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한채아 "열애 고백, 영화에 피해 갈까 고민"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서 형사 나정안 역
시사회서 차세찌와 교제 사실 알리며 화제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서 형사 나정안 역
시사회서 차세찌와 교제 사실 알리며 화제
최근 가장 '핫'한 연예인을 꼽으라면 배우 한채아(34)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깜짝 열애 고백으로 시사회장을 뒤집어 놓은 그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며 주목받았다. 데뷔 후 이렇게 주목받은 건 처음이다.
한채아는 영화 '비정규직 특수요원'(감독 김덕수)에서 지능범죄수사대 형사 나정안 역을 맡았다. 육두문자를 내뱉는 것은 물론,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는 캐릭터다. 그간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를 선보인 한채아는 이번 영화를 통해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영화는 보이스피싱으로 날아간 국가안보국 예산을 찾기 위한 비정규직 국가안보국 내근직 요원(강예원)과 지능범죄수사대 형사(한채아)의 예측불허 잠입작전을 그리는 언더커버 첩보 코미디다. 청년실업, 비정규직, 보이스피싱 등 사회 문제를 오락 영화에 적절히 버무린 게 미덕이다.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한채아를 10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났다.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는 그는 보기와는 다르게 수더분한 성격이었다.
2006년 뮤직비디오 '손호영- 사랑은 이별을 데리고 오다'로 데뷔한 그는 '이웃집 웬수'(2010), '각시탈'(2012), '내 연애의 모든 것'(2013), '미래의 선택'(2013), '당신만이 내사랑'(2014), '장사의 신-객주'(2015) 등에 출연했다.
'여성여성'하고 예쁜 캐릭터만 주로 맡아온 그는 "그간 해온 작품에서는 항상 완벽한 메이크업 상태로 촬영에 임했는데 이번 작품에선 아니었다"며 "숨기지 않고, 바로바로 얘기하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이전 작품과는 다른 역할이라 두렵기도 했다. 그런 그에게 강예원은 "영화에서 '풀메'(풀메이크업) 이상해"라는 말을 했단다. "예원 언니의 말을 듣고 정말 편하게 찍었어요. 화장도 거의 안 하고요. 호호."
주로 드라마에서 활약하다 상업 영화 주인공을 처음 꿰찼다. 부담은 없었을까. "부담스럽기도 했는데 감사하기도 했어요. 이 작품을 선택할 당시 '연기는 무엇일까' 고민하던 찰나였거든요. 연기에 대해 욕심이 나는 시기에 작품을 만났어요. 영화 관계자들은 절 모르는데 감독님께서 큰 역할을 제게 주셔서 고마워요. 언론시사회 때 처음 영화를 보는데 정말 떨리더라고요."
강예원을 믿고 출연했다는 그는 "예원 언니가 다양한 영화를 많이 했다"며 "이번 작품은 장영실이 극을 끌고 나가는 게 매력적이다. 난 언니 옆에 있기만 했다. 여배우들이 주축이 된 영화인데 이 작품이 충무로에서 다양한 영화가 나오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한채아는 영화를 통해 다채로운 매력을 뽐낸다. 섹시 댄스, 욕 연기, 액션신 등이 그렇다. 김민교와 함께한 섹시 댄스는 코믹 요소가 다분하다. 그는 "여러 춤을 다 췄다"며 "예상외로 반응이 뜨거워서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차진 욕 연기는 고민이었다. 자칫하면 어색하게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욕을 반대했다는 배우는 최대한 자연스러운 느낌을 주기 위해 대본에 있는 욕을 줄여 친한 사람들끼리 하는 '욕'으로 표현했다.
가녀린 체구로 소화한 액션 연기는 매끈했다. 특히 몸에 달라붙는 검은색 보디슈트를 입고 한 액션 장면에선 가벼운 몸놀림이 돋보였다. 얼굴에 미소를 띤 한채아는 "현실감 넘치는 여형사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어서 급소만 치고 빠지는 액션신을 만들어냈다"며 "웬만하면 대역 없이 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영화는 코미디 영화인데도 비정규직의 고충과 애환을 다뤄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사실 배우도 비정규직이다. 강예원은 "다음 계약을 기다리는 게 항상 불안하다"고 했다. 한채아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저도 불안해요. 촬영할 때마다 낯선 사람들 앞에 서는 것도 숙제입니다. 촬영이 끝나면 다들 물어봐요. 다음에 뭐하냐고. 다음 계획이 없을 때가 더 많거든요. 그러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고...배우는 선택받아야 하는 입장이니까요. 영화를 통해 비정규직의 아픔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됐어요. 혼자 아프고 힘들면 더 힘들잖아요. 관객들이 나만 비정규직이라서 힘든 게 아니라는 위로를 받았으면 합니다."
