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들이 감 놔라 배 놔라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즉흥 뮤지컬
관객이 원하는 대로 뮤지컬이 만들어져
관객 마음대로 뮤지컬이 만들어진다.
지난 14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개막한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즉흥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관객과 평단의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김태형 연출은 21일 서울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해외에서 즉흥극을 보고 '우리 관객들과 함께 해보면 얼마나 신날까'라는 생각을 했다"며 작품을 기획한 계기를 설명했다. 처음, 중간, 끝과 음악만 있는 기본적 구조에서부터 모든 것을 열어 놓고 작품을 만들어갔다.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작품은 관객과 배우들이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이야기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독특한 형식의 공연으로, 전형적인 즉흥극(Improvised Theatre)의 형식에서 한층 발전한 작품이다.
'뮤지컬 공연을 준비하는 연습실'이라는 상황만 주어질 뿐 완결된 구조의 희곡은 존재하지 않는다. 관객들이 말하는 대로 주인공, 상황, 제목 등이 결정되며, 즉흥적으로 장면과 노래가 만들어진다.
매회 공연을 관람하는 100여 명의 관객들은 공연을 만드는 제작진이 되고, 무대 위 다섯 명의 배우들은 관객과 호흡하며 뮤지컬을 만들어 나가는 배우로 존재한다. 또 작품 제작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연출은 즉흥적인 발상들에 상상력을 더해 단 한 번뿐인 오늘의 뮤지컬을 완성한다.
김태형 연출은 "즉흥극이다 보니 대사는 그날그날 만들어지지만, 기본적으로 음악적인 구조와 넘버의 순서 등은 정해뒀다"며 "어떤 넘버를 부르기 위해 어떤 장면이 필요한지 기본적 전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즉흥 뮤지컬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매 순간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 직면해야 하는 즉흥 뮤지컬의 특성상 폭넓은 연기력과 뛰어난 순발력을 모두 갖춘 배우들이 한 무대에 오른다.
매 작품마다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배우 이영미를 비롯해 캐릭터의 세밀한 내면 연기를 통해 관객을 일순간 몰입하게 만드는 배우 박정표,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특유의 능청스러운 연기를 선보이는 배우 홍우진이 관객과 자유롭게 소통한다.
또 극에 아이디어를 더하는 배우 이정수, 넘치는 애드리브로 좌중을 쥐락펴락하는 배우 김슬기, 성별과 연령을 뛰어넘는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며 작품을 풍성하게 채우는 배우 정다희가 무대 위에서 존재감을 과시한다.
어느 공연에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즉흥 뮤지컬에 배우들도 하루하루 긴장의 연속이다. 무엇보다 배우들은 "믿을 건 상대 배우뿐"이라며 서로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김슬기는 "어떤 상황이 잘 안 풀렸을 서로 위로해준다. 배우 6명이 서로를 믿으며 신뢰했던 것이 큰 힘이 됐다"며 배우들은 끈끈함을 자랑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을 실제로 연출하는 연출가 김태형이 극 속에서도 연출 역할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뮤지컬 '바람직한 청소년' '올모스트 메인',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 '나와 할아버지' 등 색다른 에너지의 작품을 꾸준히 제작해 온 민준호도 연출 역할로 관객과 만난다.
두 연출의 차이에 대해 배우 이영미는 "민준호 연출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디테일하다면, 김태형 연출은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려 한다"고 설명했다. 두 연출 스타일의 차이로 달라지는 결과물을 지켜보는 것도 흥미롭다.
한편, ''오늘 처음 만드는 뮤지컬'은 'BOX 846' 프로젝트의 두 번째 작품으로, 아이엠컬처가 제작하는 국내 초연작으로 5월 14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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