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家 재판]한 자리 모인 롯데 총수…혐의 전면 부인

'경영비리' 롯데 총수 일가 5명 나란히 법정에

공소사실 모두 부인…"부친 결정", "관여한 바 없어"

(왼쪽부터)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서미경 씨.ⓒ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경영비리' 롯데 총수 일가 5명 나란히 법정에
공소사실 모두 부인…"부친 결정", "관여한 바 없어"

경영비리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법정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김상동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의 첫 정식 재판을 열었다.

이날 별도 사건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신영자 이사장, 신격호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도 모두 재판에 나오면서 총수 일가 5명이 법정에 서는 이례적인 모습이 연출됐다.

고령에 몸이 불편한 신 총괄회장은 재판이 시작된 이후 20분가량 지난 시각에 휠체어를 탄 채 법원에 나타났다.

신 총괄회장에 앞서 도착한 신동빈 회장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며 법원으로 향했다.

신 전 부회장과 서씨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날 재판에서 이들은 기본적으로 공소사실을 전부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일제히 혐의를 부인했다.

신 총괄회장의 변호인은 "신 총괄회장이 구체적인 내용에 관여한 바 없고, 총괄회장 지위에서 한 일은 정책본부에 잘 검토해서 시행 하라고 한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는 이어 "고령인 신 총괄회장이 구체적인 것까지 관여하는 건 그룹 경영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법리적으로나 사실관계로나 공소사실은 부당한 만큼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덧붙였다.

반면, 신 회장측은 영화관 매점 임대 관련 혐의나 총수 일가에 대한 '공짜 급여' 혐의는 부친인 신 총괄회장이 결정권을 쥐고 행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신 회장의 변호인은 "신 회장은 아버지로부터 매점 운영권과 관련해 상의받은 적도 없다"며 "공소사실엔 신 회장이 적극 지지하고 따랐다고 돼 있지만 아무 한 일이 없어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총수 일가에 500억원대 '공짜 급여'를 줬다는 혐의와 부실화한 롯데에스넷 유상증자에 다른 계열사를 동원하는 등 471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도 전면 부인했다.

서씨와 신 이사장의 변호인도 각각 "구체적인 사안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신 회장은 2009년 9월부터 2015년 7월까지 계열사 끼워넣기 등 방법으로 회사에 471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신 총괄회장과 공모해 신 이사장과 서씨, 서씨의 딸 신유미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사업권을 몰아줘 774억원의 손해를 가하고 신 전 부회장에게 391억원, 서씨 모녀에게 117억원 등 총 508억원의 급여를 부당하게 지급한 혐의도 있다.

신 총괄회장은 2006년 차명으로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 3%를 롯데가 장녀인 신 이사장에게, 3.21%를 서씨 모녀에게 증여하는 과정에서 증여세 858억원을 탈루한 혐의다.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그룹의 계열사 임원으로서 특별한 업무를 수행하지 않고도 391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신 이사장과 서씨는 조세포탈 및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임대 공모 등의 혐의를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