울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채아는 연예인을 꿈꾼 적이 없었다. 앞에 나서는 성격도 아니었다. 연예인을 한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네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뮤직비디오 주인공이 된 그는 얼떨결에 회사와 계약하고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회사에서 연기를 권유했고, 하다 보니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마음속에서 끓어올랐다. 연기 선생님은 배우 진경이다.
배우는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가늘고 길게 살았다'고 정의했다. "오디션을 보지 않고 데뷔한 건 행운이에요. 이후 서브 주연이라도 맡았으면 했는데 그렇게 됐고, 또 주연도 했고요. 큰 논란, 구설도 없었어요. 그렇다고 연기에 대한 극찬이나 혹평도 없었어요. 먹고 살 만큼 돈도 벌었고요. 잘 묻히는 스타일인가 봐요.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의 말이 옳았다. 한채아는 꾸준히 연기했다. 그러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를 통해 얼굴을 알렸다. 털털한 성격에 반한 시청자들이 많았다. 이 프로그램을 본 감독이 한채아를 영화에 캐스팅했다. 최근 출연한 tvN '내성적인 보스'에서는 큰 비중이 아니었지만 칭찬을 받았다. "인상적인 연기를 한 게 아닌데 칭찬을 받아서 놀랐어요.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했죠."
큰 욕심이 없어 보이는 한채아에게 물었다. '한채아'하면 딱 떠오른 인생작, 인생 캐릭터를 만들고 싶진 않은지. 그러자 두 눈을 반짝였다. "욕심 있죠. 시기와 작품을 잘 만나야 할 듯해요.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거든요."
그러면서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건 축복이자 감사한 일"이라고 했다.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희열을 느끼거나, 연기가 아쉬워서 잠을 못 잘 때 연기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다시 느낀단다.
삶의 목표는 '좋은 사람'이다. 모르는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보다는 나를 잘 알고, 나와 친한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 주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스스로 떳떳한 사람을 꿈꾼단다. "제 곁에는 저를 아껴주는 사람이 많아요. 지인들에게 창피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너 참 괜찮고 좋은 사람이야'라는 말을 듣고 싶답니다."
너무 솔직한 이 여배우에게 열애 고백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채아는 최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열애설이 보도된 그분(차세찌)과 좋은 만남을 갖고 있다"며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게 너무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내가 아이돌도 아니고, 연애 사실을 숨길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쁘게 잘 만나겠다"고 깜짝 고백했다.
앞서 소속사 측이 열애설을 부인한 것과는 상반된 입장이라 파장이 컸다. 특히 영화를 처음 공개하는 시사회장에서 사생활인 열애 고백을 한 점은 영화에 피해가 가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한채아는 "그 부분을 많이 고민했다"며 "사실 간담회 초반에 얘기하려고 했는데 끝에 얘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회사나 글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건 신뢰가 없는 행동인 듯해서 그랬다. 이번 일이 회사와 소속 배우의 입장 차이를 더 잘 조율하는 계기가 됐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향후 하고 싶은 작품을 묻자 "장르 상관없이 대본을 딱 봤을 때 욕심 나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고 했다.
트레이드 마크인 긴 생머리를 싹둑 자른 캐릭터를 권유했더니 "저도 너무 하고 싶은데 주변에서 말린다"고 웃었다. "이번 영화에서도 머리를 자르고 싶었거든요. 근데 감독님이 긴 머리가 잘 어울리고 예쁘다면서 반대하셨습니다. 이전 작품에서도 짧은 머리를 한 적 있는데 다들 '넌 긴 머리가 예쁘다'고 해요. 저도 예쁘게 보이고 싶기 때문에 고민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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