영에 숨통을 열어 줄 것이다. 박 대통령이 잠시 자리를 비켜주고 길게 사랑받을 수 있는 길을 선택하길 많은 보수인사들이 바라고 있다.

보수진영도 박근혜 대통령과 결별해야 보수집권을 위한 새로운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 이제 더 미련을 가질 시간이 없다. 이미 너무 망가져 버렸다. 야당을 할 각오가 필요하다. 허울뿐인 여당을 벗어 버리고 힘있는 보수야당, 이념적으로 무장된 보수야당, 도덕적으로 우위의 보수야당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그 길만이 여당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지금 연명하려고 남은 자원까지 고갈시켜서는 그 이후에도 희망이 없다. 명분이 부족한 외부인사도 과감하게 내려놓고 당내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사람을 키워야 한다. 그래야 외부인사 카드도 살릴 수 있다. 미봉책으로 집권을 연장해 보겠다는 요행수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또 다른 나락의 유혹일 뿐이다.

정당의 목표는 정권획득이다. 정당의 사회적 사명은 정치인재 양성이다. 인재양성의 사명을 외면하고 과실만을 따먹었기에 위기에 해법을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인재양성을 통한 지속가능한 집권플랜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곧 맞을 대선에서도 국민들의 기대를 모을 수 있고, 그 결과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집권만이 꼭 중요한 것은 아니다. 보수의 가치와 이념을 세우고 나라를 위하는 진정성을 국민께 전달한다면 성과가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이번 대선에서도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야당을 하더라도 희망있는 야당, 힘있는 야당이 될 수 있다.

정통보수당을 자임하는 자유한국당도 이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종식시키고 정통성있는 지도부를 세워야 한다. 비상이 아니어서가 아니다. 비상상황이 끝나서도 아니다. 비상상황을 감당하기에 지금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는 너무 허약하기 때문이다. 대안도 없고, 희망도 없다. 이미 지난 두 달의 허송세월이 이를 증명한다. 그냥 시간을 때우고 대선정국을 넘기는 용도라면 그것은 결국 장기불황의 단초를 만드는 것이고 보수진영 회생의 길을 망치는 일이다. 용기와 장기적 안목으로 당을 재건하고 대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새로운 지도부가 필요하다.

새로운 지도부는 정통성을 확보해야 한다. 전당대회를 통해 온 당원이 참여한 법적, 정치적 대표성있는 지도부를 뽑아야 한다. 지금 대안이 없어도 당원과 국민을 믿고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결국 그런 용기만이 조용히 죽어가는 자유한국당과 보수진영을 살릴 것이다.

그 과정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대권주자는 자연스럽게 걸러질 것이고 당의 리더십도 정립될 것이다. 보수진영 단일화를 위한 방향이 제시될 것이다. 그 결과에 대한 불안은 일단 접어 놓아야 한다. 지금보다 더 절망적일 수는 없을 테니까. 알량하게 남은 당의 재산에 연연하여 자리를 나누고 정당 국고보조금에 의지해서는 소멸해 가는 보수정당을 지킬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지도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가장 현실적이고 장기적으로 합당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급해도 실을 바늘허리에 묶어 쓸 수는 없는 일이다. 바쁠수록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글/김우석 미래전략개발연구소 부소장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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