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의 문제, 기업 적대시하고 시장 통제 가능 생각
'힘으로 시장 굴복시킬 수 없다'…가격통제와 '시장 역습'
잠시 배 부르자고 황금알 거위 배 가르는 우 범해선 안돼
힘으로 시장 굴복 못시킨다…가격통제와 '시장의 역습'
잠시 배 부르자고 황금알 거위 배 가르는 우 범해선 안돼
문재인 대통령이 집무실에 고용상황판을 설치하고 '일자리 백일작전'에 돌입했다고 한다. 그 상황판으로 재벌 등 기업들의 고용현황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상황을 매일 직접 챙기겠다고 밝혔다. 또 실업률을 비롯한 임금격차와 근로시간 등 노동 관련 각종 경제지표도 직접 챙기겠다고 했다.
집권하자마자 청와대 정책실장과 공정거래위원장에 재벌들의 저승사자라 불리던 초강경 좌파학자들을 포진시킨 데 이어 기업들의 고용 문제까지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나서자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사용자측 입장을 대변한 경총을 묵사발 만든 대통령과 국정자문위
사용자를 대표하는 경총이 “기업의 다양한 인력 운용 방식을 고려하지 않은 비정규직 논란은 갈등만 부추기고 일자리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다.
고용의 주체인 경총 입장에선 틀린 말도 아니고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다. 또 문 대통령 자신도 청와대 참모들에게 소통을 강조하며 “이견을 말하는 것은 의무”라고까지 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경총의 반응에 기다렸다는 듯이 문 대통령이 직접 날을 세웠다. 문 대통령은 경총을 '사회적 양극화를 만든 당사자'라며 '성찰과 반성이 먼저'라고 질타했다. 정권 인수위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아주 편협한 발상" 이란 표현을 써가며 원색적으로 경총을 공격했다.
서슬 퍼런 정권초기 이런 상황은 정부에 대해 '을'일 수밖에 없는 기업에게는 매우 심각한 압박이다. 또한 사용자는 전무하고 노조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는 국정기획위의 김진표 위원장은 대놓고 "기업들이 압박으로 느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기업경영에서 고용과 인건비 부담은 기업 존망을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
기업이 망한다고 정부나 대통령이 도와주지 않는다. 그야말로 정글에서 혼자 힘으로 살아남아야 하는 게 기업이다. 이익이 있어야 기업이 살고, 살아야 세금도 내고 고용도 가능하다. 따라서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고용과 인건비는 철저하게 생산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상식이다.
기업에 대한 권력의 압력은 그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한 사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헌법재판소는 박 전 대통령이 ‘문화융성’이란 좋은 취지의 국정과제 수행이라 하더라도 절대적 권력인 대통령의 강압에 기업들이 압박을 느껴 재단설립에 참여했다면, 이는 기업의 재산권 침해이며, 기업경영의 자율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 대통령은 파면하는 것이 헌법수호의 이익이 크다고 판시했다.
기업에 고용 압력은 박 전 대통령이 원했던 재단 한두 개 설립보다 훨씬 더 치명적
기업의 고용문제는 대통령이 원하는 재단 한두 개 설립하는 것보다 훨씬 치명적이다. 기업의 사활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다. 따라서 아무리 ‘일자리 창출’이라는 좋은 취지의 국정과제 수행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대통령이 기업들에게 반성하라고 일갈하고, 완장 찬 점령군들이 압박을 느끼라고 겁박하는 행태로는 기업과 경제를 어렵게 만들 뿐 고용을 늘리지 못한다. 힘으로 시장을 굴복시킬 수는 없기 때문이다.
힘으로 시장을 굴복시킬 수는 없다…가격통제와 '시장의 역습' 교훈
프랑스 혁명 당시 로베스피에르는 "모든 프랑스 아동은 우유를 마실 권리가 있다"며 우윳값을 내리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강제적으로 우윳값이 떨어지자 농민들이 젖소 사육을 포기하고 육우로 내다팔면서 우윳값은 다시 폭등한다.
