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져밤이’ 류현진, 컵스 원정 왜 낮에 열리나
콜로라도전서 패했지만 건강하게 복귀전 치러
이번에 만날 시카고 컵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
건재함을 증명한 류현진(30·LA 다저스)이 이번에는 시즌 첫 승 사냥에 나선다. 상대는 월드시리즈 우승팀 시카고 컵스다.
류현진은 한국시각으로 14일 오전 3시 20분(현지시각 13일 오후 1시 20분), 리글리 필드에서 열리는 ‘2017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원정 경기에 시즌 두 번째 선발 등판한다.
오랜 부상 공백을 딛고 개막 로스터에 합류한 류현진은 지난 8일 콜로라도 원정에서 무난한 출발을 알렸다. 제한 투구수(80개)로 인해 5회를 채우지 못했지만 첫 등판은 성공적이었다.
초반부터 공격적인 피칭을 했던 류현진은 삼진도 5개나 잡았고 무엇보다 춤을 추듯 스트라이크존을 절묘하게 걸쳐 빠져나가는 슬라이더가 인상적이었다.
이제는 투구수의 제한이 없는 만큼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질 수 있다는 몸 상태임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경기가 끝난 뒤 통증이 없어야 하는 것 또한 병행되어야할 일이다.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를 리글리 필드는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곳이다. 류현진은 데뷔 첫 해였던 지난 2013년 8월 컵스 원정에서 5.1이닝 2실점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10승을 신고했다. 피안타를 11개나 내줬지만 돋보이는 위기 관리 능력으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소 다르다. 류현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 컵스는 전혀 다른 팀이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당시 라인업에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타자는 앤소리 리조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컵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염소의 저주’를 깨 팀 분위기가 최고조에 달해있다. 이를 차치하더라도 좌완 투수에 무척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 또한 주의 사항이다. 우승 전력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는 컵스는 지난 시즌 좌완 투수를 상대로 팀 타율 0.267, OPS는 0.807에 달했다. 모두 내셔널리그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올 시즌은 더욱 강해진 모습이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컵스 타선은 왼손 투수를 상대로 타율 0.373, OPS 1.021에 이른다. 두 기록 모두 메이저리그 전체 팀 중 2위에 해당하는 고성적이다.
우려는 또 있다. 바로 낮 경기로 치러진다는 점이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속한 류현진은 야간 경기에 익숙하다. 실제로 그가 등판 경기의 대부분은 한국시각으로 7~9시에 시작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보다 반나절이나 빠른 시각에 경기가 시작된다.
류현진은 어색한 환경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곤 했다. 실제 류현진은 뉴욕 메츠 등 동부지구 원정 경기서 고전하는가 하면, 등판을 마친 뒤에는 극심한 피로를 느끼는 모습이었다. 컵스 원정 역시 낮 경기로 열리기 때문에 류현진 입장에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류현진은 지금까지 낮 경기서 18차례 등판해 9승 6패 평균자책점 3.51을 기록했다. 야간 경기(19승 11패 평균자책점 3.20)에 비해 조금 못 미치는 성적표다. 리글리필드에서는 한 차례 등판해 승리가 있었지만 피안타율이 무려 0.423으로 상당히 좋지 않았다.
컵스의 홈경기 대부분이 낮 경기로 편성되는 이유 또한 흥미롭다. 1914년 개장한 리글리 필드는 펜웨이 파크(보스턴)에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구장이다. 열악한 시설은 당연하며 낮 경기가 아예 팀의 전통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유는 조명 탑 때문이다.
물론 컵스는 조명 시설을 상당히 일찍 설치했지만, 2차 대전 당시 윌리엄 리글리 구단주가 조명탑을 떼어 조선소에 기증해버렸다. 이후 “야구는 뙤약볕에서 하는 것”이라는 명언과 함께 1988년까지 리글리 필드에서 조명탑을 볼 수 없게 됐다.
보다 못한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조명탑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포스트시즌 진출 시 원정경기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급기야 컵스의 포스트시즌 홈경기가 오랜 앙숙인 세인트루이스의 홈구장 부시 스타디움으로 지정되자 결국 조명탑 설치에 이르게 된다.
물론 컵스는 여전히 홈경기의 절반 정도를 낮 경기로 치른다. 여기에는 조명탑으로 인한 전통 고수 외에 주민들의 반발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도심지에 위치한 리글리 필드에서 야간경기가 열리게 되면 주민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는 넥센의 예전 홈구장인 목동 구장의 민원 쇄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컵스는 주말 3연전(선데이나잇 베이스볼 편성 시 야간 경기)과 공휴일, 그리고 주중 3~4연전의 마지막 경기(이동일 때문)는 낮 경기로 치르고 있다. 홈 81경기 중 절반이 넘는 경기가 뙤약볕에서 이뤄지는 셈이다. 류현진 등판 경기 역시 이동일이 적용돼 낮 경기로 편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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