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해진 신탁사 재건축 수주전…"과열이다" 정부 제동
여의도 광장아파트에 이례적으로 신탁사 경쟁 PT 진행 등 경쟁 치열
단순히 초과이익환수제 피하기 위한 선택 아닌, 사업 투명성 확보 위한 것
정비사업 단독시행이 가능해짐에 따라 ‘전성시대’를 누리고 있는 부동산 신탁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여의도와 강남권을 중심으로 신탁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면서 단독 입찰로 신탁사를 정하던 추세에서 신탁사들의 경쟁을 통해 선정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신탁사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대형 건설사 출신 직원들을 있따라 영입하는 등 조직을 개편하거나 확대시키며 인력충원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신탁사들의 수주 경쟁이 갈수록 과열되자 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부동산신탁사들이 신탁사업의 효과를 과대 포장해 시장 과열을 부추긴다는 판단에서다.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여의도 광장아파트 재건축 추진위가 신탁사 선정을 위해 개최한 사업설명회에 한국자산신탁과 KB부동산신탁이 참여해 경쟁 PT(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이들 신탁사 모두 사업참여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하며 맞대결을 예고했다.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지를 두고 부동산신탁사가 수주 경쟁을 벌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동안 조합을 대신해 재건축 사업을 이끌어 갈 ‘시행자’ 역할을 할 신탁사를 선정하는 작업에서는 단독 입찰을 통해 수주로 이어지는 경우가 보편적이었다.
광장아파트는 현재 신탁방식으로 진행할지 조합으로 진행할지 주민들 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주변 아파트가 신탁 방식으로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고 있어 광장아파트 입주민들도 조합방식보다는 신탁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며 “신탁사의 신뢰성과 안정성을 따져서 신탁사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탁사들의 치열한 수주 경쟁은 지난해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 후 어느정도 예고됐다. 이를 위해 신탁사들은 꾸준히 인력보강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
업계의 따르면 12개의 신탁사 가운데 대한토지신탁이 가장 큰 규모의 인력구조를 갖췄다. 지난해 2개의 팀을 산하에 두며 신설된 도시사업본부는 현재 4개의 팀으로 조직이 확대됐다. 최근 포스코건설과 이수건설 등 정비사업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쌓은 인력을 더해 총 25명에 달하는 구성원을 갖췄다.
한국자산신탁도 지난해 도시재생사업실을 신설한 후 인력을 충원해 팀을 확대했다. 한자신은 금융권 출신과 SK건설, 한화건설, 두산건설 등 건설사 출신의 정비사업 인력을 영입해 15명을 2개팀으로 나눴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에 성공한 케이스 단지가 나오면 정비사업시장에서 신탁방식이 더욱 보편화 될 것”이라며 “시장 공략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신탁사 재건축 수주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31일 재건축사업 초기 단계 아파트단지에 대한 부동산신탁사들의 과도한 수주 경쟁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정부는 부동산신탁사들이 내년 부활 예정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적용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식으로 신탁사업의 효과를 과대 포장해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토부는 과도한 홍보가 재건축 조합원에게 피해를 주고 주택시장 불안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우려된다고 지적하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이와 함께 시장 과열이 우려될 경우 정부가 나서 적절한 조처를 하는 등 선제 대응을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신탁방식 재건축은 일반 조합방식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업속도가 빠르고 사업운영이 투명하다는 장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라며 “단순히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는 것은 본질에서 벗어난 해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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