로베스피에르는 농민들을 불러 젖소를 키우지 않는 이유를 추궁했다. 농민들은 건초값이 너무 비싸 우유를 생산해도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답했다. 로베스피에르는 건초값을 내리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건초 생산업자들은 건초를 불태워버렸다. 우윳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결국 평민들도 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가격통제로 인해 우유는 잘 사는 귀족들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 돼버린 것이다. 이른바 ‘시장의 역습’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참여정부 시절 인위적 시장규제가 초래한 시장반란을 경험한 바 있다. 노무현 정권의 실패한 부동산대책이 그것이다. 노 정권은 집권초기, ‘서울대’와 ‘삼성’과 ‘강남’을 잡겠다고 호언 장담했다. 강남이란 부동산투기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노 정권의 한덕수 총리는 8.31 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앞으로 부동산 투기란 말은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참여정부 내내 40개가 넘는 특단의 대책들을 남발했다.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가격 폭등이 오늘날 사회 양극화의 큰 원인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노 정권의 부동산 대책은 철저히 실패했다. 문 대통령이 기업을 우리사회 양극화의 원흉인 것처럼 비판했지만 노무현 정권 때의 부동산 가격 폭등이 오늘날 우리사회 양극화의 더 큰 원인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명박 정권도 동반성장을 내세워 대기업들의 MRO(소모성자재구매대행)를 규제했다. 중소기업고유업종이라는 이름으로 대기업 계열사들의 구매대행을 금지했던 것이다. 정부의 강압적 규제에 의해 대기업들이 철수한 MRO시장은 당초 목표와는 달리 우리 중소기업이 아닌 오피스디포 등 외국계 다국적 대기업들이 차지하고 말았다.
문 정권은 통신요금의 원가공개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의 영업비밀인 원가를 강제로 공개토록해서 통신비를 낮추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차세대 먹거리사업인 정보통신업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명백한 반시장적 정책이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도 그나마 부족한 비정규직 일자리조차 빼앗는 ‘시장의 역습’을 초래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문재인 정권의 문제, 기업을 적대시하고 시장 통제 가능하다는 생각
문재인 정권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을 적대시하고 시장을 통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기업이 사회 양극화에 책임이 있다"는 인식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다.
경총은 재벌들만을 대변하는 단체가 아니다. 경총의 90%가 350만개 중소기업이고, 그들이 비정규직의 95%를 고용하고 있다. 기업가들은 착취의 주체가 아니다. 그들은 한계적 상황에서도 기업의 존속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렇게 해서 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 그들이 살아야 경제가 살고 고용이 가능하다.
오히려 민노총 등 대기업의 강성귀족노조가 고용확대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더 큰 걸림돌이다. 그런 철밥통 노조에는 이념적 코드가 맞다고 싫은 소리 한 마디 안하면서 경총을 양극화의 주범이라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일자리, 백일작전으로 창출될 그런 성질의 것 아니다
일자리라는 것은 백일작전으로 창출될 그런 단순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공기업을 제외하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다. 기업은 시장에서 이익을 창출하고 생존하고 또 고용도 한다. 기업이 죽으면 비정규직조차도 없다.
시장을 거스른 경제정책은 반드시 실패하고 대가를 치른다. 로베스 피에르의 우유가 그랬고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이 그랬다. 벌써 ‘노 정권 시즌2’ 문 정권이 출범하자 서울 강남의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기업은 선의만으론 생존할 수 없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밥상도 시장의 산물이다. 그 시장이란 생산자 농어민과 유통상인의 치열한 원가 경쟁과 주부의 무자비한 가격 후려치기를 포함한다. 모든 것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 아담 스미스가 250년 전에 설파한 진리를 왜 아직 못 깨닫고 있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잠시 배 부르자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글 / 윤종근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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