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 ´파울´…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7.04.13 14:24  수정

[4강 PO] 폭력사태- 파울농구로 얼룩진 코트…잘못된 승부욕이 불러온 파국

이긴 쪽도 진 쪽도 모두 얼굴이 밝지 못했다.

창원 LG와 부산 KTF의 4강 대결은 그야말로 ‘상처뿐인 플레이오프’가 되어가고 있다. 13일 LG가 117-100으로 2연패 뒤 기사회생했지만, 선수들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폭력사태를 일으킨 퍼비스 파스코(27‧창원 LG)는 KBL의 징계와는 별도로 구단 자체 내에서 퇴단 조치가 확정, LG는 남은 경기서 찰스 민렌드 1명의 용병으로만 버텨야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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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 통제 불능 파스코, 돌고 도는 2위의 악몽

LG는 공교롭게도 지난 2000-01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외국인 선수’ 파동으로 비슷한 일을 겪었던 사례가 있다. 당시의 상대는 SK였다. 5차전 경기도중 SK의 외국인 선수 재키 존스가 리바운드 싸움도중 심판판정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LG의 대릴 프루를 가격하는 모션을 취한 뒤 퇴장조치 당한 것. 흐름을 잡은 LG는 이후 SK를 제압하고 팀 창단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의 LG는 외국인 선수 잔혹사의 피해자가 되는 입장에 놓여있다. 이미 시즌 중에도 여러 차례 거친 매너로 물의를 빚은 바 있는 파스코를 통제하지 못한데 그 책임이 있다. 패배보다 가슴 아픈 것은, 한 해를 결산하는 축제의 자리에서 팬들에게 추태를 보이며 큰 실망감을 안겼다는 점이다. 악화된 여론을 의식해 사실상 ‘경기 포기선언’이나 다름없음에도 외국인 선수 퇴단이라는 강수를 택한 것도 전례가 드문 일이었다.

LG는 97년 창단이후 2위만 네 차례 차지하며 4강에 직행했지만, 2000-01시즌을 제외하면 번번이 하위 시드팀에 덜미를 잡히고 있다. 파스코가 뛰지 못하는 상황에서 애런 맥기가 돌아오는 KTF에 4,5차전 승리를 장담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설사 챔피언 결정전에 나간다 할지라도 모비스의 벽을 넘기란 어려워 보인다.


KTF - 파울, 또 파울 그리고 졸전

홈팬들 앞에서 창피스러운 것은 KTF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차전에서 KTF는 애런 맥기가 심판의 5반칙 선언에 항의하며 거친 폭언과 몸싸움을 펼치다 퇴장 당했다. 이기고도 씁쓸한 뒷맛을 남긴 KTF는 3차전에서 사실상 폭력사태의 빌미를 제공한데다가 정작 경기도 졸전 끝에 대패하며 이래저래 좋지 못한 여운을 남겼다.

이날 KTF는 초반부터 노골적인 파울작전을 구사했다. 기왕이면 3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겠다는 승부욕의 산물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상대의 옷깃을 잡아채고 팔을 내려치는 등 외국인 선수들을 심리적으로 도발한 것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정규시즌에서 이렇다 할 출전경험이 없던 장영재는 누가 보더라도 자유투가 약하고 마인드 컨트롤에 문제 있는 파스코를 노렸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승부의 세계에서 파울도 하나의 작전이라고는 하지만, 같은 농구를 하는 입장에서 동업자 의식이나 스포츠맨쉽이 결여된 채 승리에만 눈이 먼 듯, 비신사적인 플레이의 속출은 많은 실망감을 안겼다.

추일승 감독은 점수 차가 벌어지자 4쿼터에는 주전들을 일찌감치 벤치에서 쉬게 했다. 출전정지를 당한 장영재는 어차피 팀 내에서 별다른 비중이 없는 선수였고, 외국인 선수 맥기가 돌아오는 4,5차전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장에 놓인 만큼 경기는 패했어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셈.

그러나 플레이오프 명승부를 기대하며 코트를 찾은 팬들은 경기종료까지 아무런 긴장감이나 투지도 찾을 수 없는, 동네농구만도 못한 맥 빠진 경기를 지켜봐야했다. 팬들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승리에만 눈이 먼 양 팀의 대결은 한국 프로농구의 인기가 왜 하락하고 있는지 하나의 해답을 제시한 졸전이었다.


☞ 역대 최악 ‘파스코 폭력사태’…어떻게 봐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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