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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도 택한 ‘차등의결권’…문재인 정부, 도입할까?


입력 2017.05.24 06:00 수정 2017.05.24 09:13        이광영 기자

구글 상장과 함께 도입...매출 24배·영업이익 30배·고용 21배 급증

미도입 애플 헤지펀드 때문에 곤혹...한국, 본격 논의조차 없어

ⓒ한국경제연구원

차등의결권 도입 후 매출 24배·영업이익 30배·고용 21배 급증
창업·벤처기업 성장에 도움…한국, 본격 논의조차 없어

“우리는 구글의 혁신능력을 지킬 수 있는 기업지배구조를 선택했습니다. 외부에서는 단기적 성과를 위해 장기적 성과를 희생하라고 말합니다. … 하지만 우리는 단기적인 사업성과를 희생하더라도 장기적으로 주주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우리는 그 길로 나아갈 것입니다.”

구글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지난 2004년 8월 상장과 함께 차등의결권 도입했을 당시 주주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구글은 상장 시 1주당 10배의 의결권을 갖는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후 주주에게 보낸 서신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4일 보고서를 통해 “래리 페이지를 비롯한 구글의 공동창업자들은 차등의결권 주식을 통해 구글 지분의 63.5%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도입해 안정적인 기업지배구조를 확립하고 성장을 이룬 만큼 지난 10일 출범한 문재인 정부 역시 이를 도입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구글, ‘차등의결권’ 선택 후 초고속 성장

구글은 상장 후에도 단기 실적 보다 장기적 미래 가치에 중점을 둔 경영으로 연구개발비, 연구개발인력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구글 글라스, 구글 무인자동차 등 혁신을 이뤄냈다. 이는 곧 매출액(24배)·영업이익(30배)·고용(21배)의 비약적 증가로 나타났다.

차등의결권은 구글만 선택한 것이 아니다.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안정적인 장기투자와 외부 헤지펀드에 의한 공격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차등의결권 주식을 발행한 기업은 1%에서 13.5%(2015년 8월)로 증가했다. 페이스북, 그루폰, 링크드인 등 최근 급성장하는 기업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세계적인 전자상거래업체인 알리바바도 차등의결권 때문에 2014년 9월 홍콩증권거래소가 아닌 뉴욕증권거래소를 선택한 바 있다. 미국의 워렌버핏이나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도 차등의결권을 도입하고 있다.

반면 차등의결권을 도입하지 않은 애플은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그린라이트캐피탈이라는 헤지펀드는 우리 돈 150조원(1371억달러)을 배당하라는 압력을 행사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이러한 과도한 헤지펀드의 요구에 스티브잡스는 “미래투자를 위해 현금을 남겨놓아야 한다”며 방어해 왔다. 하지만 그의 사후 헤지펀드는 본격적인 공세에 나섰던 것이다.

◆ 차등의결권 도입 기업, 수익률 3배 이상 높아

캐나다는 차등의결권을 활용하는 기업의 실적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캐나다 일간지 글로브&메일이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토론토증권거래소에서 차등의결권을 활용하는 24개사의 10년 평균 수익률은 3.7%로 일반 상장기업 1.1%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 상장기업이 지난 5년간 마이너스 수익률(평균 ·0.9%)을 기록한 반면 차등의결권을 활용하는 기업은 평균 4.2%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차등의결권이 기업과 산업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은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경영진이 기업 약탈자에 대한 걱정 없이 장기·공격적 투자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또 기업, 특히 신생기업 성장에 필수적인 투자 자금조달의 원활화, 이자부담이 없는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로 기업 수익성 제고 기여가 가능하다. 다양한 주식제도 도입으로 금융시장과 산업의 활성화, 의결권보다 배당과 시세차익에 관심 높은 주주에게 저렴하게 주식공급도 가능하다.

◆ 일자리 창출 위한 차등의결권 도입 논의 필요

우리나라는 경영진에 의한 남용 가능성 등을 이유로 차등의결권 도입논의마저 활성화 돼있지 못한 실정이다. 하지만 구글 사례에서도 보듯 차등의결권은 기업들이 안정적인 경영권을 바탕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특히 기술력은 있으나 자금력이 약한 벤처·중소기업에게는 경영권 위협 없이 외부 자금조달이 가능하다. 실제 구글은 경영권이 안정화돼 있어 200여건의 M&A를 통해 급성장했다.

유환익 한경연 정책본부장은 “차등의결권은 기업의 투자, 일자리 창출, 신산업 발굴 등을 돕는 장점이 많은 제도”라며 “특히 중소·중견 기업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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